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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라면 국민연금이 관심을 갖는 종목에 한번쯤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산 운용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국민연금 개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슈퍼 갑’ 행세를 하며 자금을 운용할 자산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전관예우를 하는 등 갖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 이유다.

국민연금이 촉발한 문제는 한편으로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등 금융투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많은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다른 기관들이 앞 다투어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다. 코스닥 투자자의 95%가 개인투자자인 현실에서 국민연금이 특정 종목에 투자했다면 해당 종목의 미래가 그만큼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번 선택한 종목은 1년 이상 보유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라면 국민연금이 관심을 갖는 종목에 한번쯤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Market Issue] 국민연금, 어떤 종목 매매했나? 따라하기 투자전략
[Market Issue] 국민연금, 어떤 종목 매매했나? 따라하기 투자전략
2분기 내수주에 투자

올해 2분기 국민연금은 3개 종목을 신규 매수하고 5개 종목의 편입 비중을 늘렸다. 반면 8개 종목은 주식을 팔아 보유 지분율을 낮췄다. 2분기에 국민연금이 새로 투자를 시작했거나 편입 비중을 늘린 종목들을 살펴보면 국내 경기 및 소비 동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내수주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유통주인 하림과 CJ오쇼핑을 새로 대거 매수했으며, 건설주인 KCC건설과 방송콘텐츠 유통회사인 SBS콘텐츠허브의 편입 비중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보기술(IT)주에 대한 편입 비중이 높았던 국민연금이 2분기 내수주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은 하반기 예상되는 강세장에서 내수주의 주가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가 상승 랠리에서 소외돼 있었던 만큼 더 높은 상승폭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이 투자를 늘리는 종목들은 모두 국내 증시 상승에 따른 수혜를 크게 볼 만한 종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하림은 닭고기 시장에서 34%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1위 기업으로, 시장 과점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주요 경쟁업체 중 하나인 마니커가 최대주주 문제로 1년 가까이 적대적 인수·합병(M&A)설에 시달리다, 지난달 사료 생산회사인 이지바이오에 넘어가면서 하림의 독주체제는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조기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10월 말 신공장 완공으로 연매출이 15%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며 “프리미엄 제품 확대 등으로 수익률도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근의 주가 조정은 저가매수 기회로 접근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CJ오쇼핑은 7년 전부터 추진해온 해외 시장 진출이 결실을 맺고 있다. CJ오쇼핑의 중국 법인인 동방CJ가 상하이 등 중국 동부권을 넘어 중국 전 지역에서 방송할 수 있는 사업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동방CJ 제2채널은 7월 13일 개국해 24시간 송출된다. 이에 따라 250만 가구가 추가로 가시청 가구가 되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도 시청자가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외에 인도, 일본, 베트남 등 해외법인을 합해 연내에 1조5000억 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올해 국외 매출 합계가 4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반기 종합편성채널 등장으로 SBS는 광고매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콘텐츠 유통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SBS콘텐츠허브의 선전이 예상된다.

IT·소재기업도 관심

국민연금이 2분기에 신규 매입한 종목 중에는 피에스케이라는 다소 생소한 종목도 있다. 주가는 5000원대로 시가총액도 1000억 원대 초반이다. 피에스케이는 화학적 부식을 이용해 반도체 직접회로 제조공정에 쓰이는 에칭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피에스케이가 생산하는 에칭장비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거의 독점 공급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생산시설 증설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이 미세공정을 지향하면서 에칭장비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공급 확대에 따른 비메모리 반도체의 증가도 피에스케이에는 호재다. 작년까지 매도가 많았던 기관들은 1분기부터 매수 우위로 돌아서고 있는데 2분기 들어 국민연금이 지분을 대거 매입하면서 앞으로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반도체 관련주 중 STS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 세계 반도체산업 경기 외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키징(포장)과 관련한 외주를 확대하고 있는 데 따른 수혜도 예상되는 회사다.

올해부터 필리핀공장이 가동되고 패키징 라인이 자동화되면서 수익률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TS반도체는 삼성그룹과 친족관계에 있는 보광그룹의 주요 계열사”라며 “대부분의 삼성그룹 협력사보다 안정적인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소재기업 중에 OCI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NF3 ) 분야의 일본 경쟁업체가 동북부 지진으로 타격을 입은 수혜를 계속 보면서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에도 실적 증가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캐터필러 제조회사인 진성티이씨도 국민연금이 2분기에 지분을 8.26%까지 올렸다. 중국 등 이머징 국가들의 중장비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기업의 성장세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KCC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폴리실리콘 공장 시공을 수주한 것이 추가 매수의 이유로 분석된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부터 유입된 KCC플랜트 출신 인력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모습”이라며 “일회성 수주가 아닌 해외 시장 개척이 출발점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일부 종목은 차익실현도

주가 움직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종목들은 일부 매도했다. 연초에 2만4900원까지 올랐다 지금은 1만3000원대까지 떨어진 KH바텍이 단적인 예다. 주요 거래처이던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 부진이 계속되면서 KH바텍의 주가도 계속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상승세에 힘입어 주가가 많이 올랐던 평화정공도 21만 주를 매도해 일부 차익실현을 했다. 그간 상승폭이 높았던 만큼 하반기 추가 주가 상승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본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증권가에서 나온다.

이 외에 에이스디지텍, 네패스, SK브로드밴드, 네오위즈게임즈, 메디포스트, 우주일렉트로 등의 주식을 일부 매도해 지분율을 낮췄다.

노경목 한국경제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