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들의 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의 성격을 갖지만 다소 유연한 전략을 가미한 투자가 바람직하다. 즉, 장기 투자 대상을 고르되 현금 배당 능력이 높은 기업을 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 현금 배당 능력이 높은 기업은 당연히 수익성이 안정적이며 대체로 시장 지배력이 높고 핵심적인 주력 상품이 매출과 이익을 이끌어 준다. 재무적으로는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을 찾으면 되는데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낮으면서 현재의 수익만 높은 경우, 즉 성장 피크 기업도 배당 성향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장기 투자 대상은 경기 변동이나 기술 변화가 크지 않은 기업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최근 수년 동안 크게 주가가 오른 오뚜기나 농심을 생각해 보자. 이들은 카레나 라면이라는 부동의 중심 상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타의 주변 제품으로 전체 성장을 조절해 나가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자세는 장기 저점에서 매입해 그냥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기술 개발이나 점유율 유지, 성장률 또는 수익성 관리 면에서 이런 기업들은 나름대로 내공이 쌓인 기업들이어서 경기 상황이나 경쟁 상황에 대한 대처에서 상대적으로 동요가 적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업은 단기간에 커다란 변화를 도모하기도 쉽지 않아 제품 개발이나 시장 확대가 더디고 매출의 성장도 비교적 느린 편이다. 그래서 기술적 매매를 주로 하는 초단기 투자자들이 쉽사리 달려들지 않는 주식 중 하나다.이런 주식은 대개 전체 발행 주식에 비해 유통 주식이 적어 거래량이 많지 않다. 거래량이 적으면 초단기 투자자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 주가의 출렁거림이 적고 그만큼 주식의 장기 보유자가 많아진다. 그러나 시장에는 단기 투자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람들은 왜 기다림에 약한 것일까. 흔히 하는 말로 한국 사람들이 성격이 급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우리 경제가 오랜 시간 고도성장을 해 와서 타성이 붙어 그런 것인가. 이 점에 관해서는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다만 증시는 언제나 돌출할 수 있는 심리적 불안감을 깔고 있으며, 지난 역사 속에서 이런 불안감들은 한순간에 주가를 나락으로 빠트린 경우가 많았던 과거사에서 이유의 한 자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안보나 사회불안 경제 흐름 등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심리적으로 일시에 혼돈에 빠지는 체계적 위험(베타위험)이 높아서 그런 점도 있을 수 있다. 체계적 위험이 제공하는 투자 위험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미국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1929년 대공황을 촉발한 10월 29일의 주가 폭락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주가 급락의 소지가 심리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즉, 1년 전부터 8번이나 주가 폭락 사례가 있었는데 이 모두가 심리적인 충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식시장은 알 수 없는 심리적 동요가 커지면 결국은 어느 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대폭락의 장세를 연출해 모두를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어서 무작정 장기 투자만 하라고 권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단기 폭락의 장세라 할지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주가는 살아나 시간적 기다림을 반드시 보상해 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시기에 가장 발군의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시니어들의 장기 투자 지혜라 할 수 있다.결국 주식시장은 체질적으로 심리적 동요가 크다는 점 때문에 일면 장기 투자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런 이유로 오히려 장기 투자가 단기 투자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역설도 가능한 것이다. 이제 펀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터라 장기 투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엄길청경기대 교수 /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