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형 비상장 기업들이 줄줄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회사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다. 더구나 올해 IPO에 나서는 기업들이 예외없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르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FOCUS] 공모주 투자열기 ‘후끈’ 대박 종목은 어디에?
서울 이태원동에 사는 자산가 서 모(51·여) 씨는 지난 5월 BGF리테일의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다. 주변에서 워낙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서다. 1인당 청약 한도는 4만3000주. 조금이라도 물량을 더 받으려고 남편 이름까지 빌려 대신 청약했다. 서 씨가 청약 증거금으로 낸 돈만 17억 원이 넘었다. BGF리테일의 공모가가 4만1000원으로 책정됐으니 원래 34억 원이 필요했지만 청약 금액의 50%만 내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약 경쟁률이었다. 최종 경쟁률이 181 대 1로 마감했다. 현금 17억 원을 넣었어도 결국 1900만 원어치 물량만 손에 쥘 수 있었다. 상장 첫날 주가가 34.6% 급등했지만 겨우 600만 원 남짓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서 씨는 “공모주 투자가 확실한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 같지만 경쟁률이 워낙 세다 보니 좀 허탈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형 비상장 기업들이 줄줄이 IPO에 나서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회사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재편 차원에서 비상장 계열사의 IPO 계획을 밝히자 장외 시장에선 관련주들이 2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상장 첫날에만 61% 수익률 올리기도
올해 IPO에 나선 기업들은 예외 없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주관 증권사들이 흥행을 위해 기업의 실질가치보다 낮은 공모가를 책정하는 관행 때문이다. 공인인증 서비스업체인 한국정보인증과 전자상거래업체 인터파크INT가 대표적이다.

한국정보인증은 1999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대기업이 투자한 민·관 컨소시엄 형태로 출범했다. 이 회사의 공모가는 주당 1800원이었다. 개인 청약 한도는 5만 주였다. 인터파크INT는 2009년 인터파크와 쇼핑, 도서, 엔터테인먼트, 여행 등의 전자상거래 사업을 통합해 출범한 회사다. 1인당 청약 한도는 6만 주였다. 두 회사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각각 922 대 1과 492 대 1이었다. 소위 ‘대박’을 친 것이다. 한국정보인증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61.1% 급등했지만 역으로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큰 수익금을 챙기기 어려웠다.

오이솔루션도 마찬가지다. 경쟁률이 자그마치 1235 대 1에 달했다. 공모 금액이 78억 원에 불과했지만 청약 증거금은 9738억 원이 몰렸다. 개인투자자가 최대 청약할 수 있는 한도인 1만4000주(증거금 7000만 원)를 청약한 사람은 약 11만 원(11주)어치만 배정받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물론 청약 금액이 몰린 상장 기업 주가는 대부분 첫날 급등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 1위인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청약 땐 무려 4조5789억 원이 몰렸다. 2010년 삼성생명(4조8881억 원) 청약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작년 최대어였던 현대로템(3조4269억 원)도 능가했다. BGF리테일의 이번 공모 주식은 2대 주주인 일본 패밀리마트 보유 주식 616만30주(지분율 25%)다. 전량 구주 매출인 만큼 상장으로 새로 유입된 자금은 없다. BGF리테일은 1990년부터 24년간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어 온 패밀리마트와 결별하고 독자 경영에 나서게 됐다.

이처럼 공모주의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것은 개인투자자에 대한 배정 물량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주관 증권사들은 공모 물량의 60~80%를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몫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또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청약 증거금이 적을수록 배정 물량이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종의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인 셈이다.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는 “투자할 만한 금융상품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공모주가 수익이 작아도 가장 확실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며 “서울 강남권에선 공모주에 투자하기 위해 현금을 모아 계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에 투자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증권사 창구나 인터넷을 통해 청약하면 된다. 다만 특정 공모주를 모든 증권사가 취급하지 않는 만큼 해당 증권사를 미리 파악해 둬야 한다. 신청하는 주식 물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청약 증거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후 경쟁률과 청약금에 따라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추후 정산 과정을 통해 남는 증거금을 돌려받거나 모자라는 증거금을 더 내면 된다.


