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다이(臺)에서 스시 장인이 갓 만들어 접시 위에 올려주는 스시를 간장에 살짝 적셔 한입에 넣어 씹을 때의 신선하면서도 쫀득쫀득한 맛을 미국인들은 ‘최음제를 먹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밥알과 싱싱한 육질의 회 한 점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맛이 육감적일 정도로 환상적이라는 뜻이다. 서울에서 일본의 정통 스시를 맛볼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스시맨 경력 43년을 자랑하는 마츠도 토시오 수석 주방장의 손맛을 녹인 ‘장인의 스시’가 있는 ‘스시유’다.
[Gourmet Report] 스시유, 43년 스시 장인의 ‘손맛’
일본인 셰프 마츠도 토시오는 올해로 43년째 회를 뜨고 초밥을 만드는 스시 장인이다. 전형적인 도쿄 긴자 스타일 스시를 선보이는 그는 올해 61세라지만 서슬 퍼런 사시미 칼을 놀릴 때는 감히 말을 걸지 못할 정도의 집중력과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마츠도 셰프는 이미 1970년 중반 일본 전역에서 850여 명의 스시맨이 경합을 벌인 전국대회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며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마음을 담아 ‘참맛’을 내는 스시

오른손으로 밥을 쥐고 왼손으로 생선회를 올려 고객의 접시에 스시를 올려놓는 마츠도 셰프의 빠른 손놀림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일본 수상,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도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열아홉에 초밥집서 아르바이트로 만들기 시작한 스시로 그는, 부시 전 미 대통령에게 초청받아 미국에서 세계적인 명사들이 참석한 파티에서 스시를 만들었는가 하면, 관저에서 만들었던 초밥으로 하시모토 전 총리에게 “내 인생 최고의 스시”라는 극찬을 들은 바 있다.

그는 이미 중국 상하이, 홍콩 등에서도 이름난 스시 장인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일식집인 홍콩의 ‘스시유’에서는 김 대신 한국의 묵은지로 밥알을 둘러싼 ‘묵은지 마끼’가 빅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침 사스(SARS)가 아시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을 때라 발효음식인 한국의 묵은지를 활용한 마끼가 일순간에 인기몰이를 했던 것.
43년 경력을 자랑하는 마츠도 토시오 스시 장인은 스시다이에 앉는 고객의 체격을 보고 밥알의 양과 생선회의 두께를 결정한다. 사람이 다르면 그 사람이 먹는 스시도 적당하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43년 경력을 자랑하는 마츠도 토시오 스시 장인은 스시다이에 앉는 고객의 체격을 보고 밥알의 양과 생선회의 두께를 결정한다. 사람이 다르면 그 사람이 먹는 스시도 적당하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아시아 여기저기서 유명세를 타던 그가 서울에 자리를 잡은 것은 3년 전이다. 스시유의 단골손님 가운데는 일본 대사관 직원을 비롯해 일본인 손님도 많다. 그가 수많은 단골고객을 확보한 비결은 바로 ‘그때그때’ 다른 스시 덕분. 생선의 종류는 기본이요, 손님의 체격까지 감안해 그때그때 손에 잡는 밥의 양까지 달리한다. 밥알을 잡은 손의 힘 조절 또한 중요하다. 너무 강하면 밥알과 밥알 사이에 공기 찰 곳이 없어 퍽퍽해지고 밥과 회가 따로 놀기 일쑤라고.

‘거품’ 걷어낸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소문

스시유는 1층에 스시다이와 VIP룸, 일반 테이블을 구비하고 2층에는 8개의 개별 룸 체제로 운영된다. 강남 휘문고 사거리 근처의 눈에 띄는 일식집인 스시유는 사실 그동안 과장된 소문(?)도 따라다녔다. VIP룸 오마카세(스시 장인이 제공하는 대로 먹는 코스요리)에 관한 가격 거품이 그것. 이에 대한 반격이라도 하듯 스시유는 퀄리티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한다.
퀄리티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가 높은 메뉴인 스시유 ‘하나정식’
퀄리티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가 높은 메뉴인 스시유 ‘하나정식’
전채-생선회-초밥-구이-튀김-모밀-후식 등이 제공되는 하나정식은 3만3000원이라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고객들의 러브콜이 가장 많은 메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전채로 나오는 달걀찜. 찜 위에 특제 간장소스를 가볍게 얹어내 달걀과 함께 떠먹는 맛이 마치 담백한 푸딩 같다.

스시 특선
스시 특선
스시맨들이 입을 모아 자랑하는 스시 특선도 함께 주문해 봤다. 신안군, 목포, 통영, 완도에서 최고의 생선만을 엄선한다는 설명과 함께 나온 스시를 간장에 찍어 씹으니 쫀쫀한 생선살 덕에 서해 앞바다가 입 속으로 밀려들어오듯 황홀하다.

흰살생선을 싱싱한 마, 새우살과 함께 갈아 만들었다는 달걀 카스테라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아 마땅하겠다. 순서대로 먹어보던 중 특선 스시의 ‘백미’를 만났다. 독도 앞바다에서만 생산된다는 꽃새우 생살을 얹어낸 스시는 씹기 무섭게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 ‘황홀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필자의 미천한 어휘력이 부끄러울 뿐이다.
[Gourmet Report] 스시유, 43년 스시 장인의 ‘손맛’
주중엔 비즈니스 미팅, 주말엔 상견례 장소로도 인기가 높은 스시유는 룸과 스시다이 모두 예약이 필수다. 진정 특별한 손님을 모시는 저녁이라면 스시다이 오마카세(12만~15만 원)를 놓치지 말 것. 9월 스시유를 찾을 예정이라면 일본 나라현 주가(酒家)에서 공급받을 하우스 사케가 있는지 물어보시라.

원목 느낌을 살린 모던한 느낌의 스시유 실내. 1층에는 스시다이와 VIP룸, 2층에는 4~8인까지 수용 가능한 8개의 룸을 갖추고 있다.
원목 느낌을 살린 모던한 느낌의 스시유 실내. 1층에는 스시다이와 VIP룸, 2층에는 4~8인까지 수용 가능한 8개의 룸을 갖추고 있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949-1

전화
02-553-7870, www.sushiu.net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30~오후 2:30, 저녁 오후 5:30~10:30(연중무휴)

가격
하나정식 3만3000원, 주말 특선정식 5만 원, 런치 스시 4만3000원, 특선 스시 5만3000원, 모둠 스시 6만~8만 원, 디너 코스 13만 원, 모둠회 15만 원부터, VIP룸 예약 시 1인당 30만 원부터

기타
사케 20여 종 구비. 스시다이는 예약 필수. 발레파킹 가능(무료)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