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양주 방지를 위한 첨단 기술

스키의 계절 겨울, 날씨가 점차 추워지고 있는 이맘때면 한 번씩 들려오는 가짜 양주 이야기에 위스키 애호가들은 불안해진다. 특히 각종 술자리가 잦은 연말연시면 시중에 유통된 가짜 양주를 마시고 바가지를 썼다는 등의 신고가 부쩍 늘어나지만 술집에서는 버젓이 자체적으로 가짜 양주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값싼 양주를 고급양주 병에 파는 등의 행위로 소비자의 피해는 커져만 간다.맥주와 소비에 비해 위스키, 보드카 등 양주의 경우 가짜 술로 인한 피해 사례가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왜 양주의 경우 가짜 술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것일까? 답은 희소성과 명품 브랜드를 선망하는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이용한 악덕 상술이 맞물렸기 때문일 것이다.그렇다면 양주의 경우 언제부터 가짜 술이 등장한 것일까. 주류 전문가들은 대한제국 시절 서구 열강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외국 공관과 함께 서구 문물이 물밀듯이 밀려들던 시절 위스키도 처음 국내에 도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 후 해방과 함께 국내에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서 군매점을 통해 위스키가 시중으로 유출됐다. 호박 빛 색깔과 기막힌 맛에 매료된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50년대부터 소주에 색소를 넣은 가짜 위스키가 유행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90년대까지는 국내에서도 공업용 메탄올을 섞은 가짜 위스키가 종종 적발돼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위스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및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한 주류 업계에서 과학적 기술을 접목해 가짜 위스키와의 한판 전쟁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가짜 양주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가짜 위스키를 방지하기 위해 먼저 등장한 것이 ‘구알라 캡’과 ‘주석 캡슐’이다. 구알라 캡은 2개의 구슬이 위스키의 재주입 통로를 막아 위조주 제조를 원천 봉쇄하는데 효과가 높아 2000년대 초반 상당수의 위스키 브랜드가 구알라 캡을 적용했다. 주석 캡슐은 각 브랜드별 병뚜껑 모양을 차별화하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면서 위조 방지에도 도움이 돼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구알라 캡이 주사기를 이용한 위조 양주 제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모방 기술이 빠르게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첨단 과학 기법이 등장하게 된다. 특정 용액을 위스키 상표에 묻히면 색깔이 달라지는 DNA 시스템을 비롯해 모바일 인증 서비스 등 다양한 가짜 양주 판별 시스템이 개발됐고 최근에는 휴대폰 단말기를 통해 가짜 양주를 판별해 낼 수 있는 ‘주류 유통 정보 시스템’이 등장했다.국세청에서 시행 중인 ‘주류 유통 정보 시스템’은 RFID(무선 주파수 인식) 기술을 활용해 술병에 전자 칩이 부착돼 소비자가 주점에 비치된 동글(Dongle)에 휴대전화를 연결해 위스키 병에 갖다 되면 즉석에서 양주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뿐 아니라 대표적인 위스키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기술로 가짜 양주 방지에 나서고 있다. 윈저는 체커를 장착해 병뚜껑을 열면 장치가 뚜껑과 분리돼 병 속으로 떨어지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임페리얼은 3중 위조 방지 캡인 트리플 키퍼 방식으로 가짜 양주 유통을 방지하고 있다.위조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화폐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을 적용한 위스키도 있다. 프리미엄 위스키 킹덤은 화폐의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적용되는 컬러 시프팅(Color Shifting) 잉크보다 업그레이된 형태의 보안 장치인 컬러 시프팅 필름이 부착돼 있다. 미국 3M사의 특허 기술인 컬러 쉬프팅 필름인 ‘C-Color’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며 얇은 100여개의 필름으로 구성돼 있어 음주 전 일반인의 눈으로도 정품 여부를 쉽게 체크할 수 있으며, 위조 자체가 불가능한 신기술이다. 킹덤은 이와 함께 가짜 양주를 구별할 수 있는 기계 장치인 ‘위조주 판별기’를 지난해 국내에 도입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킹덤의 ‘위조주 판별기’는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전문 기술진이 만든 장치로 즉석에서 기계를 통해 가짜와 정품 위스키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올바른 위스키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마스터 블렌더의 절묘한 블렌딩을 거쳐 오랜 기간 오크통 숙성과 메링(Marrying)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위스키는 마지막 단계에 과학적 기술이 접목된 첨단 위조 방지 장치를 달아야 비로소 소비자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노력과 첨단 기술로 탄생한 위스키 시장이야 말로 최첨단 기술의 경연장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장병선 하이트-진로그룹 하이스코트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