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계 증시가 작년 3월부터 반등을 시작한 이래 거의 1년이 흘렀으니 지난 흐름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무엇이 나락 속으로 빠져들던 전 세계 증시를 되돌릴 수 있었던가? 일단은 미국 정부가 과감한 구제 금융을 통해 대형 은행들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시장의 동요를 막고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한 것이 반등의 기초를 만들었다. 이어 G20라는 새로운 협조 체제를 만들고 그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섰던 것이 큰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핵심적인 조치가 하나 있었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중국에 대해 미국이 “G2”라는 훈장을 달아주면서 그 대가로 채권 매각의 우려를 불식시킨 일이었다. 작년 3월 초 극적인 반등을 만들어낸 핵심은 바로 이 미·중간의 합의였던 셈이다. 이에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달러 가치는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은 보유 중인 미국 국채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게 일시적인 조치이므로 나중에 가치를 회복시켜 주겠다는 모종의 약속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중국도 상황의 불가피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추측이 가능해진다. 미국과 중국 간의 이런 약속은 무기한이 아닐 것이니 아마도 일단 1년을 기한으로 잡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엄청난 무리가 없는 한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달러 약세 기조는 금년 3월 초에는 마무리되고 그 반대국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세계 증시를 반등으로 돌려낸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미·중 간의 국채 매각 자제 합의였다고 한다면 이제 그 원인이 소멸되면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될 시점이 다가온 셈이다. 미국의 출구전략도 금년 3월 초를 기한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미국을 비롯한 G20, 그리고 중국이 목표로 한 것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인해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는 일만은 피하자는 것이었다. 현 시점에 와서 이 목표는 이미 훌륭하게 달성되었다.

그러나 경기는 여전히 불황이다. 문제는 현재의 불황 구조 자체를 회복시키는 것은 미국을 비롯하여 경기부양에 공조하고 나섰던 G20 국가의 정책 목표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목표를 만일 달성하려 든다면 예전처럼 또 다시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내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 나아가서 후환을 생각할 때 불필요하다는 점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금융회사들의 보너스 잔치에 대해 맹비난을 퍼붓는 것도 국면의 초점을 옮겨가는 일련의 과정일 수 있다. 경기를 완전 회복시킬 수는 없다는 점, 따라서 이제 유권자들의 고통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말하기는 그렇고 하니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는 금융회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글로벌 시스템의 붕괴는 모면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또 분명해지기 시작한 것이 하나 있다. 길게 이어질 글로벌 불황은 어쩌면 이제 그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여러 미디어들이 ‘브릭스’의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더 이상 글로벌 수요처가 아니라는 점을 역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디레버리징’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
글로벌 붕괴는 모면했지만…
김태규
명리학자

고려대 법대 졸업
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
프레시안 고정 칼럼니스트
www.hohodang.com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