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jasthan of India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 국경과 맞닿은 지역을 라자스탄이라 부른다. 라자스탄은 광대한 타르 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지만 인도의 어떤 지역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라자스탄에서 만나는 개성 넘치는 도시들과 그 도시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는 여행객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The Explorer] 전설이 깃든 영욕의 땅, 인도 라자스탄
인도를 잠시 떠올려보자. 거리에는 삐쩍 마른 걸인과 소가 즐비하고 중세 봉건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카스트제도가 여전히 남아 있는가 하면, 수많은 문화유적과 독특한 관습,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공존한다.

세계 4대 종교의 하나인 불교와 힌두교의 발상지이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들이 존재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결국 이러한 다양함은 인도에서 만끽할 수 있는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된다.

그러나 인도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에게 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그들이 풀어내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는 여행자들을 인도로 끌어들이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점에서 라자스탄은 온전히 인도의 다양성을 담아낸 가장 매력적인 주(州)임에 틀림없다.

라자스탄은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궁전, 산과 호수, 웅장한 고성과 신비로운 전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으로 뒤엉킨 매력적인 땅이다.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채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라자스탄의 여러 도시들은 모험과 낭만의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라 할 만하다.

또한 라자스탄에는 잊기 힘든 로맨틱한 공기와 정열이 스며있다. 라자스탄 사람들은 강렬한 색깔로 자신들을 표현한다. 빨강, 노랑, 파랑, 분홍 등 선명한 사리를 두른 여인들은 갖가지 은장식을 목이나 손, 발목, 심지어는 코에다 끼우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방인을 주시한다.

이처럼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물동이를 인 채 유유히 걸어가는 라자스탄 여인들의 모습은 가히 사막의 꽃이라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다. 사내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머리에 터번으로 자신들만의 색을 표현한다. 형광색 터번을 쓰고 낙타의 그림자를 벗 삼아 서서히 사막 속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에는 라즈푸트 전사들의 당당함이 엿보인다.
해지는 타르 사막의 풍경은 여행객에게 그 자체가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진한 감동을 선사해 준다.
해지는 타르 사막의 풍경은 여행객에게 그 자체가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진한 감동을 선사해 준다.
라자스탄의 도시들은 수백 년의 역사를 담고 있어 간단한 기념품을 파는 상점마저도 예사롭지 않다.
라자스탄의 도시들은 수백 년의 역사를 담고 있어 간단한 기념품을 파는 상점마저도 예사롭지 않다.
가슴 속에 들어앉는 라자스탄의 도시들
자이푸르는 분홍빛의 도시라 불린다. 그래서인지 상점의 페인트 색감도 분홍색이다.
자이푸르는 분홍빛의 도시라 불린다. 그래서인지 상점의 페인트 색감도 분홍색이다.
라자스탄에는 자이푸르, 조드푸르, 자이살메르 등 절벽에 둘러싸인 웅장한 고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가 유난히 많다. 이 고성들은 피로 얼룩졌던 라자스탄의 고단한 역사를 알려 준다.

예로부터 이 지역은 인도와 주변 국가로 통하는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때문에 평지에 성을 세웠던 인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곳은 외침에 대비하기 위해 주로 절벽에 성을 세웠다.

자이푸르의 자이가르 성(Jaigarh Fort), 조드푸르의 메헤랑가르 성(Meherangarh Fort), 자이살메르의 자이살 성(Jaisal Castel) 등이 모두 적이 침범하기 힘든 천혜의 요새에 만들어진 성들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과거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졌던 이 고성들은 오늘날 훌륭한 관광 자원이 돼 라자스탄을 빛나게 하고 있다.
우다이푸르의 레이크팰리스에서 만난 인도 여인. 화려한 장신구와 사리도 매력적이지만 환한 미소가 더 기억에 남는다.
우다이푸르의 레이크팰리스에서 만난 인도 여인. 화려한 장신구와 사리도 매력적이지만 환한 미소가 더 기억에 남는다.
라자스탄은 인도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이다. 주 북부에서는 인더스문명의 도시 유적이 발견됐다. 이 지역이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서기 4~6세기경 굽타 왕조 때다. 8~12세기에는 오늘날 라자스탄의 특색과 전통을 이루는 골간이 되는 라즈푸트의 여러 왕조가 흥망했다.

라즈푸트의 왕조들은 인도 신화에 나오는 전설적인 영웅 ‘라자’와 결부시켜 스스로 왕자를 뜻하는 ‘라즈푸트라(Rajputra)’라고 불렀다. 라자스탄이란 주의 이름은 바로 여기서 따온 것이다.

