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리모델링할까
야 믿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또 ‘백번 듣느니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보이는 것은 정말 믿을 만한 것일까. 예뻐 보이는 독초나 어린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불량식품을 떠올려 보면 눈으로 확인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눈에 보이는 리모델링만 찾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기능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뻐 보이는 창을 선택했는데 결로가 생긴다면 살기에 좋은 집은 아니다. 리모델링 비전문가인 소비자(건축주)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무엇보다 소비자 스스로 눈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건축 전문서적을 독파하라는 뜻은 아니다. 만약 리모델링 업체가 견적을 내면서 특정 자재를 쓰겠다고 하면 그 이유를 따져보라. “다른 집도 이 자재를 사용했다”라고 대답하면 의심해 볼 일이다. 소비자 건물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그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업체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같은 논리로, 리모델링 비용부터 따지는 소비자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현재 건물의 어떤 부분이 불편하니까 어디를, 어떻게 고치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 다음 예상 비용 범위 안에서 제대로 된 자재를 선택해 옳은 시공이 이뤄지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리모델링에서의 합리적인 소비자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원칙으로 리모델링 업체를 선정했다면 시공에서는 건물의 개성과 조화를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아파트아파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 형태가 됐다. 국민 대다수가 아파트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는 곧 집이란 등식이 성립됐는데 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누가 뭐래도 집은 휴식 공간이 아니겠는가. 가족 구성원 누구라도 집에 들어오면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편안함이란 무엇인가. 물론 가족 구성원 간의 인간적인 따뜻함일 것이다. 건축적인 의미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오감(五感) 만족에서 나온다. 눈(視) 코(嗅) 귀(聽) 혀(味) 피부(觸)가 자극받지 않아야 집안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감각기관은 만족하지 못하면 두뇌에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불만족의 신호가 두뇌에 많이 전달될수록 편안함에서 멀어진다. 스팸메일이 쌓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감각기관의 만족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야말로 개성 차이다. 스스로의 개성을 발견하고 만족을 찾아가는 게 아파트 리모델링의 기준이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 만족을 찾지 못한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단독주택특정 단독주택 밀집지역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판박이 형태의 주택이 이어져 있거나 어지럽게 들어선 단독주택을 볼 때다. 대량으로 빠른 시간 안에 건축했거나 구체적 심의기준 없이 지어졌을 때 개성도, 조화도 잃게 된다.사실 멋있어 보이는 선진국의 단독주택도 건물 하나씩 뜯어보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자연이든, 이웃집이든 주변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멋있어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 소도시에서 유명 건축물을 소개한 책자를 들고 그 건물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주변 건물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웃과 똑같이 지은 건물이 아니라도 분위기는 살아 있다. 결론적으로, 단독주택 밀집지역에서 자기 집만 예쁘게 고치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가치 상승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상가건물상가건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간판이다. 마치 간판으로 지은 건물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간판 홍수 속에 건물이 숨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한번 따져보자. 간판 보고 찾아가는 음식점이 얼마나 될지, 또 음식점에 예약해 놓고 약속한 사람에게 간판 보고 찾아오면 된다고 하는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그보다는 간판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음식이 맛있기 때문에 음식점을 찾아가고 또 건물의 형태가 어떻다고 일러주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상가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기본 컨셉트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다. 음식점과 옷가게는 간판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음식점은 외관에서부터 맛있어 보여야 하고, 옷가게는 행인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물론 상가건물도 주변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겠다고 너무 튀게 고치면 오히려 업종 본연의 느낌을 잃어버릴 수 있고 싸구려 이미지로 비춰질 수도 있다. 개성과 조화는 상가건물 리모델링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학원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학원은 대개 업무용 빌딩의 일부를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업무용 빌딩에 칸막이 공사만으로 공간을 나누고 학원을 운영하면 학생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지식을 파는 곳이란 인상을 받지 않을까.내가 부모라면 어떤 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을까. 학원 강사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학교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원이니 편안한 곳을 원할 것이다. 그래서 학원이라기보다 친척집에 가는 기분으로 찾을 수 있는 분위기로 꾸며 주는 것이 학원 리모델링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가정집처럼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서고 한 공간에 여러 명을 수용하기보다는 다양한 공간 구획에 소수의 학생을 가르치는 분위기가 부모들에게도 호감을 주고 있다. 여기에다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설비를 갖추는 것이 학원 리모델링의 키포인트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