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아나운서의 웰빙 여행
순한 ‘방송의 꽃’이 아닌 ‘전문성 있는 시사앵커’로 거듭날 겁니다.”여성 아나운서는 흔히 ‘방송의 꽃’으로 불린다. 젊고 예쁘장한 아나운서가 남성 메인 진행자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여성 총리에 이어 서울시장 후보까지 등장했다.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성 역할을 박차고 홀로서기에 나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오유경 아나운서. 매일 숨 가쁘게 돌아가는 그녀의 일상과 똑 소리 나는 웰빙 라이프에 동행해 봤다.평일 밤 12시20분이면 어김없이 방송되는 K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생방송 시사투나잇’.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왼쪽에 여성 메인 앵커가, 오른쪽에 남성 앵커가 있다. 과거의 포맷과 달리 오 아나운서가 메인 앵커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 그녀는 시사 프로그램을 1년째 진행하고 있다.“지금까지 여자 아나운서의 생명력은 짧았어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젊고 아름다운 아나운서가 몇 년간 반짝 하고 나면 정말 꽃이 시들 듯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했죠. 언젠간 변화가 필요했고 그걸 제가 처음으로 시도하게 된 것이 기쁩니다. 경력과 전문성으로 인정받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이에요.”오 아나운서는 1994년 KBS 공채 아나운서 20기로 입사했다. 올해로 경력 13년차인 베테랑 아나운서. KBS 여성협회 부회장을 거쳐 현재 KBS 아나운서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6시 내고향’ 등 친근한 장수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으며 2002년도부터 시작한 ‘생로병사의 비밀’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4년도에 한국프로듀서상 TV부문 진행자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방송대상 아나운서상을 수상할 정도로 정상을 지키고 있다.“한국 프로듀서상을 받았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그 상은 동종 업계 사람들이 주는 상이었기 때문에 소위 ‘선수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상’으로 통하거든요. 지난해 방송대상에서 아나운서상을 받았을 때의 감동도 잊을 수 없어요. 이제 아나운서로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느꼈을 정도였으니까요.(웃음) 그 후로 모교에서 주는 ‘자랑스러운 이화언론인상’도 받았어요. 선배들이 추천해 수상하는 것이라 사랑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았어요. 언젠가 선배들이 제게 ‘대기만성형’이라는 얘길 해 준 적이 있죠. 당시엔 칭찬인 줄 몰랐는데 지금에 와서야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힘들었던 시절을 회고해 마음을 다잡곤 한다. “입사 초년 시절엔 맘 고생이 심했었죠.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한번은 뉴스라인 메인 앵커 오디션에 합격해 첫 방송을 위해 출근을 하던 길에 다시 집에 돌아간 적이 있어요. 앵커가 갑자기 교체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죠. 울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요. 방송국에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그러다가 그녀는 ‘뉴스광장’ 앵커로 발탁된다. “정말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회사 앞에 방을 얻어 커다란 위성 안테나를 달고 CNN과 NHK 등을 챙겨보면서 연습했어요. 열의가 넘쳤죠. 하지만 6개월 만에 중도 하차하고 말았어요. 아마도 너무 잘하려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컨디션 조절이 안 된 때문일 겁니다. 시행착오였죠.”이렇게 한 단계씩 성공을 위한 계단을 밟아가고 있을 때 기회는 찾아왔다. 선배 아나운서 대타로 뉴스라인을 열흘간 진행했던 걸 눈여겨 본 PD가 러브콜을 해 온 것. ‘대타’역할을 잘 해낸 덕분에 ‘생로병사의 비밀’의 단독 진행자로 나서게 됐고 프로그램이 히트하면서 동시의 그녀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생로병사의 비밀을 진행하면서 얻은 게 참 많아요. 그전까지 진행해 온 각종 프로그램에선 단지 여러 출연자 중의 하나로 참여할 뿐이었는데 단독 진행을 맡으면서 제 색깔대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됐죠.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은 물론이고요. 시사투나잇도 이 프로그램이 연결고리가 돼 맡게 됐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의학정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내가 먼저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어요. 이때부터 철저한 ‘웰빙 라이프’도 시작됐죠. 접하는 정보가 많아지니까 절로 실천하게 되던걸요.”첨단 의학정보로 무장한 ‘건강지킴이’의 웰빙 라이프는 어떤 것일까. 그녀의 웰빙 라이프의 중심엔 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대 교수인 남편과 여섯 살배기 딸 진이. 일이 바빠서 평일엔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지만 주말엔 철저하게 모든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한다고. 짬나는 대로 어디로든 여행을 떠난다. 집에 있으면 같이 있더라도 밀착돼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제 웰빙 방식은 일을 잘하기 위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죠. 바쁜 현대인들이 웰빙만을 목표로는 살 수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죠. 내장 지방 증가의 원인이 되는 설탕이나 단것들을 피하고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을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아요. 또 노화방지에 탁월한 카테킨 성분이 풍부한 녹차를 즐겨 마시는 게 좋아요. 와인도 식후에 한두 잔 정도 마시는 게 좋고요. 잠을 잘 때는 뇌 속에서 멜라토닌이 잘 생성되도록 숙면을 취해야 하죠.”바쁜 일상 속에서도 건강을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는 오 아나운서. 1년이 채 안된 ‘초짜’이지만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이고 한 달에 꼭 한두 번은 필드에 나간다. 남편과 동행하는 것은 필수. 가족과 함께 운동과 여가를 즐기면서 행복을 일궈나간다.“습관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내일을 좌우하고, 건강도 습관이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성인병은 생활습관병이라고 하잖아요. 매일매일 열심히 준비하면 기회는 꼭 찾아온다고 믿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시사 프로그램과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국제적인 저명인사와의 인터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제 역량을 키울 작정입니다. ‘오유경 스타일’을 만들어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되는 게 지금의 제 목표예요.” 깊이와 넓이를 갖고 있는 오유경 스타일을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