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5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경매 3계 법정.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20평형 연립 주택이 1억 원에 경매에 부쳐졌다. 신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가장 많은 투자자(34명)가 몰려 최초 감정가의 185.4%인 1억8539만 원에 낙찰됐다. 11월 28일 서울 북부지방법원 4계에서는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35평형 아파트가 1억3200만 원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20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종전 유찰가(1억6500만 원)를 훌쩍 뛰어 넘는 2억3239만 원에 낙찰돼 입찰 참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2006년 9월 초에 재점화된 부동산 시장 가격 오름세가 11·15대책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경매 시장만은 한번 달아오른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경매정보제공 업체인 디지털 태인에 따르면 2006년 11월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102.85%로 역대 최고치(99.46 %, 2006년 10월)를 갈아 치웠다. 전국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도 사상 최고기록인 90.8%를 나타냈다. 연립·다세대 주택 역시 서울 지역의 경우 10월 98.04%에 비해 4.17%포인트 높은 102.21%를 나타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경매 과열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일반 거래 시장에서는 매물 품귀 현상을 빚고 있지만 경매 시장에서는 우량 물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고 법원 감정가가 지난 가을 가격 상승분을 미처 반영하지 못해 저평가된 데다 그 어느 때보다 경매 참여층이 두터워졌다는 점 등이다. 수도권 뉴타운 지역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여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해당 지자체에 제출한 뒤 허가를 받아야 토지를 매입할 수 있으나 경매는 번거로운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경매 시장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다.하룻밤 새 수천만 원이 뛰어오르는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를 고려할 때 1억~2억 원대로 투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원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강남권에서는 7평 남짓 밖에 살 수 없지만 강남권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얼마든 알짜의 저평가된 물건을 만날 수 있다. 즉 투자 금액이 부족하거나 물건이 없다고 물건 타박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타박하려면 본인의 게으름과 선구안을 탓할 뿐이다.자기 자본이 1억5000만 원일 경우 담보대출을 이용하면 시가 3억 원대의 물건도 능히 경매로 취득할 수 있다. 대출 제한에도 걸리지 않아 ‘버블 세븐’지역 외의 지역에서는 30평형대 이하 물건도 얼마든지 낙찰 받을 수 있다.그렇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첫째, 아파트를 노린다면 노원구나 도봉구, 강서구 일원에 있는 20평형대 전후의 중소형 물건이 유망 투자처다. 또 신도시의 중형 아파트도 노려볼만 하다. 가격 부담이 적을 뿐만 아니라 전세를 통해 투자금액의 60% 이상을 회수할 수 있어 재투자가 가능하다.둘째, 최근 경매 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과거에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연립, 다세대의 부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를 밀어내고 시장 주도주로 등극했다.단, 이들 경매 물건은 세심한 발품이 요구된다. 아파트와 달리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호재 지역의 물건을 노려야 한다. 역세권이나 재개발 예정지, 뉴타운 예정지 등이 유망 지역이다. 특히 노후주택이 밀집된 지역은 최고의 투자처로 지역을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노려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전세금이 투자금액의 70%를 넘는다면 ‘지역불문, 가격불문, 종목불문’ 무조건 낙찰받기를 권한다. 설령 개발이 더디더라도 자금 부담이 적을 뿐만 아니라 회수된 금액으로 재투자가 가능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도심 내의 원룸이나 투룸 등도 제격이다. 도심 역세권이나 업무용 빌딩 밀집 지역의 경우 월세가 60만~80만 원을 넘어 고정 수익을 올릴 수 있다.셋째, 상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가는 여느 종목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은 반면 물건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기억해 투자 시 미리 수익률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매 물건은 목 좋고 수익률 좋은 상가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해 발품으로 물건의 약점을 극복하고 업종 재배치 과정을 거쳐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블루오션’ 종목이 될 것이다.마지막 대상은 토지다. 8·31대책으로 가장 심하게 몸살을 앓는 종목이 바로 토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수요가 빠져나간 지금이 실수요자나 장기 투자자에게는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더 없는 호기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주변 지역이나 동서고속도로 예정지역, 접경지역, 양평 여주 이천의 경기 동부권, 안성 평택 등의 경기 남부권이나 평창 횡성 영월 제주도 등이 길목 투자용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한다. 이 밖에 역세권 업무용 빌딩 지역의 경우에는 오피스텔도 관심 물건이다. 고정 월세 수익용으로는 그만이기 때문이다.한편 경매는 특성상 주의할 점도 많다.첫째, 투자금액 부담이 적은 반면 투자층이 두꺼워 수익률이 다소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금액대는 참여자가 많다 보니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수익률 10% 남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따라서 남보다 한발 앞서 분석하고 한발 먼저 참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둘째,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면 거래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시세는 하한선을 기준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상승기라면 낙찰가는 상한가를 기준 가격으로 보고 다소 무모하더라도 낙찰받기 위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셋째, 토지 경매 외에는 ‘명도 없는 경매 없다’는 점을 유념하고 소정의 명도 비용과 소요 기간을 감수해야 한다. 경매는 일반 매매와 달리 낙찰 후 부대비용이 적잖이 발생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자금 운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넷째, 법정 분위기기에 휘둘리지 마라. 법정에 나와 있는 사람이 모두 투자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요즈음 ‘묻지마 경매’가 우려될 정도로 고가 낙찰이 속출하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추격 매수보다는 ‘소신’ 입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왜냐하면 2006년 12월 낙찰받은 물건은 명도 기간을 감안할 경우 온전한 재산권 행사 시기는 일러야 2007년 3월 내외이기 때문이다.물론 2007년 1월 이후 부동산 시장이 재점화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지만 자신이 없다면 소나기는 잠시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