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펀드가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7월부터 홍콩과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였다. 8월 12일 기준 중국 본토 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10.03%로 지역별 펀드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Fund issue] 볕드는 중국 펀드
“중국 주식형 펀드는 쳐다보지도 않던 고액자산가들이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자산가들은 특히 중국의 소비재 관련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관심이 큽니다.”(류정아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 그동안 ‘중국 펀드’ 하면 손사래 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중국 투자 비중이 높았던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로 고생한 경험 탓이다. 금융회사 프라이빗뱅커(PB)들도 ‘중국 펀드’라는 말을 여간해선 꺼내지 않았다. 그나마 작년부터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많이 팔린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 등 우량 중국주에 선별 투자하는 펀드들이 연 수익률 20% 정도를 기록하면서 자산가들의 마음이 다소 누그러졌다.

올 하반기 들어 분위기는 좀 더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7월부터 홍콩과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새로 출시된 중국 펀드에 순유입된 돈의 규모가 미국 펀드를 앞지르기도 했다. 8월 12일 기준 중국 본토 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10.03%로 지역별 펀드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펀드의 ‘장기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 우려가 여전하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하반기 들어 중국 펀드 수익률이 반등한 것은 중국 주식시장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하반기 8.3%(8월 13일 기준) 올랐다.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같은 기간 8.52% 상승하며 2200선을 회복했다.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8월 13일 기준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9.56%고 홍콩H주 투자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도 5.47%다. 6~7월 중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부터 통화정책 완화,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내놓고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중국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7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올랐다. 시장 전망치인 51.4를 웃도는 수준이다. 7월 HSBC 제조업 PMI도 51.4로 작년 1월(52.3)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도입되는 ‘후강퉁(扈港通)’ 제도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상하이 주식시장과 홍콩 주식시장의 교차 매매를 뜻하는 말이다. 상하이 주식을 뜻하는 ‘후구(扈股)’와 홍콩 주식을 일컫는 ‘강구(港股)’가 연결된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자 중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얻은 기관투자가들만 중국 본토 A주 투자가 가능했다. 후강퉁이 도입되면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홍콩을 통해 개별 본토 A주 투자가 가능하다. 중국 투자자 역시 홍콩 주식을 자유롭게 살 수 있다. 후강퉁이 시행되면 유동성이 확대되며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에 미리부터 외국인 투자금이 중국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한규성 동부자산운용 본부장은 “중국 지방정부들이 부동산을 그동안 억눌러 왔는데 최근엔 계속 풀어주고 있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예상보다 잘 나왔다”며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홍콩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홍콩 달러의 절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국 펀드의 향후 전망은 어떨까. 7~8월의 급등세까진 아니겠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움직임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9월엔 경기지표 개선뿐만 아니라 유동성 확대도 예상된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국경절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추가적인 공개시장 조작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통적으로 9~10월엔 국경절을 앞두고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유동성도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박준흠 한화자산운용 본부장은 “후강퉁이나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확대 등으로 해외 액티브펀드와 패시브펀드 등이 상장지수펀드(ETF)나 대형주 중심으로 중국 주식을 살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중국 주가지수보단 종목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앞으론 대형주 중심의 주가지수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H주보단 본토A주 투자 펀드가 더 긍정적이란 전망도 나온다. 성 연구원은 “홍콩H지수는 중국 본토하고 동시 상장된 종목이 대부분이지만 중국 본토엔 홍콩에 상장하지 않은 종목들이 많다”며 “외국인들이 지금껏 못 샀지만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본토주를 적극 매수하면 본토 주식시장의 상승률이 홍콩H 주식시장 상승률보다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월부터 후강퉁 제도가 시행되면 홍콩거래소에는 상장돼 있지 않고 상하이거래소에만 상장된 귀주모태주, 상하이자동차, 이리우유 등 중국 대표 종목에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박 상무는 “본토 주식들은 보통 홍콩H주보다 저평가돼 있다”며 “후강퉁이 시행되면서 이 차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본토A주는 기업공개(IPO)에 따른 물량 부담이 해소되고 경기 부양책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Fund issue] 볕드는 중국 펀드
중국 ETF도 관심을 둘 만하다. 현재 중국 본토와 홍콩에 투자하는 6개 ETF가 상장돼 있다. 일일 중국 지수 상승(하락)률의 2배 수익(손실)률을 기록하는 ‘중국 레버리지ETF’도 지난 8월부터 등장하고 있다. 사봉하 한화자산운용 ETF팀장은 “레버리지 ETF는 기본적으로 단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며 “투자자들이 지수 변동에 따라 주식처럼 사고팔기에 편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7월까지 휘파람을 불던 경제지표가 8월 들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놓고 있어서다. 제조업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서비스업과 내수경기지표가 불안하다. 7월 HSBC 서비스업 PMI는 50으로 2005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밀려났다. 같은 달 소매판매 증가율도 12.2%로 6월(12.4%)보다 하락했다. 최근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길게 보면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러나 부동산 버블 문제가 터질 수 있고 은행 유동성에 대한 큰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상장사의 경우 불투명한 점이 많기 때문에 덜 알려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관칭여우 중국 민생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경기에 발목이 잡혀 있다”면서 “재고량이 많아지고 판매가 부진한 데다 대출까지 죄고 있어 부동산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한국경제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