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투자 유망지역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섬으로 세간에 알려진 여수 소라면 사곡리 모개도. 궁항마을로 불리는 사곡4구에 있는 이 섬을 이 회장이 산 것은 2006년 말 무렵이다.

전남과는 전혀 연고가 없는 그가 이 섬을 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일대는 관심의 대상이 됐고, ‘뭔가 계획이 있어 샀겠지’라는 세간의 추측은 이 일대 부동산 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2005년 3.3㎡당 5만~6만 원에 불과했던 사곡리 일대 토지는 이건희 회장이 모개도를 매입한 직후 3.3㎡당 3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2012년 여수엑스포까지 확정되면서 이 일대 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회장은 현재 6611㎡ 규모의 무인도 모개도를 포함해 이 일대 9만9170㎡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방향을 두고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은 이 회장 개인의 투자 목적보다는 그룹 연수원이나 종합 레저 시설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교재단도 여수 화양면 일대 관광단지(997만 ㎡)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통일그룹은 총 1조5000억 원을 투자, 오는 2015년까지 골프장·호텔·스포츠 시설이 들어가는 종합 해양관광 레저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통일교재단은 삼산면 거문도와 남면 금오도, 화양면 상·하계도(닭섬) 등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야도에는 대명레저산업이 리조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여수시와 대명레저산업은 지난해 백야리 일원 50만 ㎡에 사업비 3500억 원을 들여 2014년까지 리조트를 짓기 위한 ‘백야리조트 개발사업’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1000여 실 규모의 콘도와 컨벤션센터, 워터파크, 고급 빌리지형 콘도미니엄, 풀 빌라, 마리나 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백야도는 여수와 고흥 사이 9개 섬을 잇는 연륙·연도교 프로젝트의 중심에 위치한 섬으로 여수 화양관광단지와 바로 연결된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인천에서 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덕적도는 CJ그룹 계열사 C&I레저산업이 개발을 진행 중이다. C&I레저산업이 덕적도 주민들에게서 이 섬을 구입한 시기는 지난 2006년. 현재 사실상 섬 전체를 사들여 개발에 따른 모든 절차는 마친 상태다. 당시 C&I레저산업은 땅값이 3.3㎡당 2만~10만 원 정도에 불과한 덕적도의 땅을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3.3㎡당 25만~ 30만 원을 주고 매입했다.

현재 덕적도에는 요트장과 골프장, 콘도미니엄이 복합된 오션파크가 지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골프장 개발에 대한 인근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현재 개발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그동안 섬 투자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서울과 가까워 자주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교통수단의 발달은 서남해안 섬들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전주~광양 간 고속도로가 올 12월 말 완공되는 데다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가 2011년 개통되면서 여수 일대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여수 간 호남고속철도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특히 여수엑스포는 이 지역에 대한 관심에 불을 댕겼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개발의 발목을 잡아왔던 섬을 대대적으로 개발해 관광 자원으로 육성시킨다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전남개발공사는 여수시 경도를 2012년 엑스포 배후단지로 만들기 위해 경호동, 대경도 일원 214만3000㎡에 3000억 원을 투입해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또 여수시도 화도(꽃섬)를 관광명소로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여수·거제·통영 근해 관심 ‘UP’
경남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거제, 통영 일대 섬들도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 지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개인 섬은 단연 외도다.

1969년 이창호, 최호숙 씨 부부가 사들여 14만5000여 ㎡(4만3863평) 면적에 740여 종의 식물을 가꾸며 손수 꾸민 이곳은 1995년 개장 후 남해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TV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라는 이유 때문에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상당하다.

여수시 화정면 사도 인근에 있는 중도와 장사도는 섬 소유자인 황보창호 황보건축사무소 대표의 주도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타임아일랜드로 불릴 이 섬에는 자연체험 학습장과 고급 펜션 외에 공룡 전시박물관, 한류촌 등의 시설이 조성될 계획이다.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사승봉도는 국내 미용업계 1세대인 하종순 마샬코리아 회장 소유의 섬으로 유명하다. TV 오락 프로그램 <1박2일> 촬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이 섬에는 방 2개로 구성된 숙박·식수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자연 그대로를 만끽하려는 관광객들로 봄부터 가을까지 북적거린다. 사승봉도 민박 이용료는 5인 기준 5만 원이다.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에 약 2000만~3000만 원으로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큰 수익은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 사승봉도 관리인의 설명이다.

다만 여름 성수기에는 무인도 생활을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수익이 늘고 있다. 승봉도 등 인근 대형 섬과 연계돼 교통편이 늘어날 경우 수익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참고로 현재 인천에서 승봉도까지 배로 2시간, 쾌속선을 타고는 1시간 10분이 소요되며, 승봉도에서 배를 갈아타고 10~15분이면 사승봉도에 도착한다.

인근 상·하 공경도도 개인 소유의 섬이며 사승봉도와 같이 일반인을 위한 무인도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군 율도, 임자도와 진도 작도도는 소유자가 해당 지자체에 개발을 타진하고 있으며 인천시 옹진군 선갑도는 지난해 모 중소기업이 경매를 통해 낙찰받았다. 신안군 해섬과 명섬, 곡두도 등지 소유자가 펜션으로 개발할지를 모색하고 있다.

섬 투자는 개발에 따른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때문에 아예 섬을 통째로 구입하기보다 현재 연륙교가 놓인 섬의 일부를 구입해 숙박시설을 짓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안군 증도에 있는 엘도라도는 지난 2006년 문을 연 럭셔리 리조트로 1차분 108실은 이미 분양이 완료됐고, 2차분 77실은 현재 진행 중이다.

엘도라도리조트는 요트 크루즈를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아시아 유일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증도에서 갯벌, 염전 등을 체험할 수 있어 투숙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밖에 울릉도 유일의 관광리조트 대아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포항 지역 기업 대아그룹도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울릉도 부지를 개발할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개인 섬들의 가격은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지난 3~4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여수 일대 섬들은 최근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현재 여수 일대 섬들의 땅값은 3.3㎡당 10만~15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탓이다. 여수시는 수자원 보호구역 등 여러 가지 규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여수 화양면 김경곤 명지공인 중개사는 “거래가가 3.3㎡당 2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던 섬들의 공시지가, 감정가는 1만 원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 탓에 매물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중개사는 “규제 탓에 서울 등 외지 투자자들은 여수보다는 순천, 광양, 고흥 쪽 섬을 찾고 있다. 이들 지역의 현재 섬 가격은 3.3㎡당 1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