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가솜씨
봄의 문턱. 오감(五感)으로 봄의 기운을 맞이하며 식도락을 즐길 만한 곳을 찾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서울 삼성동 선릉숲을 통창으로 내다볼 수 있는 퓨전 한식당이 얼마 전 문을 열었다는 것. 뉴욕의 레스토랑 같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주인장이 도시락을 싸다 말고 주방에서 반갑게 달려 나왔다. 레스토랑의 이름은 그의 성을 따 ‘옹가솜씨’다.
옹씨집 둘째딸 솜씨, 퓨전으로 거듭나다
영어 강사직을 청산(?)하고 3년 넘게 사돈어른을 따라다니며 어시스턴트를 한 결과 한식요리의 비법을 배울 수 있었다. 한식의 기본기를 다지고 나니 푸드 스타일링에 욕심을 냈고, 두 가지 영역에 자신감이 생겼을 때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열었다.
말 그대로 테이블 하나만 운영하는 퓨전 한식 레스토랑. 프랑스·일본식을 접합시킨 요리로 코스 요리만을 제공하며 ‘딱’ 한 테이블만 운영했지만 국회의원, 최고경영자(CEO) 등 소위 VIP 손님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옹 대표가 ‘옹가솜씨’라는 평수 넓은 레스토랑을 여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꼭 자연을 벗하는 레스토랑을 내겠다’는 평생소원은 6개월 전에 이뤄졌다. 삼성동 선릉을 바로 접하고 있는 갤러리 자리가 났다는 소식에 욕심부터 냈다. 무려 120평(397㎡). 시작치고는 살짝 ‘오버’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나 다행히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흔치 않은 성씨를 가진 주인장은 레스토랑 상호에도 자신의 성을 집어넣었다. 혹 ‘옹가’에서 도자기를 먼저 연상했다고 한다 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옹가솜씨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식기들은 대량 생산으로 세상에 나온 그릇들이 아니라 도예가들이 빚어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도자기 그릇들이기 때문이다.
눈으로는 숲을, 입으로는 건강식을
퓨전 한식에 식상한 필자를 위해 옹 대표는 대표 메뉴를 연이어 내어왔다. 그런데 깐깐한 잣대를 한껏 치켜세우고 있던 것이 이내 미안해진다. 조미료의 흔적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맛. 첫 느낌은 조금 싱거운 듯했지만 이내 개운하게 혀를 위로(?)하는 ‘간’ 솜씨에 칭찬이 절로 나왔다.
최고의 ‘효자 메뉴’라는 채끝등심구이는 깻잎과 영양부추를 버무린 샐러드와 나오는데,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나오는 고기에 샐러드를 얹어 입에 넣으니 야들야들한 고기와 싱그러운 샐러드가 입 안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조금 허전하다 싶으면 옹 대표가 개발한 특제 소스인 된장 발사믹 소스를 살짝 곁들이면 더욱 기가 막히다.
지극히 한국적인 도자기 그릇에 담아내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음식. ‘독창적’이란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새우 등을 갈라 단호박을 넣고, 감자튀김을 마치 미니 도넛처럼 동글동글하게 튀겨서 쌓아 내어오는가 하면 영양식의 아이콘 단호박은 샐러드로 대변신해 작은 탑처럼 쌓아 낸다.
보통은 접시에 깔리는 신세였던 아스파라거스가 떡 하니 제 키를 있는 대로 키워 단호박 옆을 지키며 섰다. 모양에 눈이 너무 현혹되나 싶어 들깨국수를 주문해봤다. 삼삼한 간이 처음엔 느끼한 듯하지만 먹을수록 괜찮다싶다. 깻잎 한 장으로 곱게 밥알을 돌려 말아낸 주먹밥 솜씨에는 빙그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옹가솜씨의 인기 아이템으로 도시락을 빼면 섭섭하다. 강남 일대 로펌이나 금융회사들의 ‘런치 미팅’ 메뉴로 이미 입소문이 난 상태. “몸이 열 개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옹 대표의 말이 그저 농담은 아닌 것 같다.
전화 02-562-3451
오픈 11:30~24:30(연중무휴)
가격대 샐러드 1만5000원 선, 채끝등심구이·해물스튜 3만3000원, 계절 국수류 8000~9000원, 도시락 1만5000~5만5000원, 프라이빗 룸(3개) 예약 시 1인당 코스 10만 원 선
기타 발레파킹 가능(2000원)
글 장헌주·사진 서범세 기자 c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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