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미국경기의 국면전환을 공식 판정하고 선언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경기침체 종료문제를 놓고 고민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곧이어 한국도 2분기에 침체가 종료될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회원국 경기가 올 4월에 저점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이런 시각대로 경기침체가 종료된다면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그 누구보다 가장 바라는 사항이다. 특히 지난 2년간 극심한 어려움에 시달렸던 점을 감안하면 그 어느 회복기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 때문에 증시에서는 유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경기마저 받쳐줄 경우 주가 흐름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에 대한 기대도 형성되고 있다.이번 경기침체 종료 논의의 불을 지핀 미국 경기를 보면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상 충분히 경기회복을 기대할 만한 근거가 있다. 국민소득(GDP)의 약 70%를 기여하는 소비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한 지는 두 달이 넘었다. 5월부터는 구매관리자협회지수(PMI)를 비롯한 일부 생산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모기지 사태의 원천인 주택시장도 기존·잠정·신규주택판매건수가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다.미국뿐만 아니라 OECD 회원국 경기도 올 4월에 저점을 통과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올 6월 초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원국 현 경기상황과 향후 전망을 총괄적으로 알 수 있는 복합선행지표(CLI)가 21개월 동안 지속됐던 하락세를 마무리하고 올 3월부터 2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공교롭게도 같은 시점에 국내 경기의 바닥론도 거론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시간이 갈수록 우리 경기 앞날에 대해서는 보다 낙관적인 시각이 제시되고 있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해외기관들은 2분기에 한국경제가 1%의 성장률이 가능할 것으로 봤고 JP모건, LG경제연구원 등에서는 2% 이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OECD에서는 한국경기가 ‘V’자형 회복도 가능하다는 시각을 제시했다.하지만 최근처럼 경기침체 종료에 대한 논의가 일어날 때 정책당국과 기업인, 투자자들은 섣부른 낙관론에 안주하기보다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부터는 위기론에 너무 얽매여 경기와 주가를 비관적으로만 보는 시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 대한 인식은 계속해서 가지고 있되 위기 이후의 경기와 주가를 염두에 둔 정책운영과 경영계획을 동시에 감안해야 할 때다.그런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 나가야 한다. 대표적인 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다. 미국만 하더라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GDP 대비 각각 13%, 87%에 달한다. 정도 차가 있지만 대부분 선진국들도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경우 국가신용등급 전망까지 하향 조정됐다.한 나라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먼저 우려된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다 보면 장기채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이미 올 2월에 2% 내외까지 하락했던 미국의 10년물 장기채 금리는 4%대에 근접하고 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우리를 포함해 개도국 장기채 금리도 오르고 있다.장기채 금리가 오르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기업의 설비투자다. 또 개인들은 소비보다 저축을 선호하게 된다. 이 경우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린다 하더라도 투자와 소비가 감소돼 총지출은 늘어나지 않는다.이 때문에 경기침체 종료 문제를 놓고 고민한다 하더라도 이후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종전처럼 미국경기가 회복할 때 ‘V’형보다 완만한 ‘U’자형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최악의 경우 구조적 문제에 시달리다보면 경기회복 후 일정 시간이 지나서 다시 침체되는 ‘W’자형 국면에 빠질 수도 있다.정책기조 변화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이번 위기대처법으로 1930년대 루즈벨트 모델에 비유될 정도로 ‘브라운식 모델’을 추진했다. 빅 스텝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정책으로 상장되는 통화정책과 GDP 대비 5% 이상의 재정지출을 쏟아 붓는 유수정책이 대표적이다.하지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고 위기중심 국인 미국에서 경기침체 종료논쟁이 부는 시점에서는 위기 이후를 감안한 계획(exit plan)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국가들의 통화정책 기조는 ‘팽창’에서 ‘중립’으로 돌아섰다. 앞으로 각국의 정책기조에 있어서 ‘부양 혹은 팽창’보다 ‘속도조절 혹은 긴축’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들릴 가능성이 높다.특히 경색됐던 돈이 풀리는 과정에서 선진국 자금과 개도국 자금 간에 벌이는 ‘글로벌 쩐(錢)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풀리는 개도국 자금이 선진국의 항만, 에너지와 같은 기간산업을 인수함에 따라 선진국들은 경제안보에 크게 위협을 당하고 있다.이 점이 2차 대전 이후 ‘세계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를 외쳐왔던 선진국이 모든 경제 현안을 자국의 주권확보 차원에서 바라보는 ‘경제 애국주의’를 낳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선진국의 이런 경제 애국주의에 개도국들은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더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가 주동이 돼 급진전되고 있는 천연가스와 곡물시장에서 ‘제2 OPEC’혹은 ‘제3 OPEC’ 논의다. 이 과정에서 국제유가는 이미 올 2월 초에 비해 2배나 높은 70달러를 넘어서 경기와 기업에게 새로운 복병이 되고 있다.올 3월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기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부쩍 높아진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 외국인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 앞으로 외국인 자금이 얼마나 더 들어올 수 있을지가 증시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서도 최대관심사다.최근 국제 간 자금흐름에 있어서 금리차로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는 약하다. 대부분 국가들이 유동성 함정에 빠져 금리와 같은 가격변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모든 국가들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려 각국 간의 금리차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그 대신 환차익 여부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는 더 강하다. 투자대상국의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으면(저평가) 환차익이 기대돼 ‘외자유입->주가상승·환율하락->추가 외자유입’ 간의 선순환이, 반대로 낮으면(고평가) 환차손이 우려돼 ‘외자이탈->주가하락·환율상승->추가 외자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발생되기 때문이다.국내 외환시장의 현 여건상 10억 달러 정도의 외자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원·달러 환율은 10원 정도가 하락한다. 경상수지 등 다른 여건을 무시하고 외국인이 환차익을 기대해 원·달러 환율이 적정수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투자한다면 앞으로도 100억 달러 내외의 외자가 더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3월 이후 환율하락이 너무 빠른 점을 감안, 앞으로 2~3개월은 시장개입이 예상되지만 궁극적으로 환율이 더 내려간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시각이다.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