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앞날을 예상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으나 최근 들어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은 ‘경제고통지수(MI·Misery Index)’와 ‘금융스트레스지수(FSI·Financial Stress Index)’를 활용해 주목을 끌고 있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고, 금융스트레스지수는 투자자들이 느끼는 투자 환경과 성향을 알 수 있다. 내년에는 세계 각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많이 치러질 예정이다.

냉전 종식 이후에는 경제 문제가 선거 결과를 좌우해 왔다. 특히 각국 집권당의 재신임을 묻는 선거에 있어서는 국민 입장에서 경제정책의 성과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경제고통지수를 많이 활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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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고통지수는 어떻게 산출되나?

경제고통지수는 한나라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학자인 아서 오쿤(Arther Okun)이 고안한 지표다. 수많은 경제지표 가운데 국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활과 밀접하고 변화 시 가장 빨리 느끼고 반응하는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해 산출한다.

경제고통지수로 볼 때 올 하반기 이후 예정된 세계 각국의 선거에서 집권당이 불리한 상황이다. 각국 집권당의 경제정책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을 한정해 세계 각국의 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해 보면 대부분 국가가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경기성장의 동인(動因)이 바뀌면서 종전의 경제고통지수가 국민의 경제생활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갈수록 경기 회복이 주로 고용 감축, 기술혁신과 같은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종전만큼 고용이 뒤따르지 않는 ‘고용 없는 경기 회복(jobless recovery)’이 보편화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지 않는다.

잠재 수준을 웃도는 높은 성장세는 인플레를 유발한다는 종전의 인식과 달리 ‘골디락스’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경제성장의 원천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가 반복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재정지출 증대와 금리 인하 같은 총수요 부양대책에 기인했다. 이런 대책으로 잠재 수준을 웃도는 높은 성장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인플레로 치미는 것이 관례였다.

더욱이 최근 각국의 성장은 기업들의 고용 감축과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증가와 같은 총공급 측 요인에 기인하는 정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회복과 경제성장, 인플레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에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1990년대 후반의 신경제 국면과 다른 것은 당시에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확체증의 법칙이란 생산하면 할수록 공급 능력이 늘어나 인플레 부담이 없어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자원의 희소성을 바탕으로 수확체감의 법칙을 골간으로 했던 종전의 생산이론과는 구별된다.

이 때문에 최근 각국 정부와 평가기관들은 국민의 체감경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고통지수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은 종전의 경제고통지수에 소득증가율(보통 GDP 성장률을 사용)을 차감해 산출하는 신경제고통지수다. 신경제고통지수로 올 들어 각국 국민이 느끼는 경제고통은 종전의 경제고통지수로 파악할 때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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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스트레스지수는 어떻게 산출되나?

재스민 혁명, 일본 대지진 등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로 경제주체들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을 계기로 금융스트레스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스트레스지수란 이 분야에 가장 앞선 캐나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금융시장과 정책당국의 불확실한 요인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피로(疲勞)’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환율과 같은 금융변수에 대한 기대값이 변하거나, 분산이나 표준편차로 표현되는 리스크가 커질 경우 금융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몇몇 국가의 중앙은행과 IB들이 종합적인 금융상황지표를 경쟁적으로 작성하고 있다. 이미 캐나다 중앙은행이 개발한 금융스트레스지수는 실용 단계에 있고, 스웨덴 중앙은행과 스위스 중앙은행도 각각 균형상황지수(ECI·Equilibrium Condition Index)와 금융상황지수(FC·Financial Condition Index)를 개발한 상황이다.

