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역의 주요 증시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는 해외 펀드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5월 현재 해외 운용사들이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해외 역외펀드 247개 가운데 글로벌 펀드가 68개로 27.5%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펀드 가입자가 각 나라별로 시장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해도 글로벌 펀드에 가입하면 가장 손쉽게 전 세계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펀드는 역동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신흥시장 펀드에 비해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자산 배분 효과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 4월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주식형 해외뮤추얼펀드(역외펀드) 중 글로벌 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달러화 기준으로 36.84%에 이른다. 남미 펀드(91.27%) 유럽 신흥국가 펀드(87.90%) 인도 펀드(82.68%) 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안정성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의 수익률이다. 특히 위험과 변동성이 큰 신흥시장 펀드에 비해 리스크는 낮으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일관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장기간 투자 상품으로 최적이라는 평가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특정 국가 펀드에 위험부담을 느끼거나 투자자 스스로 위험 분산 차원에서 여러 국가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세계 각국에 나눠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글로벌 펀드는 대개 펀드 이름에 ‘글로벌’ 또는 ‘월드’라는 표기가 붙어 있어 다른 상품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특히 일반 주식형 펀드 상품과 마찬가지로 특정 업종이나 원자재 시장에 투자하는 섹터 펀드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투자자의 선호도에 따라 입맛대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예를 들어 메릴린치가 운용하는 ‘월드금융주펀드’는 전 세계 우량 금융주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약관상 순자산의 80% 이상을 금융주로 구성해 운용하도록 돼 있다.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이 펀드는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보유 주식의 98.43%를 금융주에 투자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아메리칸홈모기지인베스트먼트 뉴센추리파이낸셜 등 해외 금융주는 물론이고 코리안리 하나은행 대구은행 동부화재 등 국내 금융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미 지역의 금융주가 55.53%로 가장 많고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34.31%, 영국 5.82%, 유럽 3.35%, 아프리카 및 중동지역 0.16% 등 세계 주요 지역이 총망라돼 있다. 이 펀드에 가입하면 각국에서 유망하다고 평가되는 금융주를 골라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수익률도 좋아 지난 3월말 기준으로 1년 수익률이 달러화 기준 46.79%를 기록했다.최근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글로벌 펀드 내에서도 에너지 광물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글로벌 섹터 펀드들의 실적이 월등히 좋아 주목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글로벌 역외펀드 중 지난 4월말 기준으로 연초 이후 수익률(투자 통화 기준) 1~4위를 에너지와 광물 섹터 펀드들이 휩쓸었다. 모두 메릴린치가 설정한 펀드들로 ‘메릴린치뉴에너지A(38.03%)’ ‘메릴린치월드골드A(32.30%)’‘메릴린치월드마이닝A(30.00%)’ ‘메릴린치월드에너지A(18.69%)’ 등이 높은 수익을 올렸다.‘메릴린치뉴에너지A’의 경우 대체 에너지 및 재생 에너지, 산업용 발전 관련 종목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보유 종목을 살펴보면 솔라월드 가메사 베스타스윈드시스템 등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해외 산업재 관련 기업들이 대거 편입돼 있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이 각각 70% 대와 26% 대로 주종을 이루고 있다.배당주 중소형주 등에 특화하는 이른바 ‘스타일 펀드’도 글로벌 펀드에 포함돼 있다. ‘메릴린치 글로벌오퍼튜니티펀드’는 전 세계의 소규모 상장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노리는 특화상품이다. 한 국가의 중소형주에만 투자한다면 해당 국가의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률 등락이 심하겠지만 투자 대상을 여러 나라로 넓혀 놓으면 변동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상품이다. 모닝스타코리아 분석에 따르면 OCM카드 프로어슈어런스 등 금융주, 이글머티리얼즈 라이프타임피트니스 등 소비재 관련주, 액추언트A 다이헤이요시멘트 등 산업재 주식 등 여러 업종에 자금이 분산돼 있다. 특히 보유 종목 상위 25개사의 비중이 1.1~1.8% 대로 비슷하게 나눠져 있어 대형주에 비해 주가 등락이 큰 중소형주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점이 돋보인다.채권형 역외펀드에도 글로벌 상품이 다수 포진해 있다. 프랭클린템플턴과 슈로더운용이 가장 활발하게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달러화 기준으로 연초 대비 수익률이 가장 좋은 상품은 하이일드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프랭클린하이일드’로 4월말 현재 11.22%를 기록했다.국내 운용사들이 설정한 글로벌 펀드는 직접 해당 국가의 주식을 사들이는 펀드보다는 대개 해외 펀드에 재가입하는 펀드오브펀즈 형태로 운용된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해외 유명 운용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률이 검증된 우수한 해외 펀드를 지역별 또는 업종별로 적절히 조합하면 펀드오브펀즈 형태로도 훌륭한 글로벌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 운용사 측의 설명이다. 또 해외 투자 노하우가 풍부한 유명 컨설팅사나 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펀드를 선정하기 때문에 안정성도 함께 갖췄다는 평가다.삼성투신운용이 지난해 1월 설정한 ‘삼성글로벌베스트펀드’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과 남미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골고루 투자하는 펀드오브펀즈의 하나다. 채권형 펀드에 자산의 70%, 주식형 펀드에 30% 정도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는 혼합형 상품이다. 편입된 펀드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우량 펀드다. ‘메릴린치미국플레서블펀드’는 가치주와 성장주에 고루 투자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미국내에서 베스트펀드로 선정됐다. 채권형으로는 중남미 채권에 투자하는 ‘ABN암로이머징마켓채권형펀드’ 등이 편입돼 있다.한국투신운용의 ‘월드와이드밸런스드재간접’은 전 세계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원자재에도 투자하는 복합형 글로벌 펀드다. 주식형 펀드에 30% 안팎을 투자하고 원자재에 약 10%, 나머지는 안전한 채권형 펀드로 운용하는 구조다. 조동혁 한국투신운용 글로벌운용팀 부장은 “세계적 투자 컨설팅사인 왓슨와이어트와 해외 펀드평가사인 리퍼, 국내 펀드 자문사인 제로인투자자문 등과 연계해 우량 펀드를 골라내고 있다”고 소개했다.이 밖에도 ‘프랭클린템플턴글로벌주식재간접’ ‘도이치글로벌배당주재간접’ ‘글로벌에셋셀렉션해외’ ‘피델리티글로벌주식형’ ‘슈로더-SP 글로벌베스트70적립식재간접’ 등도 국내에서 판매 중인 대표적인 글로벌 펀드오브펀즈들이다.원유희 삼성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국내외 분산 투자를 원하는 고액 자산가라면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오브펀즈에도 관심을 가질만 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