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금융개혁(1994~2006)에서는 국유은행과는 별도로 정책은행을 설립하고 중국인민은행법을 제정하는 등 금융기관의 효율성 제고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3단계(2007년 이후)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금융시장 개방을 본격화해 외국 은행에 내국민 대우를 부여하고 인민폐 취급을 허용했으며, 중국 내 은행의 소유구조 개선 및 상장 추진, 외국 은행의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해 왔다.
![[In China]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금융산업의 현주소](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6872.1.jpg)
금융개혁의 결과 중국 금융시장은 2000년 이후 매년 13~15%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금융업 평균성장률인 3%에 비해 4~5배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은행산업에서 중국은행의 비중은 약 18%, 양적으로는 조만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금융대국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미 중국의 3대 국유은행은 시가총액과 세전이익에서 세계 3~4위에 랭크돼 있다. 이들 은행은 높은 이익률을 이어가며 민간 및 외국자본 유치, 기업공개(IPO) 활용 등을 통해 은행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지배구조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익률(ROE)이 19~20%에 달하는 은행들도 있으며, 대표적 국유은행인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13%대, 부실여신비율도 2000년대 초 15~16%에서 2% 전후로 떨어져 재무구조도 건실한 편이다. 해외 전략적 투자자 유치로 지배구조 다양화와 업무의 선진화도 도모해왔다.
![[In China]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금융산업의 현주소](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6873.1.jpg)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 투자신탁 등 전 금융영역에서 국유 금융기관이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은행의 경우 4대 국유은행이 자금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보험 역시 3대 국유보험회사의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둘째, 금융산업 내 심각한 불균형이다. 고성장을 지속하는 국가들이 흔히 그렇듯이 중국도 은행 중심의 간접 금융의존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금융산업 내 불균형이 상당히 심하다. 금융자산 기준으로 보면 은행 99.1%, 증권 0.3%, 보험 0.6% 등으로 한국, 미국 등에 비해 지나치게 은행에 편중돼 있다. 중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대 활황을 보인 2007년에도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자금조달 총액 중 13%로 79%를 차지한 은행대출에 비하면 6분의 1 규모에 불과했다.
현재 중국 금융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자본시장의 발전도 증권회사 자체의 육성보다는 상업은행이 CIB(Commercial & Investment Banking)를 통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은행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3대 국유 상업은행이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대 국유 상업은행의 자기자본만 합쳐도 모든 증권회사의 자기자본 합계의 5배가 넘는 데다 수익도 은행이 금융산업 총수익의 70%나 되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도 은행이나 증권회사에 대한 지분 제한이 있는 한 시기상조다. 결국 상하이 증권시장을 2020년까지 뉴욕에 이어 세계 2대 시장으로 키운다 해도 국유 상업은행이 중심이 되는 한 은행 중심의 중국 금융시스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금리 기능이 여전히 취약
셋째, 각 금융기관별 분리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은행, 증권, 보험회사는 업무상 겸업이 금지돼 있다. 감독기관도 과거 한국처럼 은행, 증권, 보험 등 감독당국이 분리, 설치돼 있다. 다만 겸업주의 법령이 없음에도 중국인민은행이 금융기관의 업무 범위에 대해 심사권한을 갖고 재량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금융겸업화가 진전되고 있다.
주로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겸업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업무 영역이 광범위한 외국계 은행과 경쟁할 때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특징은 여전히 시장금리의 기능이 취약하고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에 비해 현재 5~6%대인 중국 시중금리는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 4~5%를 감안하면 초저금리인 셈이다. 최근 중국당국이 금리를 올렸음에도 중국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고 계속 오르는 것으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으로 인해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여전히 낮은 금리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금리를 계속 올리기도 어렵다.
이 경우 위안화 절상 압력이 더 커질 수 있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국유기업에 자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중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의 가격 기능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정책당국이 가장 중시하는 도구도 금리보다는 통화량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중국 금융시장을 분석하고 변화를 예측하는 데는 특히 시중통화량(M2) 및 통화정책 시계(watch)가 중요하다 하겠다.
중국 금융시장이 나아갈 방향
![[In China]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금융산업의 현주소](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6874.1.jpg)
보고서는 우선 중국 금융감독법률체제가 형성됐지만 향후 금융발전에 필수적인 법규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보험제, 금융기관 퇴출제, 사모펀드 등이 대표적 예다. 다음으로 투자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해 금융기관에 대한 불만이 늘고 있다는 점과 금융행정법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감독기관의 행정권한이 지나치게 강해 금융기관의 경영 관리, 시장 진입, 금융상품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심사제를 채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은행기관의 고위관리층 임명도 반드시 감독기관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금융기관 운영의 유연성이 너무 부족하다.
지지부진한 금융혁신으로 금융의 질적 수준이 너무 낙후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실상 은행에서 여수신상품 외에 취급하는 상품이 거의 없고 예컨대 자본시장에서 회사채시장 발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내지 대출에서 활용도가 늘어나던 자산담보부증권(ABS)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행이 급감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회계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의 양적 성장을 빠르게 이룩한 중국이 금융의 질적 성장을 위해 향후 어떤 정책을 펼칠지 주목된다.
정유신 SC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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