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원 해미소한의원 원장

주진원 해미소한의원 원장은 한때 공황장애, 우울증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07년에는 자살을 계획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황장애, 우울증 환자들을 치료한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주 원장의 생활건강법을 소개한다.
[Health Care] 공황장애·우울증에서 탈출하는 생활건강법
주진원 해미소한의원 원장은 우울증을 앓은 경험 때문에 신체적 건강보다는 정신적 건강에 방점을 찍는다. 2006년경부터 3년간 주 원장은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그중 1년은 매일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극심하게 앓았다.

“2007년에만 세 번 자살을 계획했습니다. 우울증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자살을 계획한 거죠.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의 회복단계에서 자살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몇 번 자살을 연기하다 보니 죽고 싶은 생각마저 사라지더군요. 개업보다 폐업이 어려운 거 아니겠습니까.”

쉼 없이 달려온 삶, 뒤돌아보는 순간 찾아온 우울증

주 원장의 우울증은 2000년 한의원을 개원한 후 6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결과였다. 주말도 없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는 그를 삶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갔다. 극심한 우울증에서 생환한 그에게 정신 건강은 늘 따라다니는 화두 같은 것이다.

그는 자신만이 우울증의 희생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의 자살 통계를 보면 1시간에 세 명이 자살 시도를 하고 그중 한 명이 자살에 성공(?)한다. 많은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우울증이 자살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고 있다. 그는 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울증 이전에는 공황장애를 겪었다. 재수를 할 때였는데 8년 가까이 공황장애로 고생했다. 예전에는 공황장애가 그리 흔치 않은 병이었는데, 요즘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로 고통을 겪는다. 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도 현빈이 공황장애로 고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운동선수 중에서도 공황장애로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치료는 그 원인을 없애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린 시절 겪었던 트라우마를 없애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어린 시절 나쁜 기억이 있다. 그 나쁜 기억이 계속 순환하며 종국에는 우울증을 낳게 한다.

아이를 잃은 엄마에게 가장 좋은 치료가 아이를 낳는 것이듯, 우울증 환자에게는 나쁜 기억을 대신할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자면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세 가지 증상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우울증이든, 공황장애든 정신과 관련된 병은 대부분 세 가지 증상을 보입니다. 머리가 아프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며, 잠을 설치는 겁니다. 세 가지 증상이 서로 악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숙면과 신경안정에 도움이 되는 칼슘제 규칙적으로 섭취
[Health Care] 공황장애·우울증에서 탈출하는 생활건강법
이 중 주 원장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숙면이다. 우울증과 불면증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면장애가 오랫동안 이어져 불면증으로 악화되면 자연스럽게 우울증이 찾아온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늘 시끄럽고 밤늦게까지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 그는 이런 환경을 철저히 차단하고 12시부터 6시까지 하루 6시간은 반드시 숙면을 취한다.

다음으로 음식이다. 밥을 못 먹는 게 정신에 무슨 영향을 줄까 싶지만, 사실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고 하지 않던가.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면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환자들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잘 먹게 하는 것’입니다. 알코올중독자들 중에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밥을 먹으면 그만큼 술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배고플 때도 밥 대신 술을 찾죠. 우울증 환자들도 밥을 못 먹는 것은 이들과 비슷해요.”

영양분 섭취가 충분하지 못하면 신경안정과 밀접한 칼슘이 부족해져 우울증을 심화시킨다. 칼슘은 신경안정에 필수적이다. 칼슘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비타민D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D는 햇빛을 받아야 몸에서 생성된다. 따라서 주 원장은 원장실에 큰 창문을 내고 틈나는 대로 햇볕이 드는 창문에 다가가 해바라기를 하곤 한다.

땀을 내는 것도 건강 유지에 좋은 방법이다. 높은 산이 아니더라도 나지막한 산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오른다. 등산은 수면과 정서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뜨거운 물로 하는 샤워도 좋다. 그는 일주일 2회 정도 뜨거운 물 샤워를 즐긴다.

마음의 병은 스스로 자각하는 게 최우선
[Health Care] 공황장애·우울증에서 탈출하는 생활건강법
주 원장은 다음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라고 권한다. 우울증은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외국의 통계를 보면 자살하는 사람 중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을 가진 이들이 많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반인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의사, 특히 외과 계열 의사들의 자살률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하루 종일 환자들을 만나는 주 원장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음악이다. 음악은 정서적인 안정에 좋다. 2년 전부터 주 원장은 색소폰을 불기 시작했다. 악기를 다루면 신체적으로 숨을 깊게 들이쉬는 운동을 하게 되고 곡을 통해 정서적 안정도 꾀할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다. 좋은 멜로디의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도 긴장을 풀어준다.

주 원장은 와인을 하루 3분 1잔씩 규칙적으로 마신다. 와인엔 알코올이 들어 있기 때문에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준다. 혈액 순환을 돕기도 한다. 그는 한국인들에게는 드문 태양인 체질이다. 태양인 체질엔 포도 계통의 음료가 잘 맞는다. 그는 건강 팁으로 태음인에게는 고량주를, 소음인에게는 막걸리를, 소양인에게는 차가운 성질의 맥주를 권했다.

와인은 긴장 완화뿐 아니라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2008년의 일이다. 그해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내몰렸던 그가 조금씩 회복되던 때다. 해가 바뀌고 얼마 안 돼 친구가 와인을 한 잔 하자고 했다. 그 자리에서 친구로부터 젊은 신부님을 소개받았다. 얼마 후 신부님이 러시아로 발령이 나 떠나면서 그에게 책 두 권을 보냈다. 그중 한 권이 <내 나이 마흔>이라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는 점점 빠져들어 갔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그대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란 사실 본인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자신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문제로 방황하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1년 동안 무슨 짓을 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을 계기로 우울증과 완전히 작별하게 됐습니다. 마음의 병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분노가 쌓여 생기는 화병, 무기력증으로 생기는 우울증, 불안과 공포로부터 비롯되는 공황장애가 그것입니다. 이런 병들은 ‘스스로 병을 자각하는 순간’ 반 이상 치료가 됩니다.”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