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 대책 집중 점검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대책의 핵심은 단연 ‘신도시’ 정책이다. 송파신도시를 비롯해 광교, 김포신도시 등 2,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이고 될 수 있는 한 녹지비율을 줄여 아파트 분양 물량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말 한마디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던 검단, 파주신도시 지정에 이어 발표된 이번 대책은 결국 신도시를 통한 공급 확대에 정부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주택 정책은 크게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라는 ‘양날의 칼’로 요약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 주택 정책의 컬러가 8·31대책과 같은 수요 억제 위주에서 신도시 건설이라는 공급 확대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중과 등 세제 강화를 통한 투기 수요 억제도 중요하지만 “공급 확대 없이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시장의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그렇다면 신도시는 집값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까.신도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주택 200만 호 건설 효과를 떠올리면 간단하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던 부동산 투기, 집값 폭등 현상은 90년대 초부터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개 신도시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비로소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은행 아파트 가격 통계를 보면 1993년 마이너스 2.9%, 94년 마이너스 0.1%, 95년 마이너스 0.2% 등으로 하향 안정세가 이어졌다. 집값이 떨어졌던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이때가 유일하다.공급 확대의 중요성은 요즘 수도권 지역 집값이 급등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실제 2004~05년 중 수도권 주택 공급 실적은 당초 목표(58만2000가구)에 비해 17만9000가구 적은 40만3000가구 공급에 그쳤다. 더욱이 올 들어서도 8월말까지 연간 목표치(25만3000가구)의 34%에 불과한 8만6039가구가 공급되는데 그치고 있는 상태다. 공급 확대보다 수요 억제에 무게를 두었던 정부가 결국 ‘신도시 카드’를 내민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더욱 주목할만한 사실은 신도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신도시의 선호도는 뚜렷하다. 최소 100만 평 규모 이상으로 조성되는 신도시는 이른바 ‘포도송이’처럼 난개발로 이어지기 쉬운 소규모 택지개발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데다 도로 지하철 등 광역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쾌적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정부가 이번 대책에 내놓은 신도시 정책의 핵심은 △택지개발 단축 △용적률 상향조정 △강남 대체 신도시 추가 공급 △신도시 분양 일정 단축 등이다. 현재 송파, 광교신도시 등 2, 3기 신도시 물량을 합칠 경우 30만 가구로 분당 등 1기 신도시 물량과 맞먹는다. 여기에 추가로 용적률을 확대하고 녹지비율을 줄일 경우 약 12만 가구 정도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물량만 놓고 보면 이들 신도시가 입주하는 시기에는 어느 정도 수도권 집값 안정세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지구지정과 개발계획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신도시 분양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분양가를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전 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영향평가 절차를 간소화할 경우 사업 기간이 단축되고 이는 매년 상승하는 토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하지만 당시 상황과 지금과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2, 3기 신도시의 성공을 속단하기 이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신도시와 함께 수도권 공공택지가 대규모로 공급돼 자재난이 벌어질 정도로 단기간에 걸쳐 주택 공급량이 증가했다. 더욱이 200만 호는 당시 전체 주택 재고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한마디로 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물량이 그때와는 다른 셈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일각에서 신도시 공급물량을 늘릴 경우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신도시 확대 정책과 함께 과거 준농림지를 대체하는 성격의 ‘계획관리지역’에서 민간 건설업체들이 공급을 늘리는 등의 계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역설하고 있다.집값에 미치는 영향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과연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신도시가 추가로 어디에 공급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단 검단신도시와 파주신도시 3단계가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 지정된 만큼 강남 대체 신도시는 수도권 남부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규제가 워낙 촘촘히 짜여 있는 이상 강남을 대체할만한 지역을 고르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일례로 신도시 후보지로 활용할만한 수도권 땅이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신도시를 추가로 지정하더라도 도심에서 40~50km 이상 떨어진 곳에 지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은 자연환경보전권역 등으로 묶여 있어 대규모 택지개발이 곤란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용인 포곡면 모현면 등 동부지역 일대, 화성 동탄 인근을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지만 의외의 지역이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한편 용적률 상향 조정, 녹지비율 축소 등 신도시 요건을 변경할 경우 주택 공급량을 늘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적정 밀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선에서 조율될지도 관심거리다.2, 3기 신도시 추진 어디서 이뤄지고 있나1기 신도시에 이어 수도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2, 3기 신도시는 판교 동탄 송파신도시 등 모두 9개에 달한다. 이들 지역은 집값 안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에 있는 만큼 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경우 적잖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9개 지역의 면적을 모두 합칠 경우 분당신도시(594만 평)의 5배가 넘는 3139만여 평에 달한다. 이곳에 들어서는 총 주택 공급량은 43만여 가구로 정부가 계획하는 전국 1년치 공급량인 50만 가구에 육박하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최근 신도시로 추가된 인천 검단(340만 평)을 비롯해 운정3지구가 편입된 △파주신도시(497만 평) △김포신도시(358만 평) 등 서부권역 물량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입주가 완료될 경우 총 12만7000가구 규모의 안정적인 주택 재고량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수도권 동부권역에서는 △양주 옥정(회천)신도시(317만 평) △송파신도시(205만 평) 등 2곳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남부권역에서는 이미 분양이 끝난 판교신도시(281만 평)를 필두로 △화성 동탄신도시(273만 평) △수원 광교신도시(341만 평) △평택신도시(528만 평) 등 4곳이다. 총 공급량은 15만6000가구에 이른다. 정부는 이 밖에 내년 상반기 경기 남부권역에 분당급 규모(594만 평)의 신도시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수도권 신도시 현황구분신도시면적(만평)용적률(%)가구수인구밀도(명/ha)분당59418497,600197일산47616969,000174 1기평촌15420442,000327산본12720542,000396중동16522541,400301판교28115929,00095동탄27317340,000134송파20420846,000170김포35817053,0001302기, 3기파주(1,2단계)285171(1단계),184(2단계)46,000132파주(3단계)21215628,000110광교34116524,00053검단34019056,000133양주(옥정,회천)318165(옥정,회천은 미정)45,50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