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저점매수·고점매도 매트릭스 기법으로 푼다

숱한 시장 분석가와 투자 전략가가 명멸을 거듭하는 증권계. 이 와중에서도 이승조(49) 다인에셋 대표처럼 극적인 인생 반전을 이룬 사람도 드물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 증권 방송을 운영 중인 그는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는 ‘무극선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극(無極)’은 음과 양이 공존하는 세상처럼 균형 감각을 갖고 주식 시장에 임하자는 의미에서 그가 지은 필명이다.그의 인생 역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그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에 입사해 증권가에 첫발을 디뎠다. 그러다가 정부의 ‘증권사 대형화 정책’ 발표를 접한 뒤 증시가 급성장할 것이라고 판단, 주당 800원 하던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불과 3년 만에 투자금은 57억 원으로 불어났다. 너무 젊은 나이에 큰 돈을 만지고 나니 허영에 들떠 회사에 사표를 내고 주식 투자 클럽을 만들었다.하지만 결국 1992년까지 이어진 대세 하락장을 견디지 못하고 돈을 몽땅 날려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선후배, 친인척들에게서 빌린 돈까지 까먹고 이혼을 당하는 아픔도 맛봤다. 7억 원의 빚을 진 채 빈털터리로 13평 오피스텔에서 아이 둘과 함께 3년 동안 백수 생활을 했다. “그때는 재기가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았고,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모든 욕심을 버리고 균형 감각을 깨닫게 됐지요.”기회는 우연히 찾아 왔다. 1995년 외국계 증권사인 동방페레그린증권에 스카우트돼 법인들을 대상으로 주식 세일즈 영업을 했다. 세일즈를 위해 주가를 분석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던 그때의 경험은 향후 시장을 분석하는 안목을 키워줬다. 그는 1997년 불어 닥친 외환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우량주와 증권주를 사 모았다. 3년간 보유한 결과 5~7배의 높은 수익률을 얻었다. 이후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주식 관련 ARS 서비스 사업과 주식 투자로 계속 돈을 불렸다. 외환위기 후 불과 몇 년 만에 그는 이 바닥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실전 투자 대가’로 부상했다.굴곡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나름대로 투자 철학과 기법을 정립했다. 과거 자신의 전공이었던 기술적 분석과 ‘주가는 만들어 가는 것’이란 생각을 버리고 가치 투자자로 변신한 것. “외환위기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장세에서 개별 종목 투자로 10~20배의 수익률을 내기도 했습니다. 족집게 장세 진단으로 증권가에서 ‘미다스의 손’으로도 불렸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래봐야 어떤 전문가도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겁니다. 증권계에 입문한 1985년 이후 22년 동안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결국 그 기간의 시장 평균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하더군요.”그래서 그가 개발한 것이 소위 ‘매트릭스 매매 기법’. 한마디로 설명하면 우량주를 싸게 사서 장기간 묻어두는 방식이다. “통계로 봐도 인덱스 펀드와 같이 우량주에 분산 투자하는 것보다 나은 수익률을 내는 것이 드뭅니다. 매트릭스 매매 기법은 인덱스 펀드와 유사하게 우량주에 효과적으로 자산을 분배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모든 투자자의 꿈인 ‘저점 매수-고점 매도’를 이끌어 내려는 기법이기도 하지요.”매트릭스 매매 기법의 관건은 업종 대표주의 순환 사이클을 어떻게 잡느냐와 한정된 자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이다. 주식 매입 및 매도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미적분과 통계 기법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매매 시점을 잡기 위한 지표로 활용되는 주식 내재가치와 가격 변화를 60일 이동평균과 이격률 기준 등으로 판단한다. 물론 이것도 기술적 수치여서 이와 연동해 주당순이익(EPS)의 변화 추세 등을 고려한다. 초보자에겐 다소 복잡한 이 기법을 보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우량 기업 100개를 고르고 개별 종목마다 등급을 매겨 매입과 매도의 틀(매트릭스)을 구성하는 것이다. 방식은 먼저 정보기술(IT) 금융 반도체 자동차 등 10개 섹트로 나눠 섹트별로 시가 총액 10개 기업을 편입한다. 이후 10개 섹트별로 10개씩 모아진 100개 기업들을 3개 등급으로 나눈다. 블루칩은 A, 옐로칩은 B, 테마주 또는 코스닥 우량주는 C로 구분하는 식이다.A는 고점 대비 25~38%, B는 38~50%, C는 50~75% 하락할 때만 단계별로 매입한다. 매도도 단계적이다. A는 바닥 대비 50% 이상, B는 100% 안팎, C는 100% 이상 오를 때까지 서서히 처분한다.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 주식에 할당된 투자금의 70%만 집행한다. 30%는 MMF 등에 맡긴다. 투자에 나선 70%도 상당 부분 A등급 기업에 투자한다. C등급 투자는 A, B등급 투자로 번 자금으로만 한다.물론 주식 시장의 장기 추세를 먼저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우량주라고 하더라도 향후 기업으로서의 영속 가능성이 의심되는 주식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매입 후 주가가 더 떨어질 경우 추가 매입에 나서지만 일정 기준으로 하락할 때는 단계별로 처분해 손절매에 나선다.“기술적 분석을 10년 했지만 내공이 안 생기더군요. 계속 예측을 하려고 하고 매매를 빈번히 하게 되죠. 기술적 분석으로 예측해 투자했는데 주가가 그 반대로 갔을 때는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그런데 제가 개발한 매트릭스 매매 기법을 통한 가치 투자는 일단 저한테 맞고 편해서 좋아요. 워런 버핏은 30년 이상 묶어둘 종목에 투자한다지만 제 호흡에는 3년이 딱 맞습니다.”현재 그가 보유한 주식 종목은 10여 개. 최근 그가 거둔 실적은 경이적이다. 서울반도체를 잡아 6개월 만에 75%의 수익률을 냈다. 비슷한 기간 주가가 거의 반 토막 났던 성신양회로 60%의 수익률을 거둬들였다. LG화학과 하이닉스 등도 30% 이상 고수익을 냈다.“모든 애널리스트들이 비관적이라고 말하더라도 매입 구간에 들어오면 놓치지 않습니다. 업황의 전망은 짧게는 3개월, 중기적으로는 6개월~1년 주기로 바뀝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반도체가 좋고 LCD는 좋지 않다고 했다가 어느 날에는 그 반대로 LCD는 좋고 반도체는 좋지 않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하곤 합니다. 외환위기와 같은 천재지변이나 해당 기업의 부도와 같은 극한 상황이 아니면 주가는 제 자리를 찾는 법입니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매트릭스 매매 기법의 원칙을 지키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기 관리입니다. 절대로 단타를 해서는 안 됩니다. 단기간에는 단타가 좋아 보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비교하면 장기 투자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그는 단타에 익숙한 개미들이 주식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불어 닥칠 패러다임의 변화도 개미들에겐 치명타라는 것이다. FTA가 체결되면 우량 기업들은 더욱 좋아지지만 개미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소형주들의 상황은 가시밭길이란 예측에서다. 따라서 개미들은 단타를 지양하고 매트릭스 매매 기법처럼 우량주를 사서 장기간 묻어두든지 아니면 기관투자가인 펀드에 돈을 맡기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