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거공간 타운하우스가 뜬다는데…
울 목동에 살다 지난 7월 경기 파주시의 한 ‘타운하우스’로 이사한 김모(38) 씨. 출판사에 다니는 김 씨는 요즘 정원 가꾸는 재미에 쏙 빠져 있다. 자연을 즐길 수 있어 계절의 변화가 더없이 즐겁다고 했다. 김 씨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 생활에만 익숙해져 있다 타운하우스로 이사 온 뒤 삶의 질이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도심이 멀지 않고 이웃도 많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거의 없다.”고 흐뭇해했다.저층·저밀도 주거시설인 타운하우스가 여유 계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타운하우스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편리성과 단독주택의 쾌적성을 동시에 갖춘 단지형 주택으로, 20~30년간 유지돼 온 ‘아파트’의 아성마저 허물 태세다.L건설이 경기 가평군에 짓는 타운하우스(51~54평형, 48가구)는 최근 모든 계약을 사실상 완료했다. 분양 개시 8개월 만이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두 배 이상 비싼 평당 2000만~2200만 원인 데도 불구하고 강남권 수요층이 몰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워낙 고가 주택이다 보니 분양 개시 이전엔 분양성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라며 “계약자를 분석해 보면 별장(세컨드 하우스)과 실거주 목적이 반반 정도.”라고 전했다. 이 타운하우스 바로 앞으로 청평호가 펼쳐져 있고, 입주민들이 요트를 즐길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W건설이 지난 7월 분양에 나섰던 화성 동탄신도시 내 타운하우스의 경우 1순위 경쟁률이 21 대 1에 달했고, 계약도 4일 만에 100% 마감됐다. 회사 관계자는 “신개념 주거 형태인 타운하우스란 이름을 내걸고 공급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같은 시기 하남 풍산지구에서 공급된 T건설의 타운하우스(37~50평형, 97가구) 역시 계약 개시 4일 만에 물량을 모두 털어버렸다. 분양시장 침체기의 이례적인 현상이다. 작년 말부터 후분양 방식으로 입주자를 모집해 온 파주 타운하우스도 137가구의 대단지인 데도 불구하고 분양을 끝낸 상태다. 용인 동백지구에서 타운하우스 분양을 준비 중인 이광훈 모닝브릿지 사장은 “요즘 주택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는 독립성이 철저하게 보장되면서 편의성을 갖춘 타운하우스.”라고 강조했다.타운하우스가 이처럼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단독주택의 쾌적성과 아파트의 편리성을 동시에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대체 수요층의 구미를 당길 만한 주거 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안·관리가 쉬운 데다 소음이나 주차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별로 없다.대형 평형 위주로 공급되고 있어 고급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점도 강남권 수요층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20~30년 된 낡은 강남아파트에 사는 여유 계층이 타운하우스의 주요 타깃.”이라며 “가격만 비쌀 뿐 쾌적성이 떨어지는 강남권 등 고가 주택 거주자들 사이에선 이웃들이 한꺼번에 타운하우스를 계약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요층이 점차 넓어지면서 타운하우스가 아파트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삼성 SK 등 대기업들도 종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타운하우스 건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타운하우스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분양되고 있어 일반인 접근이 제한적인 편이다. 죽전 W타운하우스의 경우 평당 2000만 원이 넘으며, 남양주 화도읍 R타운하우스도 평당 2000만 원에 분양되고 있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도 타운하우스 활성화의 장애 요인이다.타운하우스의 커뮤니티 시설은 일반 아파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편이다. 타운하우스가 보편화돼 있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입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각종 주민 커뮤니티 시설이 잘 발달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타운하우스가 워낙 고가(高價)에 분양되고 있다보니, 웬만한 주상복합 아파트보다 편의시설이 낫고 또 고급스럽다.타운하우스엔 일반적으로 △공동 파티룸 △피트니스센터 △비즈니스센터 △야외 수영장 △테니스장 △바비큐장 △어린이 놀이터 등이 설치된다. 비즈니스센터에는 개인이 장만하기 힘든 복사기 레이저젯 프린터 등 고가의 사무집기가 마련된다. 주민들은 누구나 개인 시설처럼 이용할 수 있다.예를 들어 올 3월 분양된 ‘용인동백 하우스토리’에는 게스트 하우스가 따로 들어선다. 게스트 하우스란 손님이 찾아왔을 때 접대와 숙식을 할 수 있는 별도의 숙박시설. 손님이 잠시 동안 기다릴 수 있도록 리셉션 카페와 단지 내 온실공원도 설치된다. ‘판교 린든그로브’에는 야외 바비큐장 및 파티 데크가 설치돼 주민들이 파티 문화를 즐길 수 있다.송연성 드림사이트코리아 이사는 “미국에선 각 타운하우스마다 마케팅 매니저가 따로 있어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고 부동산 중개업소나 언론 등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타운하우스가 고가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모으면서 건설·시행사들이 앞 다퉈 타운하우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토지공사가 경기 용인흥덕지구 내 블록형 단독주택지(타운하우스 부지)의 사업자를 공모한 결과, 평당 446만~469만 원의 고가인 데도 불구하고 근래 보기 드물게 29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입지가 좋은 276블록의 경우 13개 업체가 동시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롯데건설 신동아건설 일신건영 우남건설 동문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일제히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토공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동탄 등 인기지역에서도 블록형 단독주택지의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대형 업체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면서 “자회사를 많이 두고 있는 대형사들이 블록형 택지를 싹쓸이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블록형 단독주택지는 택지지구 내에서 단독형 집합주택이나 부대시설이 딸린 3층 이하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타운하우스용 부지다. 용적률 100%,건폐율 50% 이하 등이 적용되며, 가구당 대지면적은 60~200평이다. 특히 판교·동탄·흥덕·광교·청라 등 인기 신도시에는 타운하우스가 빠짐없이 들어설 전망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도 친환경 주거시설인 타운하우스가 들어선다. 대형 업체 중에선 삼성물산(용인 동천동), SK건설(용인 동백지구), 롯데건설(인천 청라지구) 등이 타운하우스 개발을 이미 추진 중이다.1980년대 이후 확고하게 자리 잡은 아파트의 아성을 타운하우스가 허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타운하우스가 적어도 고급 주택 시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취임 직후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를 탈피해야 할 때.”라며 수도권에 선진국과 같은 타운하우스 위주의 명품 신도시를 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정부 역시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도시경관이 훼손됐다고 판단, 장기적으로 저층·저밀도 개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대통령자문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가 지난 7월 건축·도시·조경 등의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도시 경관의 품격이 동남아시아 신흥도시보다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 등 공동주택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저층·저밀도 주거형태인 타운하우스가 대안 주택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고 주택시장이 투기가 아닌 실거주용(用)으로 재편되면서 타운하우스가 확고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타운하우스는 공동 마당을 사용하는 연속 저층(低層) 방식의 단지형 주택이다. 출입문이 분리된 여러 가구의 주택을 한 개의 건물 라인으로 이어서 짓는 개념이다. 자동차 출퇴근 문화가 당연시되고 있는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보편화돼 있다. 여러 가구가 지붕이나 벽을 공유해야 진정한 타운하우스란 주장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보다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넓은 정원과 일조권을 확보하고 개인 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보장한다는 점에서 연립주택이나 고급 빌라와 구분되며, 공동 브랜드를 갖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과도 다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