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펀드에 투자하는 계좌 수가 1200만 개를 넘어섰다.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이 경제활동 인구 두 명 중 한 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매달 펀드에 투자하는 자금은 1조 원을 훨씬 넘고 있다. 이제 펀드는 노후자금, 자녀교육자금, 주택구입자금 등을 마련하는 데 매우 친숙한 투자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에서는 펀드가 너무 늘어난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현재 개인들의 금융자산 총액이 1400조 원이 넘는 데 비해 펀드에 투자된 자금은 80조 원에 불과하다.아직도 수많은 자금이 저금리 상품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이 높은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펀드에 투자하는 행태를 보면 과거에 비해 다소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단기 투자 관행이 여전하다. 펀드는 장기로 투자해야 제대로 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장기란 적어도 경기 사이클이 한 번 이상 형성되는 3년이나 5년을 말한다. 외국에는 5년 이상 투자하는 경우에만 펀드 가입을 허용하는 금융회사도 많다. 2004년부터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투자기간이 3년 정도로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 북한 핵실험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펀드의 투자자금이 바로 줄어드는 등 단기 투자 관행은 여전하다.두 번째 문제점은 과거 수익률을 기준으로 투자 판단을 한다는 점이다. 펀드를 고를 때 과거 수익률이 우수한 펀드를 고르는 현상은 이미 고착화됐다. 과거 수익률이 우수한 펀드란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 한때의 유행을 타고 가격이 폭등한 펀드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펀드에 뒤늦게 투자하고 나면 바로 수익률 하락이 발생하게 된다. 번번이 수익률 꼭대기에서 펀드에 가입해 손실을 봤다고 하소연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런 유형에 속한다.세 번째 문제점은 분산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산투자란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정하는 자산 분산이 가장 중요하며,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를 몇 개의 상이한 스타일의 펀드로 구성하는 스타일 분산도 포함된다. 특히 주식에 투자할 자금 중 20~30% 정도는 해외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국제 분산투자도 바람직하다. 이번 북한 핵 문제처럼 한국이 안고 있는 지정학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해외에 투자한 자금으로 훌륭하게 위험 관리를 할 수 있다.그렇다면 왜 펀드 투자자들이 이렇게 많아졌는데 합리적인 투자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금융회사의 펀드 판매인들이 투자자들에게 고품질의 컨설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지출하는 비용 중 무려 70%에 달하는 금액을 펀드 판매인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투자자들의 투자 지식도 아직 부족하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수익률 높은 펀드를 소개받고 과거 수익률에 현혹돼 투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북한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주가지수가 하락하지 않는 것은 적립식으로 투자되는 펀드자금 덕택이다. 그런데 정부는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자금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거나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에 포함하는 등의 발전 방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결론적으로 자산운용 산업은 판매, 운용, 감시규제 등의 종합적인 개선이 있어야 고도 성장할 수 있다. 소비자도 현명하고 능동적인 주체가 돼야 금융 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