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

1994년 설립된 한국리더십센터는 지난 15년간 대한민국 100대 기업 중 80여개 기업의 CEO와 임직원들에게 리더십과 비전 코칭 교육을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370만 명이 한국리더십센터의 교육을 수료했다.린시절 저는 굉장히 심각한 말더듬이였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그런 저에게 우리 집안이 저주받아서 그렇다며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게 하더군요. 그래서 어린 시절 저는 더욱 내성적이고 열등의식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한국을 대표하는 명강사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 김 회장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이거나 한국리더십센터가 걸어온 발자취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가 들려주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1994년 설립된 한국리더십센터는 지난 15년간 대한민국 100대 기업 중 80여개 기업의 CEO와 임직원들에게 리더십과 비전 코칭 교육을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370만 명이 한국리더십센터의 교육을 수료했다. 삼성, LG, 현대, SK, 포항제철, 대상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IBM, 씨티은행 등의 다국적기업이 한국리더십센터의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다수의 언론사 및 신문사의 사내교육 프로그램으로도 도입됐다.그렇다면 내성적이고 말더듬이였던 어린 소년이 어떻게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HR기업의 CEO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부모님은 무학이셨지만 굉장히 지혜로운 분이셨습니다. 어머님은 항상 저에게 ‘돈을 좇지 말고 돈이 찾아오게끔 만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꼭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하셨죠. ‘첫째 본인이 잘할 수 있고, 둘째 본인이 좋아하고, 셋째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라.’ 저는 이 세 가지 원칙을 따라 꿈을 갖게 됐습니다.”김 회장은 해방 전 전라남도 고흥의 한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났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은 고향 앞 갯벌을 간척하려고 설계까지 해놓았지만 해방과 동시에 모든 계획이 백지화되었다. 주민들은 갯벌이 간척되면 동네가 훨씬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수포로 돌아간 것.“어린 마음에 ‘간척이라면 내가 잘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과 부닥뜨릴 일 없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만 있으면 되고, 내 고향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간척을 하려면 토목공학을 전공해야 한다고 알려주시더군요. 그렇게 꿈이 영글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간척 엔지니어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김 회장은 이후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 그 시절 간척분야를 유일하게 전공한 한국인이 됐다. “학위를 따고 귀국했을 때 마침 해외건설 붐이 터졌습니다. 건설업체들이 해외진출을 하려고 보니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전문가가 필요하게 됐는데 자격을 갖춘 사람이 드물어 갑자기 제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 됐죠.”이후 김 회장은 ‘김 컨설턴트’라는 컨설팅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주요 업무는 중동의 건설 현장을 지원하며, 기술력 있는 기업에게 해외수주와 관련된 제반 업무에 관해 컨설팅하는 역할이었다.김 회장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고 말한다. 말더듬이로 어린시절을 보냈던 소년의 소중한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꿈은 이후 김 회장의 행보를 보면 성공스토리의 단지 1막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어릴 적 꿈을 이룬 뒤 ‘이제는 한국사회를 위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절 한국의 청소년들이 무척이나 불쌍하게 느껴졌고 모두가 가난했었기에 출판사를 설립해 청소년들의 마음 속에 꿈과 비전을 심어 줄 수 있는 좋은 책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김 회장은 1976년 두 형제와 합심해 ‘도서출판 김영사’를 설립한다. 김영사라는 회사 이름은 자신의 본관인 김녕(金寧)에서 따왔다. 지금은 막내가 회장을 맡고 있지만 그동안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며 국민들의 사랑받는 출판사로 자리매김한 데 대해 김 회장 역시 뿌듯하다고 말했다.김 회장은 김영사를 운영하면서 한국사회에 참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해외의 여러 나라를 방문해보니 한국인들은 어디에서도 빨리 적응하는 훌륭한 민족이면서도 막상 한국인들끼리는 화합하기보다 반목하고 대립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왜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좁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넓어지고 이해심이 많아지면 더 빨리 성공하고 더 행복해질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죠. 제 인생의 전반전은 땅을 넓히는 일에 기여했다면 후반전은 마음을 넓히는 일에 기여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이에 김 회장은 54세가 되는 1994년 한국리더십센터를 설립했다. “제 인생의 후반전이 참으로 재밌게 진행되고 있어 전 요즘 너무나 행복합니다. 리더십센터를 통해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이 넓어지고 그들의 꿈과 비전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제 여생의 소중한 행복입니다.” 한국리더십센터를 설립한 이후 가장 많은 수의 임직원 교육을 받은 회사가 삼성과 LG그룹 이었다. 김 회장은 두 기업이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데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아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한국리더십센터를 통해 김 회장은 본인이 꿈꾸는 그룹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리더십교육은 집합교육으로 진행됐는데 CEO와 임직원들에게는 개인적인 코칭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2003년에 한국코칭센터를 설립했습니다.”