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역사 ‘볼로냐 공법’ 테스토니로 부활
한 신발은 인생을 즐겁게 만든다. ‘신발의 생명은 편안함’이라는 모토 아래 70여 년을 내달려온 피혁 브랜드 테스토니는 오늘날 ‘메이드인 이탈리아(Made in Italy)’를 대표하며 여전히 수공 작업을 고집하는 극소수의 회사로 손꼽히고 있다.1929년 가죽 제품의 본고장으로 불리던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볼로냐. 현재까지도 12세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볼로냐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역사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도시다. 볼로냐가 이렇듯 전통과 역사를 현재까지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볼로냐를 기반으로 한 수많은 공방들의 장인들이었다.볼로냐에서도 ‘제대로 된’ 구두를 생산해내기로 유명한 테스토니(a.testoni)는 1929년 귀족들의 사랑을 받았던 구두 장인 ‘아메데오 테스토니(Amedeo Testoni)’에 의해 시작됐다. 아메데오 테스토니는 가죽을 다루는 장인 집안의 후손이었다. 현재까지 테스토니의 본사로 사용되고 있는 그의 초창기 볼로냐 구두 공방에서는 4명의 장인들과 그의 아내가 하루 네 켤레의 구두만을 만들어냈다. 소량 주문 생산 방식을 철저히 지킨 것. 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혁명을 시발점으로 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수많은 브랜드들이 기술의 편리함과, 시간과 노동력 단축을 통한 이윤 추구를 위해 수공예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방 시스템을 포기했지만 테스토니는 달랐다. 현재도 수공예 기술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테스토니의 공방은 장인들의 손때 묻은 작업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볼로냐 시민들의 자랑거리로 통한다.볼로냐의 신발 만드는 기술은 직업별 길드 조직이 형성됐던 12세기에서 유래됐다. 신발을 제작하는 가죽공들의 길드는 1294년부터 명성을 떨쳤고 2260명의 회원을 거느린 큰 조직으로 발전했다. 1600년 ‘신발공들의 길드’는 볼로냐의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150여 개의 공방들이 도시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아 상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그 당시 가죽공들의 모습은 팔에 토시를 두르고 소량의 신발을 각 공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그들만의 기술을 통해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장인의 모습을 띠었다. 이러한 ‘신발공들의 길드’ 전통은 테스토니에 의해 현재까지 계승됐는데, 테스토니의 전통 기술 중에서도 ‘주머니 공법(Sachetto Bolognese)’라 불리는 구두 깔창의 더블 스티치 기술은 볼로냐의 장인 기법의 극치라고 평가 받고 있다. 1900년대 초반 볼로냐에서 시작된 이탈리아의 신발 산업은 전쟁 이후 수출 붐이 일면서 전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입증 받았다.구두 한 켤레를 만들기 위해 200여 개의 공정을 거치는 테스토니의 까다로운 제작 공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테스토니의 대표적인 남성 구두 라인 ‘블랙 라벨’은 600년의 역사를 지닌 볼로냐 공법을 이용해 200여 개의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제품을 생산해 내는 모든 공정은 각 파트를 맡은 장인들에 의해 엄격하게 다뤄지는데, 이들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40년 이상 테스토니의 구두를 제작해 온 인간문화재급의 기술 보유자들이다. 이들이 한 켤레의 구두를 완성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14시간. 최상급의 가죽을 선별해 디자인에 맞는 최고의 가죽 부위를 골라내는 작업만 해도 한 켤레에 4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제품 하나하나에 혼을 담는다’는 창업자의 장인정신이 실감나는 대목이다.‘볼로냐 공법’은?‘공기 가죽 주머니 공법’이라고도 불리는 볼로냐 공법(Bolognese construction)은 테스토니가 자랑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제작된 신발은 인체공학적이기 때문에 착용자에게 탁월한 유연성과 편안함을 준다.이 공법의 비밀은 매우 부드러운 염소가죽에 손으로 꿰맨 안감을 대서 장갑처럼 발에 꼭 맞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 신발 앞부분에 탄력성을 갖게 하는 반면 신발의 뒷부분은 특별히 덧댄 안창 덕분에 더 단단한 형태를 갖추도록 제작돼 발뒤꿈치를 바르게 지탱해 준다. 이 기술은 오랜 세월 구두 장인들이 전통적 생산 경험을 발판으로 개발해 계승됐고 1950년대에 테스토니가 완성했다. 이 공법은 매우 복잡하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 기술로 제작 과정에서 아주 작은 결함이라도 있다면 전 제품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테스토니를 제외한 다른 신발 제작 업체에서는 포기한 기술이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