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번씩 잊지 않고 나를 찾는 님이 있어 친절하게 문자 메시지도 보내 주고, 전화도 해준다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하지만 내용이 “편리하게 낮은 이율로 즉시 대출 가능합니다”라면 매번 곤혹스럽게 “괜찮습니다.

회의 중입니다”만 연발하게 된다. 수많은 대출 안내전화들은 그만큼 대출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만약 대출받은 상태에서 여유자금이 생겼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출금을 상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아마도 많은 분이 이런 반응을 보일 것 같다. “빚이 많은 데 무슨 투자를 하란 말씀인지. 빚부터 갚아야지 어떻게 투자를 해요. 앞으로 담보대출 금리가 많이 오를 것 같아요. 지금도 이자 갚기가 보통 버거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은 다르다. 혹시 대출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대출상환 계획과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다른 시각도 가져 보자.
[RISK CARE] 시소 한 번 타 볼까요?
1) 대출상환과 투자 포트폴리오

고객 재무상황 및 니즈

의원을 운영하는 나치료(42) 씨는 개원자금 3억 원(연 대출이자율 6%)을 중도상환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빨리 갚고 싶어 한다. 연평도 포격, 북핵 등으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빨리 부채를 청산하고, 해외 부동산을 구입해 이민 가고 싶어 한다. 저축 가능 금액은 월 1000만 원인데 보다 효율적인 부채상환 방법은 없을까.
[RISK CARE] 시소 한 번 타 볼까요?
우선 고객이 느끼는 부채에 대한 부담감을 스스로 줄여야 한다. 부채 규모가 크든 작든 일반적으로 채무자 입장이 되면 부채에 대해 어느 정도 부담을 느낀다. 개인에 따라 자나깨나 불조심이 아닌, 자나깨나 부채상환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고객의 재무구조에 맞는 적절한 투자 기회가 생겼을 때, 부채로 인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게 하고, 나아가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적당한 시기에 자산 형성의 기회마저 놓치게 한다.

표 A는 1안과 2안 실행 후 각각 자산현황을 나타낸 것이다. 1안을 선택한 경우, 부채상환 기간이 2안보다 훨씬 짧아지지만 상환 시점의 자산은 하나도 없게 된다. 또한 1안의 경우 상환이 완료되면 라이프사이클상의 또 다른 재무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대출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새롭게 발생한 대출을 위해 모든 저축가능 금액을 또다시 상환하는 데 사용하게 돼 계속 부채상환을 위해 일한다는 느낌이 들고, 평생을 부채만 갚다 은퇴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런 사이클이 개인의 신용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오로지 부채상환을 목적으로 하게 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각 금융기관 간의 거래가 줄어 개인의 신용도에 심한 타격을 입으며, 향후 대출심사에 중요한 기준인 개인신용도 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또한, 저축 가능 금액의 전부를 부채상환을 위해 사용하다 보니 자칫 꼭 필요한 위험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 만약 한 가정의 소득원이 끊기게 되면, 나머지 부채상환은 물론 한 가정의 심각한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더욱이 효율적인 재무 전략을 세울 때 기본 전제는 분산투자인데, 한쪽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갖게 돼 향후 자산 형성에도 많은 무리가 뒤따른다.

그렇다면 표 A의 1안 실행 후 2안처럼 남은 38개월 동안 동일조건으로 투자 시 71개월 시점에 자산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표 B처럼 같은 금액인 1000만 원으로 1안보다 2안이 더 많은 자산을 형성했다.

이는 1안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2안의 경우, 과거 10년 전 대출 1억 원이 지금의 1억 원을 상환해야 함은 동일하지만,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화폐가치의 변화를 고려할 때 적정한 부채 수준과 그 기간 동안 대출부담 여력이 가능하다면 기회비용을 충분히 살린 지렛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지금처럼 저금리 시대에 대출이율을 일정부분 상회할 수 있는 투자처를 파악해 보다 효율적인 자산운용 시 대출이율을 제외한 추가 수익도 노려볼 만하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대출상환과 동시에 균형 있는 무게중심을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병행해 보는 것을 고려해보자.

한 번은 이쪽에서 앉아 주고, 다음엔 반대편에서 앉아 주는 것처럼 양쪽 모두 즐길 수 있는 균형 잡힌 시소놀이처럼 말이다. 가령 한쪽에 부채 주머니(규모가 크든 작든)를 올려 놓는다고 가정하자.

반대편엔 그 무게에 상응하는 투자 주머니를 올려 놓아야 양쪽의 시소는 무게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 만약 부채 주머니가 투자 주머니보다 더 크다면 아마도 투자 주머니의 위치를 좀 더 멀리 배치하고 보다 나은 무게중심을 그릴 것이다. 이때, 부채 주머니가 너무 무거워 반대편 투자 주머니를 그대로 땅에 내려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한 것처럼 부채 주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을 것이다.

2) 수익 창출의 Tipping Point

대출 10억 원, 연 이자율 6% 가정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

40억 원 규모의 임대부동산에서 연간 5%의 임대소득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임대보증금 5억 원 외에 연 6%의 대출 10억 원을 받을 경우 과세표준이 8800만 원 이상 38.5%의 최고세율에 해당한다면 실제 부담하는 대출이율은 3.69%[6%×(1-0.385)]다.

10억에 대한 6% 이자는 6000만 원이므로 세금을 감안할 경우 3690만 원으로 실질이자비용이 줄어 드는 셈이다. 다시 말해 이자비용으로 소득이 줄고 이로 인해 다시 세금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연간 임대수입은 2억 원이고 이자비용 3690만 원이므로 1년 수익은 1억6310만 원으로 계산된다. 향후 부동산의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면 대출을 활용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도 꽤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으며, 1억6310만 원의 수익은 또 다른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에 해당하는 개인사업자의 경우

개인사업자에게 있어 10억이라는 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연 이자율 6%의 대출이라면 1년간 대출이자는 총 6000만 원이어서 종업원 여러 명의 연봉과 맞먹는 금액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자를 사업에 필요한 경비로 처리한다면 대출이자가 실제로 사업에 미치는 비용부담은 얼마일까. 소득금액 8800만 원 이상의 소득세율은 38.5%(35%+주민세율 3.5%)이므로 대출에 적용해보면 이자비용을 6000만 원 비용처리할 경우 실제 부담하는 이자율 역시 3.69%[6%×(1-0.385)] 다. 이때 만일 연 3.69% 이상 수익이 가능하다면 대출상환보다는 다른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전문직 대출

대표 직종인 의사를 예로 들면, 신용대출과 리스를 활용해 고가의 의료장비 구입과 병원 개업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대출받을 수 있지만, 대출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연 6%의 이자율로 10억 원을 대출받고, 자기자본 5억 원, 사업소득 월 3000만 원이 발생하는 개원의라고 한다면 10억에 대한 6% 이자 즉, 연간 60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대출이자를 비용처리할 경우 실제 이자율은 3.69%[6%×(1-0.385)]여서, 실질이자비용은 월 500만 원(10억×6%/12)에서 월 308만 원(10억×3.69%/12)으로 줄어든다.

이제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대출 상태에서 여유자금이 생겼을 때 그 여유자금을 새로운 투자자금으로 활용해야 할지 고민될 때 소득세율 최고 구간에 해당할 경우 대출이자율이 6%라면 실제로 부담하는 이자율은 3.69%다. 따라서 투자수익률이 최저 3.69% 이상 보장될 때 복잡한 머리가 조금은 정리가 될 것이다.
[RISK CARE] 시소 한 번 타 볼까요?
김성률 _ 삼성화재 FP센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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