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권이 출범을 앞둔 때의 얘기입니다. 당시 한국은행의 한 고위 간부가 노 당선자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는 당선자를 만난 첫날 “각하께서는 참 운이 좋은 분”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당시는 ‘3저 호황(저금리, 저달러, 저유가)’이 절정이던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덕담(?)대로 한국 경제는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누렸고 덕분에 노 대통령은 적어도 경제 문제로는 한동안 골머리를 앓을 일이 없었습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역대 가장 운이 나쁜 대통령은 외환위기로 국가부도 직전의 상황에서 정권을 물려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리고 현 이명박 대통령도 운이 나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1930년대의 대공황에 비견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역사적 평가에서는 운이 좋고 나쁘고의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파탄지경의 국가 경제를 수습하고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독이 약이 된 셈입니다.

반대로 노 전 대통령은 3저 호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그 후 주택 가격 파동 등 적잖은 골칫거리를 자초했습니다. 산업정책 면에서도 3저 호황기에 산업구조 조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이후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고 지적하는 경제학자들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제 임기를 절반 정도 남긴 이 대통령도 최소한 경제운용 면에서는 ‘운이 좋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비록 대선 당시 내걸었던 ‘777 공약’은 무산됐지만 한국이 주요국 가운데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국가로 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경제를 잘 관리해 후임자를 ‘운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2년, 세계 경제 진단’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이었던 리먼의 파산 2주기를 맞아 한국과 세계의 위기극복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 시나리오를 점검해 본 기사입니다.

또 스페셜 섹션에서는 VVIP 고객을 겨냥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특별한 마케팅을 서울, 도쿄, 파리, 뉴욕 등지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했습니다. 혹독했던 무더위와의 싸움을 끝내고 반갑게 맞이하는 이 가을, 독자 여러분의 생활에도 새로운 활력이 넘치기를 기대합니다.
[Editor note] ‘운 좋은 대통령’의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