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 임대사업을 하는 김예은(62) 씨는 요즘 들어 보험료 때문에 생활이 너무 빠듯하다면서 센터를 방문했다. 상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소득도 있고, 지금 나이에는 연금을 받으면서 행복한 노후를 즐길 때인데, 어떤 보험을 가지고 있길래 그런 하소연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김예은 씨는 10여 년 전 사업체를 운영하던 남편이 과로로 사망하자 사업이 파산했다. 주변 사람들의 배신 등 정신적인 어려움이 겹쳐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2년쯤 후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상가 건물, 아파트 한 채, 은행의 금융자산이 전 재산이었다.
[Risk Care] 은퇴생활자를 위한 보험 리모델링
그 전에는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남편이 모든 것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본인은 전혀 자산관리에 신경을 안 썼는데, 요즘 상가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도 많이 나오고, 생활비도 빠듯한 느낌이 지속돼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평소에도 베풀고, 나누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어려운 할머니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해 5000원짜리 한 장이라도 드려야 하고, 주 1회는 봉사활동을 나간다고 했다.

상가 임대료도 10년째 그대로 받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정이 많다. 정이 많다 보니 보험회사 FC(Financial Consultant)가 와서 상품 가입을 해달라고 하면 상품 내용도 확인해보지 않고 사인해주고, 믿으니까 잘 해달라고 하는 것이 다였다고 한다.

김 씨의 인생 목표와 재무 목표, 현재 삶의 모습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을 썼다면 60세 시점에 연금 상품을 가입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씨가 현재 보유한 보험은 총 33건이었다.

이 중 딸과 사위를 피보험자로 한 건강보험이 9건, 본인의 보장성 보험 12건, 저축성(연금 포함) 보험 12건이 있는데 돈은 모두 김 씨가 내고 있었다. 이 중 지금도 내고 있는 보험료는 총 17건에 월 450만 원이다. 재작년 이후에 가입한 연금보험이 변액연금 월 50만 원, 공시형 연금 월 50만 원이고 납입기간은 각 6년, 16년 남아 있었다.

임대료를 제때에 못 받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상가임대 소득으로 월 650만 원이 나오고, 현재 수령이 개시된 연금보험에서 연 500만 원씩을 수령하고 있다. 지출 내역을 보면 주로 친구들과 식사하고 만나서 여행 다니며 골프 등 운동을 하는 데 월 생활비 300만~400만 원은 기본으로 나간다고 한다.

또한 하나밖에 없는 딸 가족의 생활비에도 많은 지원을 해줘 지출이 많은 달은 월 800만 원 정도의 현금흐름을 보였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 월 450만 원의 보험료가 김 씨에게는 버거운 금액이 될 수밖에 없다. 빠듯하게 느끼는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문제가 되는 김 씨의 보험증권을 받아 보험 내역을 정리해 보았다.

보험상품의 유지, 감액, 해약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예전에 가입한 보험은 이미 납입이 완료됐고 만기가 70~80세까지인 상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우선순위인 현금흐름의 개선을 위해 아직 보험료를 납부하는 보험상품 중 잔여 납입기간, 보장 범위, 보장기간을 기준으로 해약, 감액, 유지를 결정했다.

우선 납입기간이 얼마 안 남아 1~2년 안에 납입이 완료되는 상품은 유지하기로 하고, 납입기간이 5년 이상, 10년 혹은 종신토록 내야 하는 보험은 우선적으로 해약이나 감액을 고려하기로 했다.

특히 김 씨는 지금 보험을 해약, 감액 후 추가로 가입이 어려운 나이이므로 현금흐름 상의 문제점만을 생각해 과도하게 상품을 해약해서는 안 된다. 60~70대 이후 더욱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상해 보상을 위한 충분한 보장을 확보한 후 해약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장성 보험 중 납입기간이 많이 남은 상품 중 보장 범위가 기존 완납한 보험의 보장과 중복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00화재 실손보상형 상품과 딸의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사용할 00생명의 SS유니버셜종신보험은, 보장 범위는 유지하고 보험료만 51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감액해 유지하도록 했다.

이외에 CI보험은 납기가 10년 이상 남은 상품이고 보장 내용도 중대질병에 대한 진단비에 편중돼 다른 보험의 보장과 중복돼 해약하기로 했다. DD유니버셜종신보험도 작년에 가입해 납입기간이 80세까지로 상당히 길고 SS유니버셜종신보험으로 2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해약하기로 했다.

저축성 보험 중 납입기간이 2년 이상 남은 상품이 3개. 소득공제용 연금보험 25만 원과 공시형 연금보험 50만 원, 그리고 변액연금보험 50만 원이다. 이 중 소득공제용 연금보험은 임대사업자로 종합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유지하기로 하고, 나머지 두 상품의 유지 여부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었다.

우선 공시형 연금 상품은 안정적으로 운용이 되고 복리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앞으로 납입기간이 8년 남아있어 70세 이후에나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 생활비가 가장 많이 필요한 시점은 은퇴 직후 10~20년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면 지금 활동기에 필요한 행복자금의 사용을 70세 이후로 미뤄놓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미 가입돼 있는 연금보험 상품들이 65~70세에 연금이 개시되기 때문에 임대소득과 기존 연금 상품을 통해 70세 이후에는 안정적인 기본 생활비 월 500만 원 정도는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시형 연금보험과 변액연금보험은 정리하기로 했다.

위와 같은 보험 상품 분석을 통해 추가로 상품 가입 없이 보험료 대비 최대의 보장을 받으면서 70세 노년 이후 생활비도 적정 수준으로 마련하고 현재의 생활에서도 임대 및 연금 소득으로만 생활할 수 있도록 현금흐름을 개선했다.
[Risk Care] 은퇴생활자를 위한 보험 리모델링
과연 좋은 보험과 나쁜 보험이 있을까?

아마도 본인에게 잘 맞는 보험이라면 좋은 보험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보험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조건에 맞지 않는 보험이라면 나쁜 보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은퇴 후에 안정적인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연금 상품도 당장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일정기간 동안 보험료를 불입해 연금을 받는 상품보다는 즉시형 연금이나 일시금을 넣고 이자만 연금으로 수령하면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자지급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반면 아직 은퇴가 많이 남은 젊은 사람이라면 장기투자와 분산투자의 효과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 비중이 높은 변액연금에 가입해 인플레이션을 헤징하며 은퇴자금을 마련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보험은 삶에 있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친분에 의해 들어주고 내가 가입한 보험이 어떤 보장이 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보험에 가입했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보장이 되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을 가진다면 구멍 뚫린 그물망을 바라보면서 ‘괜찮겠지’ 하고 고공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보험을 가입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본인의 보험가입 상태는 적절한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 money Tip >

보험 가입 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

1 보장기간이 길어야 함
2 보장 범위에 제한이 없음
3 다양한 특약을 부가할 수 있어야 함
4 본인의 나이와 소득 수준에 맞는 보험료
5 가족력 고려, 집안의 가장, 배우자, 자녀에 맞는 개인 맞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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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희
_ 삼성화재 FP센터 FP팀장 seuhee80.h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