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수요 분산 위한 개발 계획 주목

동안 잠잠했던 주택 시장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주식 보험 등으로 분산됐던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유턴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시작은 정책 혼선의 후폭풍에서 비롯됐다.“분양가 원가 공개는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됩니다(2004년 6월).” “원가 공개가 대세인 만큼 내년 4월 분양 원가 공개를 추진토록 하겠습니다(2006년 9월).”정책 혼선의 대표적 사례다. 2~3년을 내다보지 못하고 여과 없이 정책을 쏟아 내다보니 정책 효과에 대한 신뢰도는 땅바닥 아래로 추락한 지 오래됐다. “정부에서 먼저 할 일은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당국자끼리 말부터 맞추는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조변석개식의 정책 불안은 역설적으로 부동산 시장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만 해도 그렇다.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서울수도권 아파트 값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마지막 주 서울, 신도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값은 한 주 동안에만 0.83%나 뛰어 2003년 10·29대책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도 0.92%나 올라 2002년 9·4대책 발표 이후 주간 상승률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집값 상승은 검단, 파주에서 시작돼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도 영향을 받아 10월 한 달 간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은 2.26%나 뛰어 전달(1.22%)에 비해 상승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수도권도 한 달간 3.39%의 상승률을 기록해 1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건설 업체들의 고민거리였던 분양 시장도 단숨에 회복세를 되찾았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468개 단지, 4만3864가구로 전달에 비해 1826가구(3.9%)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은 검단, 파주 신도시 발표에 힘입어 한 달 만에 2253가구나 줄어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그렇다면 최근의 정책기조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일단 수요 억제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는 만큼 공급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학계와 건설 업계는 수요공급 균형이 깨지면서 주택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었다.올 3분기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는 1만1697가구이며 이중 강남권(강남 강동 서초 송파)은 16.3%에 불과한 1916가구였다. 4분기에도 서울에는 1만968가구가 입주하지만 강남권에서 건립되는 아파트는 4099가구에 불과하다.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더 줄어들어 상반기 중 서울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고작 올해 한 분기치인 1만1315가구다. 강남권 입주 물량도 4344가구에 불과해 사상 최악의 수급 대란이 발생할 전망이다.공급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공 부문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당초 정부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약 39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9월 말 현재 계획 물량의 70.7%인 27만6014가구만 사업승인을 받았으며 실제 착공에 들어간 물량은 14만3019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 공공 모두 공급이 제자리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는 집값 상승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신도시 건설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따라서 정부의 정책 목표는 보다 분명해 보인다. 공급을 다소 늘리되 규제는 계속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기조는 계속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당초 내후년께 예정돼 있었던 파주 운정신도시 분양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기기로 했으며 김포신도시도 2008년 상반기 중 분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양주신도시는 2007년 하반기에 아파트가 분양되며 강남 대체 신도시로 개발될 송파신도시도 기존 4만6000가구에서 5만3000가구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이르면 오는 2009년부터 분양에 들어갈 방침이다.국내 주택 시장의 해묵은 가설 중 하나가 ‘10년 주기설’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집값은 10년을 주기로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90년대 초반과 2000년 초반에 똑같이 집값이 큰 폭으로 뛴 것이 이 가설을 뒷받침해 준다. 이 10년 주기설에서 주택 시장을 안정시켰던 요인은 공급 확대였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초반 집값이 뛸 때 정부는 5개 신도시 발표로 시장을 안정시켰다. 집값 안정을 위해선 결국 공급 확대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최근 경기도가 발표한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과 명품신도시 계획도 주택시장 입장에서 볼 때는 틀림없는 호재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말 김문수 경기도지사 취임 100일을 맞아 제2외곽순환도로 계획을 발표했다.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의 집값 상승을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다. 공급 부족에 따른 수요 증가가 일시적인 집값 상승으로 나타났지만 이런 분위기를 틈타 분양가가 오를 경우 자칫 버블(거품)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투자 환경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각종 공급 계획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데도 장기적인 자세가 우선시 돼야 한다. 지금 정부와 경기도가 발표한 공급 계획은 모두 4~5년 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는 일러야 2013년께나 건설된다. 토지 보상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져 예상보다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지금으로선 이들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를 예의 주시해가면서 투자를 저울질해야 한다.다만 제2외곽순환도로가 연결되는 구간의 토지 시장은 상승이 불가피하다. 밑그림만 그려졌을 뿐 구체적인 노선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업계는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가 건설되면 오산 용인 하남 동두천 남양주 등지가 유망 지역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동두천 남양주 등지는 그동안 개발에 소외돼 왔던 지역인 만큼 노선 확정에 따른 시세차익이 상당히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상황에 따라선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와 내년 상반기 중 발표되는 신도시가 연계될 수도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내년 발표되는 신도시 기준을 ‘강남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해 왔다.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가 연결되면서 강남 수요층이 이동할 수 있는 곳이 장기 투자처로 0순위인 셈이다. 업계는 하남 화성 용인 오산 등지를 유력지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지식정보타운 건설, 정부과천청사 이전 등이 계획돼 있는 과천시와 성남시 서울공항 주변 등도 후보지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