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brovnik of Croatia

여전히 크로아티아는 우리에겐 낯선 땅이다. 지도를 펼쳐 봐도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찾아야 할 정도로. 그나마 유럽에서 축구를 잘하는 나라라는 정도가 크로이티아에 대한 지식의 전부다. 그러나 그것은 크로아티아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크로아티아는 전쟁 전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관광지였으며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문화재와 황홀한 자연을 여전히 간직한 땅이다.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에서도 꽃 중에 꽃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The explorer] 아드리아 해의 눈부신 보석, 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 해를 중심으로 이탈리아와 마주보고 있는 반도에 크로아티아가 있다. 구소련이 분리되면서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신생국가인 크로아티아는 독립 선언 이후로 5년간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야 했다. 아직도 아픔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나름대로 주변 국가 중에서 건실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가라 할 만하다.

서두에 살짝 언급한 것처럼 전쟁과 축구 이외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유럽에서는 예전부터 크로아티아의 여러 지역이 인기 높은 관광지였다. 전쟁이 있기 전까지만 한 해 동안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하니 우리나라보다 관광에 있어서는 한 수 위였음이 분명하다.

수도인 자그레브(Zagreb)를 중심으로 놀라운 자연의 신비를 담고 있는 여러 국립공원도 볼거리로 훌륭하지만 아드리아 해 연안의 숨 막히는 비경이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그 가운데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중세 고성 도시인 두브로브니크다.
고성의 한 부분. 주황색과 밝은 회벽돌의 모습이 아름답다.
고성의 한 부분. 주황색과 밝은 회벽돌의 모습이 아름답다.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마을의 멋진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마을의 멋진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된다.
조지 버나드 쇼가 사랑한 지상낙원

‘아드리아 해의 보석’, ‘아드리아 해의 여왕’. 이것은 크로아티아의 최고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의 애칭이다. 허망한 명성이 아니기를 기대하는 관광객의 마음을 안심시켜주듯 이 중세 도시는 감동을 선사해준다.

구불구불한 해안을 따라 도시 초입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풍광이 아름다운 해안 도시를 넘어서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언덕을 하나 넘어서자 모든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깎아지른 듯 가파른 산등성이에 누군가 선을 그은 듯 지그재그로 나있는 도로도 그러하고 도로 끝자락에 내보이는 중세 도시의 모습은 숨이 턱 하고 막힐 만큼 아름답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아닌 은은한 수은등 아래 다소곳하게 들어앉은 고성의 모습은 주변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면서 여행객이 할 말을 잃게 한다. 그저 바라다보이는 겉모습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심하게 흔들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 굽이굽이 돌아내려가는 동안 보이는 이 도시의 파노라마는 끊임없이 가슴에 들어앉는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두브로브니크를 선정한 것이나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지구상의 낙원을 보려거든 두브로브니크로 가라”라고 한 말이 결코 허울 좋은 포장이 아니었음이 실감난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전쟁이 한창이던 1991년에 프랑스 학술원장을 비롯한 세계의 지성인들이 범선을 띄우고 두브로브니크를 지키려고 했다는 이야기에서 이 작은 중세 도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무언가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 어찌 국적이나 인종이라는 울타리로 제한될 일인가.
[The explorer] 아드리아 해의 눈부신 보석, 두브로브니크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선 도시

크로아티아 최남단 아드리아 해의 연안 도시인 두브로브니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7세기부터다. 베네치아를 연상케 하는 수상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모양을 갖춘 것은 13세기의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벌써 800여 년의 역사를 두고 중세와 근현대를 두루 경험한 역사적인 장소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세를 거치면서 무역의 중심지로 우뚝 선 두브로브니크는 험난한 정세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영역을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중요한 거점으로 인식돼 왔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침공 당시에 주변 국가의 도움으로 전쟁의 피해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독립 과정에서 빚어진 전쟁의 피해는 피할 재간이 없었다. 고성 위로 쏟아진 엄청난 양의 폭탄들. 부서지고 깨져버린 세계문화유산으로 남을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두브로브니크는 다시 일어났다.

