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경매시장의 명암 짚어보기
최근 전 세계 미술 시장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미술품 경매다. 미술품 경매의 가장 큰 매력은 가능성을 보고 저가의 작품을 구입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소중하게 사랑받아 온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술품 경매는 시장에 내놓기 전에 누가 소장했는가도 가격 감정에 영향을 준다. 유명 컬렉터가 소장했던 작품이라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게 마련이다.지난 200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반 고흐의 ‘마담 지누’의 작품이 4033만6000달러(390억 원)에 낙찰되는 순간 해외 언론들은 앞 다퉈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세계 미술 경매시장의 43.1%를 차지하는 뉴욕에서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만 해도 경매 낙찰(예정)가는 뉴스거리다. 2004년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1억400만 달러에 낙찰돼 신기록을 기록,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 2년 만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의 초상’이 1억3500만 달러에 낙찰돼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경매시장은 최고의 뉴스 공급자 중 하나가 되고 있다.지난해 세계 미술 경매시장 규모는 예상치인 36억 달러(3조 4620억 원)를 넘어선 40억 달러(3조8468억 원)를 기록했다. 현재 세계 미술 경매시장은 거래 대금 기준으로 2003년 주춤했던 것을 제외하고 1990년 이후로 10년간 연평균 27% 상승했고, 뉴욕에서는 지난해 34.5%라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보였다.18세기에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전문 경매회사의 등장 이후 부자들의 가벼운 취미생활로 여겨졌던 미술품 경매는 세인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미술시장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다.일반적으로 미술시장은 갤러리를 중심으로 미술품의 거래가 이뤄지는 1차시장과 경매로 거래가 성사되는 2차시장으로 구분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두 시장의 차이를 설명하면, 갤러리는 컬렉터의 위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작들을 다루고 미술 경매회사는 기탁된 미술품을 재판매한다는 것이다. 즉 갤러리가 전속작가 등 엄선된 작품을 위주로 수익을 창출한다면, 미술품 경매회사는 이미 거래됐던 작품을 경쟁 방식을 통해서 이윤을 높인다는 것에 차이가 날 뿐이다.작품 판매 시 감정 및 진위의 책임 소재에 있어서 갤러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만, 경매회사는 자신이 주관하는 감정기구 혹은 감정사가 평가한 감정평가서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판매한다. 우리보다 미술시장이 빠르게 형성된 서구에서는 1차시장과 2차시장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세상만큼 미술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좀더 효과적인 미술품 재테크를 위해서는 미술 경매시장의 급부상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첫 번째 이유로는 미술 경매회사의 변화를 들을 수 있다. 컨템퍼러리 아트(현대미술)의 붐이 일면서 크리스티, 소더비와 같은 대형 경매회사들도 젊은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경매를 기획하고 있으며 갈수록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매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컨템퍼러리 아트 마켓을 선점하기 위해 크리스티는 홍콩에 경매장을 냈으며, 소더비는 중국 인도 등 제3세계의 동시대 미술품 특별전을 꾸준히 열고 있다.이러한 경매회사들의 새로운 시장 탐색은 컬렉터들 입장에서는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 또 한 자리에서 경매회사가 엄선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과 아직 가격이 높지 않은 작품들을 매입, 경매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경매회사의 입장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미술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도 경매시장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술품 구입이 특정 부류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미술품 구입은 심미적인 이유에서 오는 개인의 취미에 투자의 개념이 더해지면서 점차 다각화되는 추세다. 이는 전체 미술시장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미술품 구입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유형이 함께 변하고 있다. 미술은 더 이상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면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경매시장의 확대는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호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는 갤러리의 일반적인 미술품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반대 급부로 볼 수도 있다. 갤러리들의 이러한 불공정한 가격 책정은 미술시장의 투명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물론 이러한 미술 경매회사의 행보가 시장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는 갤러리들의 지적도 있다. 갤러리가 새로운 작가를 발굴 지원하고 소개해 시장 가격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비해 경매시장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잦은 경매로 인해 두 미술시장의 균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도 최근 불거지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다.시장 과열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도 상당히 많다. 가령 향후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데도 터무니없이 높게 낙찰되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작품들도 생겨나 기존의 미술 시장에 불안감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간혹 불거져 나오는 위작 문제는 이제 뿌리내리고 있는 미술 컬렉션 문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아직은 낯선 경매장 가는 길, 새로운 시도와 즐거운 호기심으로 미술품 재테크의 또 다른 방법을 알아가는 것은 어떨까.©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