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중식당 티원(T園)
음이 짙어지고 매미 소리가 귀청을 흔들기 시작하는 6월. 날이 후텁지근해지면 입맛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럴 때 별미가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할 별미는 깔끔하고 담백한 퓨전 중국 요리. 기온이 올라가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식사도 캐주얼하게 해보자.남아시아의 다양한 향신료와 조리법을 사용한 캐주얼 중식당 ‘티원(T園)’. 서울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을 모태로 한다. ‘티원’은 도원의 영문 이니셜 ‘T’자와 무릉도원을 일컫는 동산 ‘園’을 합친 합성어. 영문과 한문을 한 자씩 따 만든 속내에는 동양의 깊은 맛과 서양의 감각을 조화하고자 한 의도가 깔려 있다. 무겁고 격식 있는 중식보다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주로 선보인다.지난해 11월 서울 신촌의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문을 연 이 식당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드라마틱한 인테리어. ‘3단 극장식 구성’을 테마로 하는 독특한 인테리어는 마치 대학로의 계단식 소극장을 연상케 한다. 3단으로 구성돼 있는 데다 무대가 있음직한 제일 아랫목엔 조명으로 하이라이트를 준 ‘오픈 키친’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통유리 건너편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요리사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또 경극 마스크 이미지를 차용한 전면 통 유리창과 실내 벽면을 장식한 경극 탈들이 마치 극장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 모든 게 서울 파이낸스빌딩, 호면당, 쁘띠 시즌스 등을 작업한 민경식 건축가의 작품.“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화여대 등이 주변에 있어서 그런지 젊은 여성과 교수, 의사들 위주의 단체 손님들이 주를 이룹니다. 주요 고객층은 남성의 경우 50대가 많고 여성의 경우 20~30대가 많죠. 같은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 그룹별로 오면 주변 시선에 방해받고 싶지 않아 룸을 선호하기 때문에 ‘프라이빗 다이닝 룸’도 9개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티원 이희범 총지배인의 소개말이다. 대학 주변에서 교수진과 의료진이 조용하게 식사할 곳을 찾기 쉽지 않은 만큼 티원에서 룸의 인기는 상한가를 기록 중이라고 한다. 이 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단연 코스 요리. 그중에서도 3만8000원짜리 ‘금(錦)’코스가 인기다. 이 밖에도 단품으로는 코코넛 닭고기, 매운 삼겹살이 잘나간다고. “우리 레스토랑 음식은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춘 ‘맞춤형 중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 입맛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중식도 젊은 층의 입맛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되도록 기름을 적게 넣고 담백하게 조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자칫 맛이 무거워질 수 있는 굴 소스를 자제하고 닭 육수와 사골 육수를 섞어 느끼함을 없앤 ‘누룽지탕’의 반응이 좋아요. 또한 기름에 파를 넣어 파 향이 배어나게 튀겨낸 ‘다금바리 튀김’을 추천하고 싶습니다.”유원인 총주방장의 설명이다. 유 총주방장은 화교 출신으로 을지로 화교 식당인 ‘아서원’에서 출발해 프라자호텔에서 10년 동안 기량을 갈고닦은 19년차 중국 요리 전문가다. 이 식당 요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자체 개발한 자연 양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해산물, 육류, 야채 등 천연 재료를 조합해 만든 자연 양념은 요리의 순수한 맛과 향을 살려 준다. 오리엔탈 소스로 맛을 낸 ‘광동식 도미 샐러드’, 생강으로 맛을 낸 대만식 ‘대합생강스프’, 티원 특제 간장 소스로 맛을 낸 대나무망 속 ‘다금바리 튀김’, 각종 해물과 버섯으로 국물을 낸 시원한 중국식 만두국인 ‘혼탕’에 이르기까지 해산물 메뉴도 푸짐하다. 요리에 다양한 술을 곁들여도 좋다. 샴페인, 레드·화이트 와인, 중국술 등 다채로운 주류들도 준비돼 있어 주량이 허락하는 한 앉은 자리에서 고루 맛볼 수 있다. 서울역사점과 63빌딩점도 영업중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