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의 증권투자 어드바이스
분간 코스피 지수는 1100~1450 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동성을 현금으로 확보했다가 주가가 급락했을 때 적극 매수하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올해와 내년 박스권 장세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가장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입니다.”증권 업계에서 ‘진정한 승부사’로 통하는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이처럼 당분간 이어질 조정 장세가 장기 투자의 적기라고 진단했다. 박 사장은 펀드매니저 사이에서 고수 중의 고수로 통한다. 상승장에서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폭락장에서 놀라운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직전 주식의 대부분을 정리했고 2001년 9·11테러 전에도 주식 비중을 낮췄다. 외환위기 직전 많은 사람들은 주가가 충분히 빠졌다며 ‘사자’를 외쳤지만 그는 반대로 행동했다.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말할 때 주식을 팔고, 모두가 회의론자가 됐을 때 주식을 사야 한다는 ‘거꾸로 투자’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거둔 연평균 수익률이 30% 정도는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1억 원을 맡겼다면 10년 만에 13억 원 이상으로 불릴 수 있는 수익률이다.올해 하락장에서도 그는 어김없이 ‘거꾸로 투자’로 리스크를 관리했다. “작년까지는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강하게 베팅했습니다. 특히 중소형 및 코스닥 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올해 조정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 중소형 주식의 비중을 대폭 낮췄고 성장형 펀드 편입 종목도 우량주로 교체했습니다. 또 고객이 자산을 맡길 때 최소 주식 투자비율을 정하는데 이 최소 비율만큼만 주식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현금화했습니다. 그래서 하락장에서 다른 사람보다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었죠.”작년 말 대부분 증시 분석가들이 강세장을 예견하고 있었던 시점에 어떻게 그는 리스크 관리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많은 분석가들은 올해 기업들의 수익이 10~20%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분석해 보니 너무 낙관적으로 추정된 것이란 감을 갖게 됐습니다. 기업 현장을 방문해 보니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만큼 좋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고금리로 상황이 바뀌고 있는데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섰던 것입니다. 시장의 기대와 현실이 괴리됐다고 봤습니다.”그는 주가가 박스권에서 등락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은 10여년간 이어졌던 통화 팽창 정책의 후유증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과잉 긴축이 필요합니다. 또 원자재 가격이 불안한 상황인데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자원 소비국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제하기 위해 다른 희생을 감수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남미나 중동 등 자원 보유 국가로 경제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기준금리가 연 5.5%까지 올라가고 추가 인상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책당국은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낼 것 같습니다. 금리 인상이 일단락됐다고 시장이 믿는 순간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고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금융 긴축과 고금리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세 하락장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답답하고 지루한 장이 2~3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이처럼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투자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박 사장은 예상한다. “1100~1450 정도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종 이벤트에 따라서 장이 출렁거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한 비관론이 대두되면서 주가가 단기간 급락했을 때 매수하는 게 박스권 장세에서 가장 좋은 투자 전략입니다. 심리상태와 반대로 가는 투자 성향이 필요합니다. 급하게 빠지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야 합니다. 또 5년에서 10년을 바라보는 장기 투자자에게는 올해와 내년이 매우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입니다.”명상과 철학, 종교 등에 심취하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 성적이 전교 100위권을 맴돌았던 그는 어머니가 병을 앓자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에 6개월간 공부에 매달려 서울대 자연계열에 입학했다. 그러나 심리학을 하고 싶어 이듬해 인문계열로 다시 입학했지만 부모의 강력한 반대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을 가기에 앞서 항공료라도 벌기 위해 잠시 노무라증권 서울사무소에 입사하면서 증권시장과 인연을 맺었고 결국 주식 투자가 평생 직업이 됐다. 노무라증권에서 2년간 근무한 후 1987년 대우투자자문에서 일하다가 1991년 에셋코리아 창립 멤버로 활동했고 2000년에 한가람투자자문을 설립했다. 한가람투자자문은 고객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작년 말 기준으로 주식에 투자한 수탁 자산이 1조 원이 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그는 현재 장세 전망을 하면서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직원들은 기업 분석에 매달린다고 말한다.“시장 상황 분석은 평생 해봐야 남는 게 없습니다. 맞힐 확률은 낮고 틀릴 확률은 높기 때문입니다. 저도 자주 전망을 수정하곤 합니다. 실제로 2005년 초반에 주식시장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습니다. 기업 이익 증가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러나 유동성을 놓고 보니 강세 장이 펼쳐질 것이란 판단이 들어 재빨리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그래서 약간 늦게 상승장에 동참하게 됐죠. 시장 전망을 항상 정확하게 맞힐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 분석은 시간이 지나고 노하우가 쌓이면 정확성이 높아집니다. 시장 전망은 저와 임원 한두 사람만 하면 됩니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기업 분석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기업 분석을 통해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회사를 발굴, 초과 수익을 노려왔다고 설명했다.“초과 수익의 대부분은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프라이싱 파워(가격 결정 능력)가 없는 기업을 사지 않습니다. 영업이익률 등 지표를 통해 프라이싱 파워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은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으로 불어나게 되는데 이런 추세에 맞춰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독점력을 갖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일례로 세계화 물결로 인해 중국과 인도의 인력과 국내 인력이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따라서 차별화한 교육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입시 교육 등 분야에서 독점력을 가진 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해외 여행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독점적 기업도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저나 의료 같은 성장 산업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구축한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료 같은 내수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도 있습니다.”그는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IT 기업들은 시장 평균 정도로만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10년간 잘 해왔다 하더라도 워낙 환경이 급변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한 두 번의 투자 판단 실패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부동산 시장은 고점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금리 인상과 긴축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유동성 축소라는 두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 같습니다. 또 아파트의 주 수요층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데 인구 구조학상 이들 인구층이 이미 피크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국지적인 개발 호재가 있다면 상승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부동산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그는 남들과 반대로 움직일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조만간 상당한 비관론에 빠지는 시점이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관론을 극복하고 주식을 살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금리가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더 떨어지면 다시 한국 같은 제조업 위주의 국가에 펀드 자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비관론이 팽배했을 때 용기를 갖고 주식을 사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또 노후자금을 마련해야겠다고 판단한다면 올해가 매수 기회입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