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일본의 술에서 세계인의 술로

독특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깔끔한 목넘김에 다음날 뒷걱정까지 없으니…. 얼음 동동 띄워 차게 마시는 여름 사케야말로 신선놀음에 제격이다.일본에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사케를 홍보하고 있다. 일본의 전통술로 문화 아이콘이 된 사케는 과연 어떤 술일까. 세계가 사케에 빠졌다.’ 지난해 6월 뉴욕타임즈는 이런 제목의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미국에 불고 있는 사케 열풍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기사 제목대로 요즘 사케 열풍은 유럽, 남미 등 전 세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초창기 대학가를 중심으로 약간씩 팔리던 것이 지금은 사케 전문바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수요층도 20~30대 젊은층에서 40~50대 장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 판매되는 상품도 1.8리터들이 병당 10만 원대 미만 중저가 제품 위주였던 것이 최근 와서는 100만 원대 최고가 사케까지 등장했다.사케가 이처럼 전 세계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는 △알코올 도수가 15~17도로 마시기에 부담이 적고, △맥주보다 칼로리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케는 또 재미(Fun)라는 요소도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와인처럼 어떤 잔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 사케가 갖는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다. 때문에 사케 전문바에 가면 한 사람당 5~6개 잔을 꺼내놓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사케는 일본말로 술(酒)을 뜻한다. 뜻만 놓고 보면 위스키, 맥주, 소주 모두를 가리켜 사케라고 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쌀, 누룩, 물을 원료로 발효시킨 청주를 의미한다. 종종 사케 병을 보면 니혼슈(日本酒)라고 쓰인 것도 있는데 이 역시 같은 뜻이다.와인처럼 사케도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구분된다. 우선 사케는 정미율, 즉 주조용 쌀을 얼마나 깎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겉을 여러 번 깎을수록 향은 은은해지고 맛은 깊어진다. 50%를 깎아 빚은 술은 혼죠조, 40%는 긴죠, 30%는 다이긴죠라고 부른다. 다이긴죠와 긴죠는 상온이나 차가운 상태로 먹으면 좋지만 혼죠조는 따뜻하게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사케에 사용되는 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쌀이 아니라 술을 담그기 위한 주조용 쌀이다. 일본에서 밥을 지어 먹는 쌀은 한마이(飯米), 사케를 만드는 쌀은 사카마이(酒米)라고 부르는데 사카마이는 한마이에 비해 알이 굵고 잘 부서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첨가물의 유무도 사케의 분류 기준이다. 원래 사케는 쌀과 누룩, 물만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량생산을 위해 알코올을 비롯해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쌀, 누룩, 물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주조하는 술은 준마이슈(純米酒)고 여기에 양조용 알코올을 첨가했다면 혼죠조슈다. 혼죠조슈에 당류나 산미료를 혼합하면 후츠슈로 분류된다. 맛에 따라 구분하는 경우도 있어 화려하고 산뜻한 향을 가진 사케는 쿤슈, 경쾌한 맛이 나는 것은 소슈, 보르도 와인처럼 진한 향이 나는 것은 준슈, 원숙한 향이 나는 것은 쥬쿠슈라고 부른다.쌀, 물과 함께 사케의 맛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누룩이다. 누룩은 쌀의 전분을 당분으로 만들고 효모의 번식을 촉진시키며 효모는 당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미생물이다. 일본말로 코우지라고 불리는 누룩을 어떻게 피워야 하는지가 사케 장인의 기술이다. 일본 정부와 사케 관련 단체들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기술이다. 일본양조협회는 1905년부터 전국신주감평회라는 대회를 통해 우수 사케 양조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이 때 뽑힌 양조회사의 누룩을 전국에 보급한다. 1회 대회 때 뽑힌 곳이 우리에게 사케의 또 다른 이름으로 잘 알려진 ‘정종’(正宗)이라는 브랜드를 탄생시킨 사쿠라마사무네다. 이듬해 수상자는 국내 가장 많이 알려진 사케회사 겟케이칸(月桂冠)이다.끝으로 사케는 어떻게 마셔야 할까. 정확히 말하자면 상온에서 마실 때 최고의 맛이 난다. 상온을 맞추기 어렵다면 가급적 차갑게 마시는 것이 좋다. 너무 뜨겁게 마시면 단맛은 늘고 쓴맛은 줄어들어 사케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단, 앞에 소개한대로 혼죠조의 경우는 따뜻하게 마시는 술이다.사케는 또 일본 술인 만큼 일본식 요리와 궁합이 맞는다. 일본 요리는 일반적으로 향, 맛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 요리 중에서도 맵고 짠 음식보다는 냉채, 전 등 화이트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이 사케와도 어울린다.참고‘사케류-알덴테북스 발간’,니혼슈 코리아(www.nihonshu.co.kr),명문주류(www.myoungmoon.com)글 송창섭·김가희 기자 realsong@moneyro.com사진 이승재 기자·일러스트 이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