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가장 고급술로 인정받고 있는 술은 단연 위스키가 아닐까. 유일무이하게 폭탄주라는 술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 우리나라에서는 고급술인 위스키를 대부분 폭탄주라는 형태로 소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생산지의 환경과 자연 환경에 따라 품질이 크게 좌우되는 위스키는 숙성 과정 또한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 생산된 재료와 가장 맑은 물을 원료로 여러 단계의 증류 과정을 거친 후 오크통에 안착한 위스키는 최소한 3년이 지나야 진정한 위스키로 인정을 받는다. 그 숙성 과정에서 해마다 위스키의 2%가 증발하는데 스코틀랜드에서는 이것을 천사가 마시는 위스키라는 뜻으로 ‘천사의 몫’이라고 부른다.이렇듯 의식과도 같은 신성한 인고의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위스키에 대해 전 세계 사람들은 최고의 술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위스키는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위스키를 단지 음주문화를 즐기는 매개체로서만 여겨 왔기 때문이다.이제부터라도 비싸고 좋은 위스키를 마시면 뒤 끝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들을 배제하고 위스키의 참모습을 알고 마셔본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누군가 좋은 술은 좋은 벗과 같다고 했듯이 위스키를 마시는 즐거움이 두 배는 더 할 것이다. 향과 풍미를 즐기는 술, 위스키를 올바르게 즐길 줄 아는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위스키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생명의 물’이라고 불리는 위스키, 위스키란 과연 어떤 술일까. 12세기 초 약용으로 쓰였다는 위스키는 중세 초 아라비아의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서 얻은 액체로 목이 타는 듯 한 느낌에 놀라 ‘생명의 물’이라는 뜻으로 ‘아쿠아 비테(Aqua Vitae)’라 이름 지어졌다.위스키는 증류 기술이 5세기경 유럽 대륙에서 아일랜드를 거쳐 스코틀랜드로 전해지면서 고대 켈트어로 ‘생명의 물’을 뜻하는 ‘우스게베이(Uisge-beatha)’라 불렸고 이것이 ‘어스퀴보(Usquebaugh)’가 되고 다시 어미가 생략된 ‘어스기(Uisge)’에서 ‘위스키(Uisky)’로 불리다가 스코틀랜드와 캐나다에서는 Whisky로, 아일랜드와 미국에서는 Whiskey로 이름을 바꿔 오늘날의 ‘위스키’가 되었다.12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아라비아로부터 증류 기술을 익힌 기독교의 수도사들에 의해 유럽 각지에 위스키가 순식간에 전파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무색투명한 증류주가 지금과 같은 호박색을 띠게 된 것은 18세기 말 무렵부터이다. 1707년 스코틀랜드의 국왕 제임스 1세가 영국 정부의 부족한 재원의 확충을 위해 술에 대해 중과세를 물렸고, 당시 위스키를 생산하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주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산 속에 증류기를 옮기고 달빛 아래에서 밀주를 제조하게 된다.밀주업자들은 증류 과정에서 생겨나는 연기 때문에 밤마다 망을 보면서 밀주를 만들어 ‘달빛지기’(Moon Shine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으며 이때 생산된 위스키를 보존하기 위해 못쓰게 된 셰리의 빈 통을 이용해 위스키를 저장, 시간이 흐르면서 투명한 원주가 오크통에서 우러난 여러 성분들과 어우러지면서 우아한 호박색을 띤 지금의 위스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이후 1823년 스카치위스키의 종주국인 영국 정부는 현실적인 위스키 양조 면허제도의 도입으로 현대화된 위스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1842년 세계 최초로 위스키 제조 면허를 받은 존 스미스(John Smith)를 필두로 효율적인 대규모 증류소들에 의해 위스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물론 1860년 앤드류 어셔(Andrew Usher)에 의해 처음으로 블렌딩 제조법이 소개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스카치위스키(전통 제조법을 따른 몰트위스키, 연속식 증류개발을 통한 그레인 위스키)는 지역적으로 한정 생산, 소비되었으나 이후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혼합한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는 가격이나 맛의 질적인 면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충분했으며, 결국 스카치위스키의 문화를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전파시킨 계기를 제공하였다.스카치위스키는 현재 영국에서 톱5 수출 산업 중 하나로 스코틀랜드의 선두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스코틀랜드에서 생산, 판매되고 있는 전체 스카치위스키의 88%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후반 양주 특히 위스키에 대한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국산 주류 개발 계획을 수립해 수입 위스키 원주와 국산 주정으로 제조하던 기타 재제주 위스키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위스키 제조 면허를 받은 오비씨그랩㈜, 진로위스키㈜, ㈜베리나인에 몰트위스키 원주 함량 30%의 국산 위스키를 개발, 시판하게 했다.또한 1983년에는 위스키 산업의 육성, 주질의 고급화, 외화 절약 등을 위해 ‘국산 위스키 개발 계획’을 마련했으나 수 년 동안의 숙성이 필요해 재고가 증가함에 따른 자금 부담, 수입 원주와의 가격 경쟁력 문제 등으로 국산화가 어려워 국산 위스키는 사실상 1991년부터 생산이 중단되었다.국내 위스키 역사를 볼 때, 최근 국내 몇몇 브랜드의 위스키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 위스키 품평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놀라운 쾌거를 이뤄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이스코트 킹덤은 국내 위스키 브랜드 최초로 ‘2008년 국제 주류 품평회(IWSC)’에서 전 제품이 은메달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뤄 냈다. 더욱이 17년산은 은메달 중에서도 최고상인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를 수상하는 등 국내 위스키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진보는 가장 아름다운 전통이라 했던가. 12세기에 시작되어 유구한 전통을 지닌 스카치위스키가 그 정통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세계인의 취향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보가 아닐까. 중세의 전설이 담겨있는 감흥을 음미하며 오늘은 깔끔한 위스키 한잔 함께하는 것이 어떨까. 매일 한잔씩 위스키를 마셨다는 윈스턴 처칠을 회상하며 말이다.본 칼럼에 대한 감상평을 보내 주신 독자 중 10분에게 추첨을 통해 킹덤 17년산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킹덤은 하이트-진로그룹의 하이스코트㈜에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위스키 브랜드로 세계적인 위스키 제조사인 스코틀랜드의 에드링턴 그룹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특별 제작한 제품입니다.(www.kingdom.co.kr)사진 제공 : 한국 위스키협회장병선 하이트-진로그룹 하이스코트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