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 최근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급속한 과학기술 발전 등으로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대는 위기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미래 트렌드를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예측을 잘해서 국운을 좌우한 사례들이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전형적인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는 떨어지는 출산율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으로 현재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부상했다.

두바이도 원유 매장량이 얼마 안 가 고갈될 것으로 예측해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부동산, 관광, 무역, 금융 영역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한 결과 불모의 사막을 세계 최고의 도시국가로 변모시켰다.
[MARKET INSIGHT] 또 다른 10년…2010년대에 미래예측은 왜 중요한가?
미래예측을 잘못한 사례들도 많다. 1977년 디지털 장비회사인 DEC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의 켄 올슨 회장은 “집에 컴퓨터를 갖고 있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로 회사의 운명을 좌우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1983년 “우리는 32비트 운영 시스템을 절대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점을 나중에 최대 실언으로 인정했다.

미래예측의 성공과 실패 사례는 한 국가와 기업, 금융사의 생존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2010년대를 맞아 경제주체들은 다가올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비하고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래예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
[MARKET INSIGHT] 또 다른 10년…2010년대에 미래예측은 왜 중요한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만큼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인 아폴로가 미래를 통찰하고 신탁을 했다는 ‘델피의 신전’에서 유래된 ‘델파이 기법(delphi technique)’은 여러 전문가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설문을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수집, 교환함으로써 제시된 의견을 발전시켜 나가는 미래예측 방법이다.

트렌드 분석(trends analysis)은 현재와 과거의 역사적 자료 또는 추세에 근거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 변화의 모습을 투사하는 방법이다. 일련의 데이터에 연장선을 긋는 방법으로 추세를 예측할 수 있으며 수학적·통계적 방법을 활용한다. 경제 성장, 인구 증감, 에너지 소비량, 주가 등 가격변수 등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직관적 예측(intuitive forecasting)은 주관적 판단에 입각해서 미래를 추측하는 방법이다. 추측은 주관적 판단에 기초해 미래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며 추측의 기초는 예측자의 통찰력, 창조적 지각력, 내면의 숨은 지식 등 직관력으로부터 나온다. 예측의 결과는 예측자 자신의 목표, 가치, 신념, 선입견, 편견, 의도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자유토론 기법(brainstorming)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자유로운 토론을 주고받는 가운데 미래에 관한 전망을 종합해 내는 기법이다. 주로 연구 초기에 전반적 상황을 조망하고 연구주제를 구체화하거나 과제를 추출하는 단계에서 널리 사용된다. 정해진 기간 동안 주기적 모임을 통해 미래 전망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해 전략을 수립한다.

미래예측 기법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시나리오(scenario) 기법은 미래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해 각각의 전개 과정을 추정하는 기법이다. 미래의 가상적 상황에 대한 단편적 예측이 아니라 복수의 미래를 예측하고 각각의 시나리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예상해 보는 방법이다.

시나리오 기법의 목적은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이러 이러한 조건들이 만족된다면, 혹은 이러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한다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다.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예측이 실패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더블딥 혹은 공황론’과 마크 파버의 ‘중국경제 붕괴론’은 월가에서 증시 공해로 불릴 만큼 대실수에 해당한다. 국내 증시에서 비관론을 고집스럽게 주장해 일생일대에 한두 번 찾아올까 말까 할 기회를 잃게 한 사람들도 있다.

지난 2년간 주가 상승률이 무려 100%가 넘는 확실한 추세를 읽지 못하는 데에는 각종 예측 시 흔히 범하는 일곱 가지 함정 때문이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월가에서는 ‘루비니-파버의 7대 예측함정’이라 꼬집는 사람들도 있다. 커다란 투자기회를 잃게 한 점을 비꼬는 용어이긴 하지만 각종 예측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교훈을 함축하고 있다.

첫째, 가장 흔하기 범하는 것은 ‘트렌드 분석에 따른 예측함정’이다. 현 시점에서 주도 트렌드를 찾고 그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현 상황이 미래까지 지속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트렌드의 영향력, 방향성, 패턴이 변화할 수 있음을 간과하는 오류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미래예측을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메가트렌드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이 흐름에 부합되지 않거나 불확실해 무시했던 변수들이 현실화되면서 1~2년도 못가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미래 트렌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현재의 트렌드에만 초점을 맞춰 예측할 때 범하는 오류다.

