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MLP(Master Limited Partnership·마스터합자회사) 펀드는 미국의 에너지 운송 인프라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다. 미국 정부는 전국적으로 셰일가스 파이프라인을 직접 깔기 어려운 만큼 시설투자를 민간 자본에 맡기고 그 대신 에너지 설비업체에 대해 각종 세금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의 운송, 처리, 보관, 정제를 위해 총 89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MLP 펀드는 이런 고성장 산업에 투자해 연 10%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MLP 펀드, 미국 세금 혜택으로 고수익
은행 금리보다 조금 더 나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특별자산펀드다. 일반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부동산과 선박, 유전, 지하철 등에 투자하는 식이다. 크게 국내형과 해외형으로 나뉘는데, MLP 펀드는 이 중 해외형 특별자산펀드다.
특별자산펀드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전년 대비 7.19% 감소했지만 특별자산펀드는 21.15% 급증했다. 한 해 동안 4조6000억 원 늘어났다. 특별자산펀드의 90% 이상은 사모형이 차지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특정 자산만 편입할 수 있는 사모형을 선호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얘기다. 사모형 펀드의 1인당 최소 가입액은 2000만~3000만 원이다. 한번에 5억~10억 원씩 넣는 투자자도 있다.
공모형 특별자산펀드도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해외 특별자산펀드 설정액은 2011년 2월만 해도 1800억 원을 밑돌았는데 2013년 4900억 원, 지난해와 올해 각각 8800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 공모형의 장점은 적은 액수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최소 가입액은 100만 원이다.
다만 특별자산펀드 종류가 많은 만큼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평균 수익률만 놓고 보면 좋지 않은 편이다. 개별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는 사모형을 제외할 경우 해외 특별자산펀드 수익률은 지난 1년간 -7.5%(2월 17일 기준)로 저조하다. ‘한국투자ANKOR유전해외자원개발 특별자산’이나 ‘하나UBS암바토비니켈해외자원개발투자회사’와 같은 대형 특별자산펀드가 평균 수익률을 까먹어서다.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은 또 있다. 일부 특별자산펀드는 폐쇄형으로 설계됐다. 가입 후 3~5년 동안 환매할 수 없다. 초기 투자금이 자원개발 등에 모두 사용되는 특징 때문이다. 실적에 따라 배당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MLP 펀드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일부 사모형 MLP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이 10% 안팎에 달하면서 공모형도 나오고 있다. 국내 최초의 공모형 MLP 펀드는 한화자산운용이 올 1월 말 선보인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자투자회사’와 ‘한화분기배당형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자투자회사’다. 초기 투자금만 24억 원가량 들어왔다.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 자산을 보유, 운영하는 MLP 기업에 60% 이상 투자하고, 나머지를 채권 및 유동성 자산으로 굴리는 방식이다. 기업 가치 상승과 함께 배당수익만 해도 연 5~6%를 기대하고 있다. 펀드 가입자가 매년 내야 하는 총 보수는 종류(클래스)에 따라 순자산 대비 0.76~1.36%다. 미국 달러화 환산 평가액의 70%가량에 대해 환위험 헤지(회피)를 해놓는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3월부터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펀드’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화운용 펀드가 미국 MLP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현지 펀드의 재간접형인 데 비해 한국운용 펀드는 미국 MLP 전문 운용사인 쿠싱MLP에셋매니지먼트의 자문을 받아 장외 파생상품을 지정하고 모건스탠리가 이에 투자, 관련 수익만 향유하는 식이다. 미국에서 수익 대비 35%에 달하는 배당세를 모건스탠리와의 스와프 계약으로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게 한국운용 측 설명이다.
MLP 상장주는 뉴욕 증시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MLP 기업은 111개에 달한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현재 14억 달러 수준이다. 각 MLP 기업은 증자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에도 나서고 있다.
MLP 펀드가 유망한 것은 셰일가스 혁명이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해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조필호 스왕크캐피털 부사장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셰일가스 추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에너지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프라 투자를 더욱 늘릴 것”이라며 “MLP 비즈니스는 골드러시가 시작된 미국 서부 개발 때 청바지를 팔면서 이익을 내던 것과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MLP란 용어 자체는 미국 연방정부가 1981년 도입한 고유의 세금 관련 제도를 뜻한다. 주로 파이프라인과 원유·가스 보관시설, 정제시설, 터미널에 투자한다.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설비 사용료를 이익의 주 원천으로 하는데, 대개 ‘최종생산자 물가지수+조정계수’를 상한으로 한다. 현재는 연 5.3% 수준이다. 분기마다 현금 배당을 한다. 시가 기준 분배율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6% 정도였다.
해외 투자 땐 세금 꼼꼼히 살펴야
MLP 펀드와 같은 해외 상품에 투자할 땐 세금을 더욱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국내 주식에 직접 투자하거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때 받을 수 있는 비과세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채권형 펀드에 투자해 올린 수익에 대해선 소득세 15.4%를 내야 한다. 이 세금은 원천징수 된다. 하지만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했다면 양도소득세 22%를 납부해야 한다. 얼핏 보면 해외 주식 직접투자에 따른 세금이 높아 보이지만 고액자산가 입장에선 셈법이 다를 수 있다. 양도세 22%에 대해선 분리과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라면 세율이 낮은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게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증권사가 소비자의 돈을 위탁받아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투자를 하는 ETF랩에도 양도세 22%가 부과된다. 해외 주가연계증권(ELS) 수익엔 배당소득세(15.4%)가 붙는다.
조재길 한국경제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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