중앙은행은 아니지만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IB 등도 자체적으로 골드만삭스 금융상황지수(GSFCI·GoldmanSachs Financial Con- dition Index)를 개발해 국가별 투자판단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금융상황지수를 활용하는 금융기관일수록 글로벌 투자에 있어서 높은 투자수익을 내고 있는 점이 국내 금융기관과 시장 참여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처럼 각국 중앙은행과 세계적인 IB를 중심으로 금융스트레스지수 개발에 나서는 것은 종전 위기판단지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의 위기판단지표로 널리 활용돼온 조기경보지수(EW·Early Warning Indicators)는 은행 위기 혹은 통화 위기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접근해 금융시스템 전반의 움직임과 위기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지수화해 알려 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금융스트레스지수는 한 나라 금융시스템의 총체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하나의 지표로 보여 주기 때문에 정책당국자와 경제주체들에게 금융정책 추진과 투자에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금융과 실물 부문과의 연계가 깊은 나라일수록 실물 부문의 변화를 분석하거나 예측하는 데에도 유용한 자료로 활용된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융스트레스지수를 산출하는 과정을 보면 우선 한 나라 금융시스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금융 분야를 네 부문으로 구분해 접근한다. 즉 주식, 채권, 외환 등의 세 가지 금융시장과 은행 부문이 금융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고 보고, 각 부문별로 주요 변수들을 추출해 스트레스지수를 작성한다.

다음 단계로 부문별 스트레스지수를 가중 평균하는 방법으로 한 나라의 종합적인 금융스트레스지수를 산출한다. 참고로 이 같은 방식은 최근처럼 갈수록 복잡해지는 예측환경에서 다른 어떤 기관보다 예측력이 높은 미국의 예측기관인 에크리(ECRI)의 경제사이클 큐브와 동일하다.

이 지수는 연속적인 시계열 자료로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1년 9·11 테러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국면에서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금융스트레스지수가 유난히도 높게 나왔다.

캐나다 중앙은행과 같은 방법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그동안 주요 금융 사건의 발생 시기와 그 강도가 금융스트레스지수의 움직임과 매우 유사했다. 시기별로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스트레스지수는 이전에 비해 한 단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으며 외환위기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올 하반기를 앞두고 금융스트레스지수가 다시 상승하는 추세로 반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러 요인 가운데 헤지펀드를 비롯한 각종 투기펀드들의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그만큼 교란 요인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MI와 FSI로 본 증시 앞날 어떻게 예상되나?

올 5월 초까지 최대 현안으로 ‘인플레’를 거론할 만큼 낙관적이었던 세계 경기가 갑작스럽게 ‘침체’를 우려할 정도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경기는 1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옴에 따라 지난해 8월과 마찬가지로 ‘더블딥’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중국 경기도 지난해 이후 부동산 거품 해소와 인플레 안정을 위해 강력하게 긴축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2분기 성장률이 7%대로 예상되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인플레 압력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선진국에서도 소비자물가가 물가안정 목표치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하방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위축돼 있어 관련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고통지수와 금융스트레스지수를 조합하면 증시 앞날을 예보할 수 있다. 두 지수가 동시에 낮아지면 증시 앞날은 ‘맑음’, 어느 한 지수만 높아지면 ‘흐름’, 그리고 두 지수가 모두 높아지면 ‘먹구름 혹은 소나기’로 판단한다. 한 지수만 높아지는 경우도 금융스트레스지수보다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지는 것이 증시 앞날에 낀 구름이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는 위기 이후 고용이 늘지 않는 가운데 1분기 이후 성장률이 둔화되는 반면 물가가 올라가 신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 등 각종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스트레스지수도 올라가는 추세다. 이 때문에 올 5월 초까지 증권사들이 맑게 예상했던 국내 증시도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를 앞두고 수정치를 내놓고 있는 예측기관들의 전망을 보면 올 3분기까지는 경제고통지수가 올라가고, 4분기 이후에는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처럼 경기 둔화와 인플레가 혼재된 상황에서는 정책이 일정한 방향을 찾기까지 금융스트레스지수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증시 앞날은 ‘구름’이 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4분기 이후에는 완만하지만 증시 앞날에 낀 구름이 서서히 걷힐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증시 앞날에 구름이 낄 올 3분기까지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쓸데없는 정보에 전염되는 ‘인포 데믹(info-demic)’과 투자위험에 너무 민감해지는 ‘리스크 데믹(risk-demic)’ 현상이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