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냑 브랜드 ‘헤네시’ 홍보대사 모리스 헤네시

냑(Cognac)은 자연과 장인이 공동으로 빚어낸 명품입니다. 포도 이외에는 그 어떤 첨가물도 가미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과 장인의 정성으로 숙성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귀한 술은 전통과 문화를 담고 있어 절제하고 음미하면서 즐겨야 제격입니다.”코냑의 대표 브랜드 ‘헤네시(Hennessy)’의 창립자 직계 8세손이자 브랜드 홍보대사인 모리스 리처드 헤네시(56)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헤네시’는 1765년 아일랜드 귀족이었던 리처드 헤네시가 프랑스 코냑 지방에 설립한 코냑의 명가(名家). 코냑은 코냑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등급 백포주를 증류해 얻은 ‘오드비(Eau de Vie)’를 원액으로 활용한다. 오드비를 수년간 오크통에서 숙성해 다른 오드비와 함께 블렌딩하면 바로 코냑이 된다. 코냑을 ‘블렌딩의 예술’이라 부르는 것도 이처럼 복잡한 제조 과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240여 년 전통의 헤네시는 독특한 향기와 맛으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현재는 세계적인 명품 기업인 LVMH 그룹의 주요 계열사이자 창립 멤버이다. 설립 초창기에 헤네시는 주로 왕실이나 귀족들의 기호에 맞춰 제품을 생산해 왔다. 헤네시 코냑 중에서 오늘날 비교적 대중성이 높은 VSOP는 그 당시에는 최고급 제품에 속했다. 영국 왕 헨리 5세가 왕자 시절 헤네시 측에 아주 오래된 최상급 원액만을 블렌딩해 엷은 빛을 발하는 코냑을 주문해서 탄생된 제품이기 때문이다.이번에 방한한 헤네시 홍보대사 모리스 리처드 헤네시는 가문의 내력에 걸맞게 직접 포도밭을 소유하며 코냑 제조에도 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북미와 유럽, 아시아를 방문해 VIP 고객을 대상으로 헤네시 코냑의 우수성을 전파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그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코냑의 소중함과 존귀함을 강조한다고 말한다.“코냑 한 잔에 수많은 농부와 전문가들의 땀과 정성이 녹아 있습니다. 1리터의 오드비를 얻기 위해 9리터의 최상급 백포도주가 이용됩니다. 헤네시는 특히 오드비를 100년 이상 된 참나무 오크통에 숙성합니다. 숙성된 오드비는 적게는 12개, 많게는 100여 개의 각기 다른 오드비와 블렌딩돼 제품으로 만들어집니다. 코냑 중 가장 비싸고 창립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리처드 헤네시’에는 200년 이상 된 희귀한 오드비가 들어갑니다. 술 중의 술, 한마디로 명품 술이지요.”모리스 리처드 헤네시는 이런 의미에서 코냑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고 강조한다. 그는 “코냑을 생산하고 즐기는 것은 서구 사회에서는 일종의 문화 상품”이라며 “훌륭한 음악, 그리고 시가와 함께 한 잔의 코냑을 마시는 것은 코냑 지방의 문화, 헤네시의 문화를 음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음악을 좋아하는 코냑의 전도사답게 그는 헤네시가 만드는 코냑의 맛과 향취를 음악에 비유하며 설명했다. “깊고 강렬한 맛의 헤네시 XO는 바흐의 선율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불꽃처럼 폭발적인 풍미와 벨벳 같은 부드러움을 머금은 ‘파라디 엑스트라’는 헨델의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명품 중의 명품 ‘리처드 헤네시’는 열정적 분위기의 드뷔시나 말러의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보여주는 미덕을 품고 있다고나 할까요.” 포도주를 베이스로 하지만 수백 가지 원액을 블렌딩해 만드는 코냑이야말로 오케스트라의 구성 원리와 절묘하게 일치한다는 것이 그의 ‘코냑 철학’이다.그렇다면 헤네시가 코냑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그는 경쟁사들이 넘보기 힘든 전통과 경험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코냑 제조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오드비, 그것도 오래된 오드비를 어느 정도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헤네시의 설립자 저장고에는 200년이 넘게 숙성된 오드비들이 상당수 저장돼 있다. 또 매년 60만 헥토리터(6000만 리터)의 오드비를 생산해 숙성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물량이다.오드비를 어떻게 배합하느냐도 코냑의 품질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헤네시가 창립 이후 제품의 품질과 맛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8명으로 구성된 블렌딩팀의 탁월한 경쟁력 덕분이다. 모리스 리처드 헤네시는 “헤네시의 블렌딩팀을 이끌고 있는 마스터 블렌더는 7대째 필리우(Fillioux)라는 한 가문에서만 나왔다”면서 “헤네시가 수많은 코냑 가운데서도 확고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이처럼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글 김태철·사진 서범세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