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다가오고 노후준비는 안 됐고…

근 미국의 퇴직자들 사이에 즉시연금(immediate annuities)이란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블룸버그가 지난달 13일 보도한 뉴스다. 즉시연금이란 목돈을 한꺼번에 보험료로 낸 뒤 다음 달부터 종신토록 매달 일정액을 연금 형태로 받는 보험상품이다.블룸버그에 따르면 즉시연금은 퇴직금만 가졌을 뿐 퇴직 후 고정수입원이 끊긴 베이비붐 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뉴욕라이프의 경우 올 1분기(1~3월) 즉시연금 가입자가 전년 동기에 비해 80%나 증가했다. 65세의 한 남성은 즉시연금에 10만 달러를 불입한 뒤 다음 달부터 매달 650달러, 연간 7800달러를 수령하고 있다. 비콘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도 즉시연금 매출은 86억 달러로 전년보다 30%나 급증했다.즉시연금의 인기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노후를 위한 연금 가입 등을 챙기지 못한 은퇴자들과 은퇴를 앞둔 50~60대 사이에 새로운 노후준비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생)가 816만 명으로 전체인구 중 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 내년부터 55세 정년을 맞고 은퇴에 들어가게 된다.즉시연금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입 후 다음 달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달 연금이 안정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생활비에 대한 걱정을 없앨 수 있다. 즉시연금에 3억 원(공시이율 5% 가정)을 넣어놓으면 매월 150만 원가량(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국민연금을 100만 원 정도 탄다고 가정하면 어느 정도 안락한 노후생활이 가능한 셈이다.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노후를 준비할 경우 시장이 등락할 때마다 보유자산의 가치가 오락가락해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다시 오기라도 한다면 장기 은퇴설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직장을 다니다 퇴직한 사람들이 자영업을 벌이거나 부동산 등 각종 투자사기를 당해 퇴직금을 몽땅 날리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특히 즉시연금은 시장 금리를 반영해 금리 상승 시에는 수령하는 연금이 증가하는 상품이지만 금리가 내릴 땐 보험사가 보증하는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다. 즉 금리 수익률에 안전성을 가미한 것이다. 최저보증이율은 보험사별, 상품별로 차이가 나므로 따져보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 대략 연 2% 내외다.이를 고려할 때 즉시연금은 노후준비가 안 된 은퇴예정자에게 최적의 선택인 셈이다. 삼성생명 이상엽 상품개발팀 과장은 “즉시연금은 45세 이상 가입자가 최저 3000만 원 이상의 목돈을 넣어 두면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며 “특히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과 최저금리가 보증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즉시연금의 장점을 설명한다.즉시연금의 큰 장점 중의 하나는 가입 즉시부터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연금의 특성상 가입 후 연금이 지급되면 해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10년 이상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비과세 혜택을 미리 부여해 주는 것이다.예를 들어 55세 남성이 2억 원을 납입하고 공시이율 4.5%가 적용된다면 10년 만기 상속형 선택 시 매월 56만 원을 받다가 10년이 지나면 만기보험금으로 원금 2억 원을 받게 된다. 만일 1년 만기 3.5% 정기예금에 넣어 매년 재가입한다고 가정한다면 매달 49만 원을 받다가 만기 시 2억 원을 받는다. 이는 예금에는 이자소득세 15. 4%(주민세 1.4% 포함)가 적용되지만 보험금에는 과세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특히 금융종합과세를 받는 고소득자에겐 매우 유리하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김모 씨(62세)는 절세를 목적으로 10억 원을 20년 만기 상속연금형 상품(공시이율 4. 2%)에 가입했다. 김 씨는 매달 280만 원, 연간 3360만 원을 받고 있으며 만기에는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게 된다. 김 씨는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이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지만 즉시연금에 가입해서 매달 받는 연금은 비과세 대상이므로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된다.김 씨가 만약 연 4.2%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에 가입해 매년 4200만 원을 받는다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돼 이중 38.5%인 1617만 원은 세금으로 내야한다. 즉 비과세인 즉시연금은 이율이 정기예금에 비해 적지만, 세금이 붙지 않는 장점이 있어 실제 수령액은 더 많은 것이다.즉시연금은 상속에서도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피보험자(보험대상자)를 자녀 혹은 부인으로 한 상태에서 계약자(부모 또는 남편)가 종신형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계약자가 사망해 피보험자가 연금을 상속할 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해 평가해 세금이 부과된다.즉시연금은 연금 총 수령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제외한 현재가치에 대해서만 세금이 매겨지므로, 할인으로 인한 절세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즉시연금으로 받는 수령액이 총 36억 원 정도라고 했을 때 이를 현재가치로 판단하면 23억 원 남짓이 돼 23억 원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부과되는 것이다.연금을 받는 방법은 ‘종신형’과 ‘상속형’ 두 가지다. 종신형은 가입한 그 다음 달부터 사망할 때까지 원금과 이자를 수령하는 방법으로 매월 받는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많다. 상속형의 경우 10, 15, 20, 30년 만기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 후 이자 부분으로만 생활비를 받다가 원금 부분은 자녀에게 상속(매월 받는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음)하는 방법이다.가입할 때는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 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또 연금의 형태, 피보험자의 연령에 따라 연금액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또 석 달마다 시장금리를 반영해 공시이율을 변경하지만 금리 변경 기준이 보험사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의 내용을 상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삼성생명이 판매하는 ‘삼성파워즉시연금보험’은 ‘부부설계’ 기능을 갖췄다. 부부 중 한명이 먼저 사망했을 경우에도 나머지 배우자가 승계해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연금지급이 시작된 후 갑작스레 목돈이 필요해진 고객에게 연금재원 중 일부를 중간에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연금으로 계속 수령할 수도 있다.대한생명의 ‘리치바로연금’은 올 1월부터 6월까지 판매한 보험료가 300억 원이 넘는 베스트셀러다. 이 상품은 자녀 간 상속 분쟁을 피하는 데도 좋다. 한번 연금이 개시되면 중도 해지가 불가능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한다. 1억 원 이상을 납입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준다.교보생명의 ‘바로받는연금보험’은 상속연금형 종신연금형 확정연금형 즉시연금형 거치연금형 등 다양한 연금지급 선택이 가능해 고객의 노후플랜에 적합한 연금설계가 가능하다. 최저보증이율은 가입 후 10년 미만 경과 시에는 연복리 2.5%, 10년 이상 경과 시에는 연복리 2.0%를 적용한다.푸르덴셜생명은 보험 가입 1년 후부터 연금을 지급하는 ‘즉시연금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5.4%(2008년 8월 기준)의 높은 기준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금리 하락에 대비해 공시이율 최저보증제를 적용한다.김현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realist@hankyung.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