둘째, ‘심리적 편향에 따른 예측함정’이다. 예측자의 오랜 경험과 지식이 독특한 심리적 편향을 유발토록 해 예측모델을 잘못 설정하거나 자료를 편향적으로 선택하게 한다. 또 심리적 편향은 미래예측 과정상의 모델 구성뿐만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올바른 예측을 잘못 해석하게 만든다. 한 마디로 미래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심리적 함정이다.

셋째, ‘고정관념의 함정’이다. 과거 경험과 기존 예측 등이 고정관념으로 작용해 미래예측에 새로운 정보나 변화, 방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오류다. 과거 부동산으로 손해를 본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부동산 투자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넷째, ‘자기 과신의 함정’이다. 자신의 예측, 실행, 판단 능력을 과신한 결과 잘못된 미래예측에 빠지는 것으로 특히 전문가, 경영자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기 과신에 빠진 예측자들이 자신의 정보량을 과대평가해 새로운 정보에 소홀해지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흔히 범하는 오류다.

다섯째, ‘기억력의 함정’이다. 과거 경험했던 재해나 극적인 사건을 지나치게 염두에 두고 미래를 전망한 결과 예측이 비관적, 보수적으로 편향해 흐르는 현상이다. 2003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폭발을 본 사람들은 우주개발 사업을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일본, 중국, 인도 등이 경쟁적으로 달 탐사 위성발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우주개발 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경우다.

여섯째, ‘신중함의 함정’이다. 예측자들이 자신의 예측이 틀릴 것을 우려해 지나치게 신중을 기한 결과 실제 예상보다 보수적이거나 수요자의 생각에 부응하는 예측을 내놓는 경향이 높다.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강세장에서 약세를 외치기가 힘든데 이는 예측이 빗나갈 경우 많은 비난에 시달리며 심각한 후회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세를 따라간 경우에는 대세 자체가 틀려도 비난이 덜하고 후회할 여지가 작아지므로 예측자는 미래에 발생할 후회를 줄이기 위해 신념보다 대세나 중도를 따르게 된다. 증권사까지 포함해 20개가 넘는 국내 예측기관들이 내놓는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에 수렴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곱째, ‘증거 확인의 함정’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 자료 수집과 해석 과정에서 자신의 원래 가설에 부합되는 증거들만 채택하는 성향으로, 미래예측이 편향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다.

미래예측에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미래 방향성에 대한 가설을 먼저 설정하고 그 답을 찾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호 성향이 작동해 자신이 설정한 가설이 틀렸어도 자기 생각을 지지하는 정보에 더 끌리게 된다.
[MARKET INSIGHT] 또 다른 10년…2010년대에 미래예측은 왜 중요한가?
그렇다면 2010년대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이 바뀐다.’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은 지 10년이 지나 또 다른 10년을 맞는 세계인들에게 영국의 시사 경제전문지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를 비롯한 모든 예측기관들이 가장 먼저 역설하는 주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활동을 주도해 왔던 글로벌스탠더드와 전혀 다른 ‘뉴 노멀’ 시대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향후 10년 세계 경제를 특징짓는 현상(루비니 교수)인 뉴 노멀은 종전의 글로벌스탠더드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세계 경제를 주도했던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제 위기 전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스탠더드의 이행강제력은 땅에 떨어졌다.

뉴 노멀 시대에는 세계 경제 최고 단위부터 바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규범과 국제기구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 7개국(G7)에서 중국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주요 20개국(G20)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2010년대 태동될 국제규범은 보다 많은 국가들의 이익이 반영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MARKET INSIGHT] 또 다른 10년…2010년대에 미래예측은 왜 중요한가?
글로벌화 추세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각국의 이익이 보다 강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 신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기구의 회의론과 함께 신역할론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쿼터 재조정이 이뤄졌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 이동과 함께 회의론이 불었던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른 국제기구들도 IMF와 비슷한 운명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기구 간의 연계 움직임도 빠르게 이행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미 WTO와 IMF 간의 연계 움직임이 시작됐다. 갈수록 무역과 금융 등 경제 각 분야가 ‘이분법 경제(dichotomized economy)’에서 ‘불가분 경제(dis-dichotomized economy)’로 바뀌는 상황에서 국제기구가 본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도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1일, 젤리(jelly)형 뉴 노멀을 확고한 준거의 틀인 새로운 스탠더드로 굳히려는 노력이 시작되는 출발선이다. 또 다른 10년이 지나 또 10년을 맞이할 2020년 연말에는 이번처럼 위기에 대한 우려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10년대를 바로 목전에 두고 금융위기를 겪어 그런지 또 다른 10년을 바라보는 시각도 의외로 비관적인 견해들이 많다. 2년 전 비관론자들이 7대 함정에 빠져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2010년대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