김 회장은 “한 나라가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할 때는 리더십이 무척 중요하지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리더들을 더 탁월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한국코칭센터가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한국코칭센터와 더불어 한국리더십센터의 계열사로는 시간관리 도구로 유명한 ‘프랭클린 플래너’의 판매를 담당하는 한국성과향상센터가 있다. 프랭클린 플래너는 미국의 정치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이 50년 동안 수첩에 지켜야 할 덕목을 기록했다는 데서 착안해, 미 프랭클린코비사의 공동설립자 하이럼 스미스가 만든 시간관리 수첩이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주 고객 층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들이다. 요즈음 2030세대들은 컴퓨터와 PDA 대신 ‘프랭클린 플래너’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다. 플래너 사용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근거한 사명선언서를 작성하고 그를 바탕으로 인생의 목표를 선정한 뒤 우선순위에 입각해 자신의 연간/월간/일간 계획을 꼼꼼히 적고 매일 실행 여부를 체크하면 된다.김 회장이 프랭클린 플래너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예전의 중동 건설현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동에서 보니 한국인들은 외국인들과 다르게 필기는 안 하고 양복만 입고 덜렁덜렁 다니더군요. 이렇게 기록하지 않는 문화를 반드시 바꿔야겠다고 다짐했고, 한국리더십센터가 설립된 이후 곧바로 프랭클린코비사로부터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토대로 한 시간관리도구인 ‘프랭클린 플래너’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는 현재 전국 120여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그가 지금껏 회사를 키워오면서 회사가 항상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었다. 김 회장에게 가장 위기였던 시기는 외환위기 시절이었다. 당시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는데, 외환위기가 터지자 ‘기업경영이 힘들어 앞으로 교육을 받을 수 없으니 더 이상 회사에 들어오지도 말라’는 식이었다. 이에 20여명의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묘수를 찾은 끝에 환율의 급등으로 인해 수혜를 받는 기업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 조건에 부합하는 100여개의 기업을 찾아내 중점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마케팅한 덕분에 한국리더십센터는 외환위기 중에도 HR 기업 중 유일하게 매출이 두 배로 성장했다.김 회장은 현재의 금융위기도 그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또 다시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무료특강, 무료코칭이다. 주 타깃은 종업원 50명 이상의 중소기업이다. 수강료 300만 원 이상의 강좌를 무료로 해준다고 하니 엄청나게 많은 회사들이 신청을 해왔다. 그 기업 중의 일부가 무료특강 이후에도 교육 참가 신청을 해오면서 현재의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매출이 작년 대비 30% 정도 성장할 수 있었다.김 회장은 항상 새로운 도전이 직면하면 새로운 대응방식으로 부딪쳐서 해결해 나가야지 구태의연한 예전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르치는 내용을 실천하는 언행일치의 회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과 강사들이 항상 ‘위기는 도약의 기회’라고 가르쳤기에 우리부터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한국리더십센터는 기업문화가 독특한 것으로도 이름이 나있다. ‘전 직원이 서로의 이름대신 호를 부르는 회사’ ‘조기출근하면 5000원의 수당을 주는 회사’ ‘7년간 근속 후에 1년간의 안식휴가와 1000만 원의 특별휴가비를 주는 회사’ ‘월요일 회의시간에 독후감을 발표하고 대학원 학비를 지원하는 회사’… 이 모두가 한국리더십센터의 기업문화다. 이 밖에도 한국리더십센터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이런 독특한 기업문화는 직원과 회사가 윈윈할 수 있으며, 회사를 일(work)을 위한 공간이 아닌 즐기는(樂)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김 회장은 요즘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며 열정에 차있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교육문화를 새롭게 뒤바꿀 프로젝트다. 그 전초기지는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한국러닝(Learning)리조트다. 한국러닝리조트는 교육연수원인 ‘성공원’과 약 3만3000㎡의 대지에 19세대로 구성된 타운하우스가 결합된 교육리조트다. 한국러닝리조트가 대한민국 최초의 교육과 레저를 접목한 교육레저 타운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자부하는 김 회장은 향후 전국에 100개의 러닝리조트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조만간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이하 한청센)도 발족시킬 예정이다. 김 회장은 한청센을 통해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일꾼이 될 수 있도록 교육시키겠다는 플랜을 가지고 있다.취재 당일 마침 칠순을 맞은 김 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고, 청소년들이 잘되어 대한민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게 마지막으로 남은 꿈입니다. 서로의 반목과 대립이 없는 세상, 이해와 배려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ASY COME, EASY GO’라는 말이 있습니다.눈앞의 이익을 좇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고 묵묵히 미래를 준비하다 보면 밝은 내일은 분명히 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부정적인 사람은 현재의 위기를 동굴 속에 갇힌 상태라고 판단하겠지만, 긍정적인 사람은 저 멀리 비치는 밝은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터널 속을 지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에게는 ‘동굴비전’이 아닌 ‘터널비전’을 가져야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한국사회가 긍정적이며,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글 신재수 객원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ifeel21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