라자스탄에 여러 도시들이 있지만 훌륭한 문화유산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표적 도시를 고르라면 대번에 자이푸르, 조드푸르, 우다이푸르를 꼽게 된다.

이곳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라자스탄의 기본적인 맥락을 짚는 셈이다. 물론 낙타 사파리로 유명한 자이살메르와 같은 사막 지역이 주는 독특함도 무시할 수 없다.
3 자이살메르 성 앞에서 만난 노인 악공. 관광객에게 구슬픈 라자스탄 음악을 들려준다. 4 사막의 배라 불리는 낙타. 낙타를 타고 하루를 보내는 일은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된다.
3 자이살메르 성 앞에서 만난 노인 악공. 관광객에게 구슬픈 라자스탄 음악을 들려준다. 4 사막의 배라 불리는 낙타. 낙타를 타고 하루를 보내는 일은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된다.
무한한 자부심을 간직한 전사의 후예들

힌두교를 신봉하는 라즈푸트족은 용맹스러운 전사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들은 죽을지언정 전쟁에서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다. 전세가 불리하면 여자와 아이들은 적을 피해 불 속으로 뛰어들고, 전사들은 죽음만이 기다리는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조하르(Johar)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1568년 무굴제국의 황제인 악바르가 라자스탄의 중심지인 치토르가르를 공격했을 때 치룬 조하르 의식은 전설이 돼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라즈푸트족의 이러한 용맹 때문에 인도 전역을 통일했던 무굴제국도 라자스탄 지역만은 무력에 의한 점령 대신 혼인 등을 통한 타협책으로 그들을 끌어안았다.
자이푸르에 위치한 암베르 성을 올라갈 때 코끼리를 탈 수 있다.
자이푸르에 위치한 암베르 성을 올라갈 때 코끼리를 탈 수 있다.
여인들은 절개를 미덕으로 여겨 남편이 죽으면 자신의 몸을 불 속에 내던지는 서티(Sati) 풍습을 지켰다. 이러한 전통은 라자스탄 사람들의 불굴의 의지와 긍지를 상징한다.

오늘날 라자스탄은 인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고 문맹률이 높은 저개발 지역이지만 주민이 갖는 무한한 자부심은 바로 이런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분명 라즈푸트의 화려한 영광은 과거의 이야기다. 하지만 첫새벽의 여명을 받아 붉게 빛나는 황금빛 고성과 분홍빛 사리를 두르고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는 여인의 뒷모습, 낙타와 함께 거친 타르 사막을 가로지르며 보았던 그 모든 풍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낙인처럼 깊이 기억에 남아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준다. 이것이 라자스탄의 매력이며 라자스탄을 그리워하는 이유다.


[Travel Tip]

교통
아시아나항공과 인도항공이 델리까지 직항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타이항공이 방콕을 경유해서 델리로 취항한다. 항공료는 계절에 따라 100만~125만 원 정도. 델리에서 각 도시들은 기차로 연결돼 있어 이용하는 데 어렵지 않다. 야간열차의 침대칸을 이용하면 숙박비도 절감된다. 우다이푸르나 조드푸르 등지에서는 침대버스도 운행하지만 기차보다는 불편하다.

숙박
라자스탄의 주요 도시들은 관광도시라 숙소를 찾는 데 어렵지 않다. 다만 숙소의 스타일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옛 궁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까지 도시마다 자리하고 있다.

특히 자이살메르는 도시 전체가 호텔과 레스토랑, 쇼핑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호텔이 있다. 호텔은 크게 성 내와 성 밖의 호텔로 분류할 수 있는데, 성 안에 있는 호텔들은 위치 때문에 비싸다. 추천하고 싶은 호텔은 성 안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이다.

마하라자가 살던 궁전의 일부를 개조해서 만든 호텔로 작은 정원이 있고, 옥상에서는 성 안팎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예약이나 호텔 시설과 관련된 사항은 홈페이지(www.paradiseonfort.com)를 통해서 검색할 수 있다.

여행 시기
여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행하기 가장 적당한 계절을 말하자면 겨울이다. 9월부터 4월 초까지 날씨가 서늘한 편이라 여행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는 우기가 오기 전 더운 기간이고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는 우기다.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사뿐만 아니라 자이살메르의 모든 숙소들 또한 자체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낙타 사파리는 여행사마다 코스와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고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란탐보르국립공원 사파리
자이푸르 인근에 있는 란탐보르국립공원은 야생 호랑이로 유명한 곳이다. 현재 35마리의 야생 호랑이를 비롯해 수많은 새, 사슴, 원숭이, 악어, 표범 등이 서식하는 이곳은 인도에서 가장 이색적인 곳 중 하나다.

글·사진 오상훈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