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1000억 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를 만난 지 1년이 지났다. 인터뷰에서 박 대표가 추천한 종목의 주가는 1년 사이 약 50~150% 상승했다.

이 시점에서 그는 어떤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MARKET LEADER] “최근 포트폴리오 추가 기업은 창투사·증권사 등이죠”
코스피 지수가 1930~2010선 사이를 오간 지난 두 달,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한가하게도(?) 원고 집필과 선거운동 탓에 시장 밖에 있었다. 원고에 집중하기 위해 그리스를 다녀왔고, 귀국 후에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서울시장으로 나선 정몽준 후보의 선거를 도왔다.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시장은 살폈지만 매매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동안 선거 후유증으로 정신이 없었다는 그를 지난 6월 초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대동공업, 조강피혁, 참좋은레저 등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8개나 되는 ‘슈퍼개미’로 유명하다.


주식투자가 본업인 사람으로서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어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한 열흘 유럽에 다녀와서는 한 달 가까이 선거 캠프로 출근했으니까요. 아침, 저녁으로 스마트폰으로 시장 흐름을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투자하고 숙성되기를 기다리는 시기니까 가능한 거죠. 주식투자는 나무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나무는 심으면 물 주고 관리하는 기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다 어느 날 보면 훌쩍 자라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를 하더라도 경기가 좋아져서 기업이 성과를 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난 몇 개월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직접적인 여파로 주식시장이 침울한 시기였습니다. 그런 때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죠.”


그 사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빠지면 어떻게 대처합니까.
“최근에 포트폴리오에 추가한 기업이 몇 개 됩니다. 창업투자사, 증권사 등인데 유럽에 갔다 왔더니 6~7%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바로 던지지는 않습니다. 제가 작지만 강한 기업을 좋아하는데, 그런 기업들은 언젠가는 성과를 내니까요.”


보유 중인 종목 가운데 많이 오른 기업도 있던데요. 지난해 인터뷰에서 밝힌 대동공업, 조광피혁 등은 최근 무척 올랐습니다. 지금처럼 50% 이상 올랐을 때는 어떻게 하십니까.
“둘 다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둘 다 기업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당장은 매도할 계획이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상승할 거라고 보거든요. 대동공업이나 조광피혁처럼 그 분야에서 1등 기업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지위가 더 확고해집니다. 조광피혁의 경우만 봐도 업계 2위, 3위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거든요. 대동공업은 창사 이래 최초로 비전 선포식을 하면서 경영진이 회사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매출도 좋아질 겁니다. 이런 회사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할 기업은 투자를 늘리지는 않지만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조광피혁 같은 종목은 너무 오른 것 같은데요.
“7만7700원(6월 9일 종가)까지 갔으니까 오르긴 많이 올랐습니다. 제가 투자한 2007년에는 7000~8000원이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4000원대에도 샀으니까요. 조광피혁이 본격적으로 오른 건 올 2월 들어섭니다. 주가를 보면 잠잠하다 3~4개월 만에 2~3배가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호경기를 타면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겠죠. 주식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그 기업이 좋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지면 그때부터 주가가 오르는 거죠. 황제주라는 아모레퍼시픽이나 오리온 등도 3만~4만 원 하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롯데제과나 롯데칠성도 7만~8만 원 하다 12만~13만 원까지 올랐고, 그러다 100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잠재력을 가진 회사가 시장 컨센서스를 얻고 외국인, 기관들이 사기 시작하면 주가는 금방 오릅니다.”


장기 투자의 매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일반인들은 6개월만 지나도 장기 투자라고 하지만 저는 그보다 훨씬 투자 기간이 깁니다. 1~2년 정도 기업을 관찰하다 투자를 하니까 평균 투자 기간이 3~4년은 됩니다. 기업이 성장해서 성과를 내는 데 그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한다는 박영옥 대표.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한다는 박영옥 대표.
수익률을 높이는 박 대표님만의 비법이 있습니까.
“공 들이고 노력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흔히 주식에서 돈을 벌면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에서 성공하려면 치열한 노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저는 투자하기 전뿐 아니라 후에도 끊임없이 현장을 찾아갑니다. 현장에서는 문자로 전환되지 못하는 중요한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두가 그 정보를 찾아내고, 투자에 활용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살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신문팔이도 해 보고 증권맨으로 승승장구하다 외환위기 때 길거리에 나앉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읽는 저만의 눈을 갖게 됐습니다. 그 눈을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어떤 기업과 동행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거죠. 제 머릿속에는 일종의 회로처럼 그런 게 들어 있습니다.”


그런 기업의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대부분 단순하고 심심한 기업입니다. 기업에 대해 얘기를 들었으면 해당 기업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돈의 흐름을 보고, 의심이 드는 부분은 차근차근 되짚어 봐야 합니다. 그런데도 머릿속이 복잡하면 투자해선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계십니까.
“현재 보유 중인 종목은 약 30개입니다. 그중 대동공업, 참좋은레져, 조광피혁 등 7개 종목은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8개 종목이었는데 최근 와토스코리아 주식 일부를 팔아서 지분이 5% 이하로 줄었습니다.”


와토스코리아는 주가가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요.
“2011년부터 와토스코리아 주식을 샀는데 평균 7000원대 중반에 샀습니다. 그중 일부를 8000원대에 팔았는데, 그동안 세 차례 무상증자를 받아서 수익률이 대략 40%는 됩니다.”


매도 타이밍은 어떻게 정합니까.
“주식을 살 때 매도 계획을 세웁니다. 농사 계획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현재 아이에스동서 2대 주주인데요, 1만2000원대 샀는데 현재 주가가 2만4000원대입니다. 웬만한 투자자들은 이 정도면 매도하겠지만 저는 아직 잠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팔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얼마에 파실 계획입니까.
“외국인 매수가 시작되면서 2만3000원대에 팔려고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성장 속도도 빠르고 안정성도 높아서 더 보려고요. 하지만 다른 경우엔 계획대로 매도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목표가가 되면 일부 이익을 실현해서 다른 곳에 투자합니다. 제가 매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짜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해서 이익을 내면 원금은 그 분야에 재투자하고 이익은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식이죠. 다른 투자자들은 투자 후 방관하지만 저는 소통하고 관찰합니다. 때에 따라 대주주와 싸우기도 하고요.”


최근 편입한 종목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합니다.
“업종별로는 창업투자회사, 증권사 등입니다. 구체적인 종목은 삼성증권, NH농협증권, 우리투자증권, HMC투자증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입니다. 제조업에서는 조일알미늄, 고려제강, 디씨엠 등입니다.”


그러면 박 대표님이 보유 중인 종목을 가지면 되나요.
“동업자가 생기니까 저야 좋죠.(웃음) 하지만 제 말만 믿고 투자해서는 장기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주가가 출렁일 때마다 마음도 덩달아 흔들릴 테니까요. 투자자 스스로 확신을 가져야 담대하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는 주가가 떨어지면 언제든 사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래야만 장기 투자의 수혜를 맛볼 수 있습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