지난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포탄에 의해 상처 입은 성벽들이 옛 모습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한번쯤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실로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노천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관광객들
노천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관광객들
구 시가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거리의 화가
구 시가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거리의 화가
운치와 낭만이 전해지는 고성의 거리

뇌쇄적인 태양 빛이 아드리아 해를 훑고 지나가면서 해안선에 자리한 두브로브니크에 멈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구름 사이에 비치는 한줄기 햇살이 도시의 고성에 다양한 의미와 수식어를 붙이게 만든다. 바다와 조화를 이룬 고성의 모습은 마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연인을 본 것처럼 여행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구 시가지 골목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구 시가지 골목
고성은 높이 25m의 벽으로 둘러쳐져 있다. 둘레 길이만 해도 2km에 달한다. 가히 세계 최고의 성벽 가운데 하나라 말할 수 있을 법한데 16개 탑이 각각의 모양으로 성의 중후함을 돕는다.

성 안으로 들어서면 성벽 사이로 난 작은 도로를 지나게 되는데 성벽에서 전해오는 질감이 결코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손을 대면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마구 쏟아낼 것 같은 느낌 때문일까.

고성 내부에 들어서면 중심 거리라 할 수 있는 292m의 스트라툰이 고성을 관통하고 있다. 번들거리는 넓은 대리석 거리가 주변 건물들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노천카페에서 차를 즐기는 시민과 관광객의 모습에서는 여유가 묻어난다.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은 첨탑 아래 조각상도 그러하고 작은 골목 하나마다 배어나는 중세 도시 분위기에서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먼저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은 관광지로 남기 위해 잘 포장된 상업적인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는 삶의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광지의 면모를 제대로 살리기 위함보다는 옛 모습을 최대한 되찾고자 노력했단다.
도시를 구경하다 보면 광장에서 만나게 되는 노점상들이 반갑다. 현지인은 물론 여행객들도 이곳에서 흥정을 하며 물건을 구입한다.
도시를 구경하다 보면 광장에서 만나게 되는 노점상들이 반갑다. 현지인은 물론 여행객들도 이곳에서 흥정을 하며 물건을 구입한다.
스트라툰을 중심으로 주요 볼거리들이 집중돼 있다. 거리의 시작점에 있는 성 블레즈 광장의 오란도 기사 상을 중심으로 성당, 궁전, 미술관, 극장, 학교 등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줄지어 도열하고 있다.

성 안에서 만나는 프란체스코 수도원에는 1391년부터 운영돼온 약국이 하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중세 시대고성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약국의 역사가 무려 600년이 훌쩍 넘었다니 놀랄 일이다.
[The explorer] 아드리아 해의 눈부신 보석, 두브로브니크
점차 아드리아 해의 햇살이 빛을 잃어갈 무렵이면 두브로브니크의 고성은 낭만의 거리가 된다. 상점들은 서서히 문을 닫는 반면 이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가로등 불빛 아래 은은한 불빛을 하나 둘 더해간다.

이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결코 크지 않다. 작고 아늑한 분위기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을 지을 당시 커다란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성 안에 차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자들은 그것이 전혀 서운하지 않다. 도리어 즐겁기만 하다. 테이블이 고작 대여섯 개인 작은 재즈 바에서 자욱한 담배 연기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그리고 멋진 재즈 뮤지션의 음악과 만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황홀한 추억거리가 된다. 흑맥주 한 잔에 나이 지긋한 뮤지션들과 미소를 주고받다 보면 이국의 밤은 흥겹게 흘러간다.

Travel Tip

교통
인천국제공항에서 크로아티아로 바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일단 유럽의 주요 도시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크로아티아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 대한항공을 이용한다면 인천~빈 직항 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비행시간은 약 12시간. 두브로브니크까지 비행기로 약 1시간 25분이 소요된다.

숙박
두브로브니크에서는 고성 안에도 숙박시설이 있지만 고성 앞에 위치한 도로변에 숙박시설이 많다. 가격대도 다양하고 시설도 현대적이다. 호텔에 대한 정보와 가격은 사이트를 참조하자. 두브로브니크의 공식 사이트는 www.dubrovnik-online.com.

기후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나타나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따뜻한 편이다. 5월부터 9월까지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 하겠다.

음식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답게 해산물 요리가 싸고 싱싱하다. 하지만 음식은 조금 짠 편이다. 짠 음식을 싫어한다면 주문을 할 때 덜 짜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이곳의 아이스크림은 추천할 만하다. 고성 거리를 걷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글·사진 오상훈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