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한류바람 등 트렌드 분석

세계 화장품 업계에 한류 바람이 거세다. 우리나라의 문화와 컨셉트를 고스란히 담은 한방 화장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한국에 똑똑하고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가진 소비자가 많다’는 평가를 받아 테스트 시장으로서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아기처럼 맑고 고운 피부에 대한 한국 여성들의 유별난 집착과 세계적인 자연주의 열풍이 만들어낸 성과인 것. 여기에는 비, 욘사마 등의 한류 스타와 애니콜, 휘센 등 전자 브랜드의 인기도 한몫했다. 한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예전보다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화장품계 한류 바람의 주역은 뭐니 뭐니 해도 단연 한방 화장품이다. 한때 불거진 수입 화장품의 피부 유해물질 함유 논란 등은 소비자들을 자연주의로 회귀하게 만들었다.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한방 화장품으로 이어졌고, 최근엔 성분뿐만 아니라 신선 판매 기간을 명시한 제품도 등장했다. 한방 화장품은 천연 원료를 사용해 부작용이 적은 기능성 제품이라는 매력을 등에 업고 고공행진 중이다.한방 화장품 브랜드는 짧은 기간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2년 40개에서 2003년 52개, 2006년 현재 100여 개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 전체 화장품 시장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젊은 소비자층도 두터워지고 있다.국내 성장세 못지않게 해외에서도 인기 몰이 중이다. 한국 화장품의 한방 브랜드 ‘산심’은 지난여름 일본 굴지의 세이부 백화점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곳에서 산심은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산삼 배양근 추출물을 주원료로 한 점이 일본 소비자의 호기심을 이끌어냈던 것. 아모레 퍼시픽의 ‘설화수’는 홍콩에 부티크 3호점을 개설했다. 매장은 센트럴 빌딩과 영국계 백화점인 하비니콜슨 등지에 있으며 상류층이나 전문직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더스토리오브 후’는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했다. 지난 8월 중국에 런칭한 ‘후’는 철저한 고급화 전략을 세워 중국에서 대장금으로 유명한 ‘이영애’와 2년 전속 계약했다. 한방에 호기심이 많고 화장품에 관심이 높은 베트남 시장에도 지난 10월 진출했으며 앞으로 매장 수를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한국의 브랜드가 외국에서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7~8위를 차지하고 있는 매우 큰 시장이다. 특히 한국 여성들의 일인당 화장품 사용 개수는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다. 그만큼 한국 시장의 잠재성은 무한하다. 이렇듯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고 잘 아는 한국 여성들의 남다른 관심과 감각을 높이 평가한 랑콤은 한국을 10대 전략 국가 중 하나로 선정하고 이드라젠 밀크로션, 이드라젠 젤 에센스 등 다양한 제품을 오로지 한국만을 위해 개발했다. 특히 랑콤의 신제품 뉴트릭스 로얄은 전 세계 랑콤 매장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판매한다. 한국 여성들만의 미용 습관을 조사해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들은 스킨케어의 단계가 많고 또 아침저녁으로 그 순서를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로션(플루이드)’이다. 서양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아시아 특히 한국 여성에게 필수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랑콤은 이를 위한 제품을 별도로 출시하고 있을 정도. 샤넬은 유럽 여성과는 다른 화장 습관과 기후로 스킨로션이 특히 중요한 단계로 여겨지고 있는 한국 여성, 더 나아가 아시아 여성들의 요구에 맞춘 스킨로션인 나노로션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한국 남성 또한 유명 수입 화장품 브랜드의 중요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남성들은 대표적인 스킨케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킨로션과 밀크로션을 골라주는 사람의 65%가 자신이 아닌 부인, 애인 혹은 여자 가족이나 친구들이라고 대답했다. 본인이 직접 화장품을 구매해 사용하기보다는 선물 등으로 여성들이 구매하는 경우가 높은 것.로레알파리는 이러한 한국 남성들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으로 간편하고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세 가지 컨셉트를 지닌 ‘맨-엑스퍼트’를 출시했다. 로레알파리의 클라우스 파스벤더 사장은 “한국 여성들만큼이나 세련되고 세계적인 한국 남성들의 수준에 맞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젊은 남성을 위한 향수 ‘인칸토 에센셜’을 출시했는데, 이 향수의 개발 과정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남성 200명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해 조향(調香)에 적극 반영한 것이다. 또한 남성 전용 브랜드 아라미스도 지난 몇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의 남성용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 주목했다. 미백, 보디 전용 제품, 노화방지 등과 같이 남성 제품도 여성의 화장품처럼 다양화, 세부화했다.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취향과 증가된 구매력은 유명 외국 화장품 브랜드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시아에서 최고를 자부하는 일본과 떠오르는 중국이 있지만 테스트 마켓으로서 한국의 역할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또한 한국적인 문화 감성의 코드가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세계인들에게 어필한 것도 이러한 한류 현상에 일조했다. 이제 더 이상 한국은 세계 화장품 업계에서 변방의 나라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