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기(61) 벡스파인투자자문 회장은 남들이 은퇴 후 생활을 즐길 나이에 금융 벤처를 창업했다. 이미 60여 개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투자자문업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백 회장은 “정년은 없다”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백 회장은 35년간 은행에 근무하면서 주택은행 부행장까지 지낸 정통 금융인이다. 동생 백인기 전 한빛은행 자본시장본부장과 함께 ‘쌍백’으로 불렸다. 그래서 투자자문사 이름도 백(Baek) 씨와 파이낸스(Finance)의 영문표기를 합친 후 발음하기 쉽도록 변형해 ‘벡스파인(BEXFINE)’으로 정했다. 동생인 백 전 본부장이 사장을 맡았고 외삼촌인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전 경제부총리)과 외사촌인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 외곽에서 자금 및 경영지원을 해줘 든든한 원군이 됐다. 또 대우증권 국제금융부와 모건스탠리 도이치은행 등에서 근무한 백 회장의 아들 백우진 씨도 회사에 합류, 투자 전략을 담당하며 활약하고 있다. 백 회장을 만나 60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유와 앞으로의 전략 등을 들어봤다.은퇴를 준비할 나이에 창업한 동기가무엇입니까.“2005년부터 준비 작업을 벌여 최근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60대 이상의 노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이들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줄 투자자문업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많은 은퇴자들은 아파트 한 채 이외에 별다른 노후대책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처럼 체계적으로 노후자금을 관리할 필요성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부동자금이 530조 원이나 된다고 하는데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이런 자금들도 금융자산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됩니다.”형제가 함께 금융계와 인연을 맺게 된동기가 있습니까.“금융계 집안에서 커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금융계로 가게 된 것 같습니다. 외삼촌이 경제부총리를 역임했고 제 부친도 금융회사에서 임원을 역임했고 상장사 회장과 국영기업체 감사를 하셨던 분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이런 배경을 갖고 있어 저나 동생 모두 큰 고민 없이 금융계로 가게 됐습니다.”은행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은행에 35년간 몸담았는데 주로 기획 조사 업무와 신탁증권 업무를 많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주택복권 도입 업무를 담당했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복권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돼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 국민주택기금 업무를 맡아 주거환경 개선에 나름의 역할을 한 것도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은행권은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투자 업무와 맞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증권회사는 공격적으로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는 편인데 비해 은행은 국가 기간산업인 데다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자본시장이 통합되면서 은행과 증권 업무의 구분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에 두 분야의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회사처럼 증권회사 출신이 실무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은행권 출신이 경영진으로 참여해 적정하게 위험을 관리해 줄 경우 자산운용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나이가 들수록 위험을 피하는 게 일반적인데요.“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창업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평생직장을 구했다며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창업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도 받고 있습니다. 자리에 맞는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은퇴 후 여유를 즐기는 것에 비해서는 힘들고 고달플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사고방식이나 업무 추진력이 뒤처질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또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잘 짜놓았기 때문에 창업으로 생길 수 있는 노후 대비 위험에도 충분히 대비를 해놓았습니다. 급격히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인재들이 나이라는 이유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물러나고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 환경이 조성됐으면 합니다.”벡스파인의 투자 철학을 설명해 주시죠.“원금 보전을 전제로 수익률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치 투자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가치 투자는 좋은 주식을 초기에 싼 값에 매입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원칙을 있는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에 비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가치 투자의 원칙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하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시장의 흐름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재가치가 높은 저평가주를 대상으로 장기 보유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전반적인 주가 하락기에는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조정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얼마나 많은 기업을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정확히 아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우리도 많은 기업을 분석하기보다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기업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구체적으로 투자 판단에 사용하는 지표는무엇입니까.“30~40개 정도의 종목으로 투자 유니버스를 만들었는데 업종별 수익 예상치, 분기별 실적 등 기초 데이터를 열거해 놓고 나서 향후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 15개 정도를 간추려 자체 개발한 ‘벡스파인 인베스트 모델(BIM)’에 적용해 투자 비중을 결정합니다. 경제 환경과 유동성을 감안해 최종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자체 개발한 모델로 투자한 경험이 있습니까.“내부적으로 자체 개발한 모델을 토대로 투자해 봤습니다. 2006년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여 동안 코스피지수가 5.12% 상승했는데, 우리 모델로 투자한 결과 19.54%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코스피지수 대비 14.42%의 초과 수익률을 올린 것입니다.”현재까지 투자자문 수탁고는 얼마나 됩니까.“현재 150억 원 정도를 투자자문해 주고 있는데 2007년 연말까지는 수탁고를 1000억 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2007년 1분기까지는 200억~400억 원의 추가 자금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투자자문사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있는 추세인데요.“사실 자문사 수익구조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수수료 하나만 바라봐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하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따라서 나름의 색깔을 가진 자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일례로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해외 진출도 생각하고 있으며 외국에 있는 역량 있는 교포 사업가들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앞으로 증권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12조 원 이상 자금을 회수해갔지만 1400선이 지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장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기금과 개인의 간접 투자자금이 시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강한 지지선은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업종별로는 조선업과 건설업을 주목하고 있는데 건설업의 경우 인수·합병 재료가 있고 조선업은 해외 수주 실적을 감안했을 때 당분간 강세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회사 주식도 환율이란 악재가 있지만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