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이익 안정성이 뛰어나고 성장성이 담보돼 있어 상장 이후에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계열사들의 증시 상장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자 주요 그룹들의 투자자금 회수 및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대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대한생명을 시작으로 10개사가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된 데 이어 2011년도 두산, 현대차, 코오롱 등 주요 그룹 계열사 10여 곳이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이익 안정성이 뛰어나고 성장성이 담보돼 있어 상장 이후에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MARKET ISSUE KOSPI] 대기업 계열사 상장 러시…올해도 IPO 봇물
알짜 그룹 계열사 증시서도 인기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이 IPO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주요 그룹 알짜 계열사들의 공모주 청약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2010년 그룹 계열사 상장의 첫 테이프를 끊은 대한생명은 공모금액의 24배에 달하는 4조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뒤이어 삼성생명도 청약자금 19조 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삼성생명은 공모금액도 4조8881억 원으로 국내 증시 사상 최대였다. 2000년 상장 폐지됐다 2010년 5월 10년 만에 증시에 복귀한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는 4980억 원 모집에 120배가 넘는 6조 원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공모주 청약에서 큰 인기를 끌었더라도 상장 이후 주가는 향후 성장성에 따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만도의 경우 업계 1위의 기술 경쟁력이 돋보인다는 평가 속에 상장 넉 달 만에 공모가(8만3000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른 15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60% 이상 웃도는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웅진그룹 계열 태양광 웨이퍼 생산업체인 웅진에너지도 태양광 산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반영되며 상장 이후 줄곧 고공 행진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 경쟁업체 대비 생산력을 강화하고 있어 2011년 이후가 더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0년 4분기부터 증설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3만 원으로 제시했다. 웅진에너지의 공모가는 9500원으로 1만 원에도 못 미쳤다.

이 밖에 아이마켓코리아는 모기업인 삼성그룹의 물품조달 창구 역할을 하면서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은 금리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생명보험 업황 부진으로 공모가 근처를 맴돌며 부진을 나타내고 있다. 홈쇼핑 시장 점유율 3위인 현대홈쇼핑은 채널 연번제 등 규제 리스크가 불거지며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KT의 자회사인 KTcs 역시 공모가 밑으로 밀려난 상태다.

상반기 현대HCN·현대 위아·하이마트 등 주목

2010년 대한생명 등 10개사가 상장된 데 이어 올해도 주요 그룹 계열사 10여 곳이 상장될 전망이다.
2010년 대한생명 등 10개사가 상장된 데 이어 올해도 주요 그룹 계열사 10여 곳이 상장될 전망이다.
1월 두산엔진을 시작으로 새해에도 그룹 계열사 5~6곳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와 코오롱플라스틱, 하이마트, CJ헬로비전 등이 일단 상반기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엔 GS리테일의 상장이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삼성SDS, LG CNS, 서브원 등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는 기업들 중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곳이 나올 것으로 보여 전체 상장 종목 수는 10개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기업은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사인 현대위아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9번째 상장사로 2010년 3분기까지 매출 3조 원에 75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9년 매출은 3조1182억 원, 영업이익은 1226억 원이었다.

현대·기아차 등 전방 업체들의 판매 호조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현대모비스, 만도 등 자동차부품주들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이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위아는 모듈과 엔진, 변속기 등 핵심 부품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공작기계 방산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위아는 오는 3월께 증시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그룹 계열인 코오롱플라스틱과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상장도 주목할 만하다. 코오롱플라스틱은 폴리옥시메틸렌 등 화학원료를 제조·가공·판매하는 업체로 지난해 코오롱에서 분리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나지 않는 화학원료를 개발하는 등 친환경 부문의 성장성이 두드러질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증권을 주관사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하이마트는 2월쯤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11월 말 상장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복수유선방송사업자(M SO) 현대HCN도 관심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HCN이 올해는 주문형비디오시스템(VOD)의 매출 증대와 기존 디지털 가입자 매출 정상화 등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가도 적당한 수준에서 형성돼 상장 직후 단기적 물량 부담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HCN의 2010년 3분기까지 누적연결실적은 매출 1633억 원, 영업이익 156억 원이다.

계열사 상장 수혜주 주목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은 해당 계열사의 증시 상장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 통상 비상장사 주식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보유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LG는 계열사인 LG CNS, 서브원, LG실트론 등 알짜 계열사들이 하반기쯤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 CNS는 전기전자 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시스템 구축 부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고, 서브원은 전략 아웃소싱 사업을 통해 성장성을 강화해가고 있다.

소재업체인 LG실트론도 발광다이오드(LED) 부문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돼 3개사의 상장이 이루어질 경우 LG의 기업가치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기업들도 수혜를 볼 수 있다. 특히 상장과 함께 계열사들 간의 지배구조 개선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이 주목할 대상이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은 삼성SDS와 삼성석유화학 등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위치에 있는 삼성물산은 삼성SDS의 지분을 18%, 삼성석유화학의 지분을 27% 가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S의 지분가치를 10조 원, 삼성석유화학의 지분가치를 4조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지주회사와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이 하나의 테마를 이룰 전망”이라며 이들 종목들을 눈여겨볼 것을 조언했다.

강지연 한경닷컴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