쿠쿠전자·삼성SDS 등 대어급 줄줄이 대기
올 하반기엔 매출·영업 실적이 좋은 비상장 기업들이 줄줄이 IPO에 나설 계획이다. 공모주가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은 삼성SDS에 쏠려 있다. 공모 금액만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재편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엔 삼성에버랜드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에버랜드가 증시에 입성하면 롯데쇼핑(9조2268억 원·24위), SK(8조7349억 원·25위) 등과 맞먹는 규모가 될 것으로 증권 업계는 전망한다. 상장 뒤 시가총액이 최대 9조 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돼서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전기밥솥 시장점유율 1위인 쿠쿠전자도 공모주 투자자들의 집중 관심 대상이다. 공모 금액이 최소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쿠쿠전자는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이미 제출했다. 다만 앞으로 가장 먼저 공모에 나설 기업은 센서 전문 기업인 트루윈이다. 총 120만 주를 공개 매각한다. 열간압연 및 압출제품 제조업체인 화인베스틸도 머지않아 총 643만 주를 공모한다.

이후에도 많다. NS쇼핑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작업에 착수했다. 모바일 게임 ‘쿠키런’으로 잘 알려진 게임 개발사 데브시스터즈와 자동차부품업체인 리한, 영화 ‘7번방의 선물’ 배급사인 뉴(NEW) 등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체 IPO 규모는 2012년 28건에 1조73억 원, 작년 38건에 1조3090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최소 2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공모주 시장이 들썩이자 장외 종목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비상장 주식투자는 잘만 하면 공모주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비상장 주식에 투자한 개인이 상장 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중소기업 주주는 10%·대기업 주주는 20%)를 면제받을 수 있다. 삼성SDS 상장 계획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이 종목의 장외 거래 가격이 두 배 넘게 뛰었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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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이 자사 중개 사이트를 통해 장외 종목을 매매한 금액을 집계해 보니, 올 1~2월엔 10억 원 안팎에 불과했지만 삼성SDS가 상장 계획을 발표한 5월엔 37억 원어치 거래됐다. 삼성메디슨 등 다른 삼성 계열사의 주가도 크게 움직였다.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팀 부장은 “장외 종목들이 상장되면 더 높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손실 위험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하지만 기대수익이 높을수록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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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회사다. 삼성SDS와 사업 구조가 비슷한 LG CNS가 대표적인 예다. LG CNS는 삼성SDS 상장 후 국내 3대 정보기술 서비스업체 중 유일하게 비상장 기업으로 남게 된다. 삼성메디슨과 롯데정보통신, 포스코건설, 미래에셋생명, 현대엔지니어링, LS전선, 현대다이모스, 현대카드, 코리아세븐 등도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종목들이다.


‘공모주 우선 배정 펀드’에 관심 가질 만
공모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이 직접투자만 있는 건 아니다. 펀드에 간접투자를 하면 훨씬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특히 공모주에 직접투자를 하기엔 청약 자금이 부족하거나 배정 물량이 적어 고민이라면 대안이 될 만하다. 다만 기대수익을 낮춰야 한다.

시중엔 다양한 공모주 펀드가 있다. 지금까지 수익률은 시원치 않다. 투자자들의 자산을 공모주에만 넣을 수 없어서다. 60~70%가량을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고, 일부만 공모주에 투입하는 식이다. 그런데 채권 금리는 낮고 공모주 청약 경쟁은 치열해 주식을 많이 담지 못한다.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공모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대개 2~3% 수준에 그치고 있는 배경이다. 이름만 공모주 펀드일 뿐 사실상 채권 혼합형 펀드란 얘기다.

가장 훌륭한 대안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다. ‘공모주 10% 우선 배정권’을 갖고 있어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총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동시에 30% 이상을 비우량 채권(신용등급 BBB+ 이하)이나 코넥스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1년 이상 투자하면 1인당 5000만 원 한도에서 이자·배당 차익에 대해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최장 3년간 최고 41.8%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신 원천세율(15.4%)만 적용한다. 종합과세가 두려운 자산가들에겐 특히 유리한 상품이다. 한 은행 PB는 “가족들이 분산해 분리과세 한도인 5000만 원씩 하이일드펀드에 넣는 사례가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하이일드펀드의 가장 큰 매력은 ‘분리과세’보다 공모주 우선 배정권이다. IPO나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모주를 우선 받을 수 있어 투자 수익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펀드가 처음 나온 올해 4월엔 설정액이 468억 원에 그쳤지만 5월에만 1000억 원 가까운 자금이 쏠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예컨대 A기업의 공모 금액이 1조 원이라면, 이 중 1000억 원만큼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우선 배정한다. 요즘 공모주의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혜택이다.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은 올해 5월 이후 상장 심사를 청구한 기업의 공모주부터다. 아직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공모주를 배정받은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조만간 상장하는 트루윈이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첫 배정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공모주 우선 배정이 본격화되면 일반 공모주 펀드 대비 10배 이상 물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손석찬 KTB자산운용 상품전략팀장은 “공모주 혜택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하이일드채권에서 일부 부도가 발생해도 손실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구조”라며 “연간 7%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재길 한국경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