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변의 운치와 여유, 왈츠와 닥터만

월은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각종 꽃이 만발하고 풀 냄새가 솔솔 불어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들뜬다. 그래서 5월은 ‘가족의 달’로 불리는 것일 터. 싱그러운 5월의 봄을 만끽하기 위해 오랜만에 가족이 한데 어울려 경치 좋은 곳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낭만과 미각을 모두 충족하면서 동시에 가까운 곳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북한강의 정취와 갓 볶은 커피의 향기를 모두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 ‘왈츠와 닥터만’이 그곳이다.이 레스토랑은 서울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다. 서울 도심에서 미사리 방향 올림픽도로를 타고 팔당대교를 건너면 얼마 되지 않아 서울종합촬영소 인터체인지를 만난다. 이곳을 빠져나가면 금방 레스토랑에 이를 수 있다. 북한강변 둔덕에 오롯이 자리한 이 레스토랑은 강을 향해 나있는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돼있어 창가 자리에 앉으면 강물의 미세한 흐름까지 느낄 수 있다. 여름엔 통유리를 활짝 젖혀 시원한 강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겨울엔 따뜻한 난로 옆에서 눈 덮인 산과 강을 바라볼 수 있다. 북한강 사계의 운치와 여유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집의 장점.또 하나 매력이 있다. 왈츠와 닥터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가 그것. 이곳의 박종만 사장은 커피 박사다. 커피로 강원대 원예학과에서 열대식물학 박사학위를 따냈다. 레스토랑 옆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아직 연구단계에 불과하지만 박 사장의 집념이 탄생시킨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연구실 한쪽에선 전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커피 생두를 전통 직화식으로 직접 로스팅해 손님에게 제공한다. 갓 볶아낸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향이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여운이 오래간다.“10년 전에 일본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왈츠’라는 커피 회사를 방문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커피 사랑이 지금의 왈츠와 닥터만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죠. 지금도 커피가 좋아 하루에 열 잔 정도는 마셔요. 제가 추천하는 커피는 ‘하와이안 코나’ 입니다. 블루마운틴 다음으로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커피죠.”원래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했던 박 사장은 커피가 좋아 인테리어를 그만두고 한때는 전국 53개의 체인점을 거느린 커피 전문점 ‘왈츠 코리아’의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1996년 10월 개점한 왈츠와 닥터만은 ‘10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명소’로 남기 위해 지어졌다. 박 사장이 직접 설계한 건물이다. 그만큼 애정과 정성이 듬뿍 밴 곳이다. 4월 중에는 레스토랑 2층에 국내 최초로 ‘커피 박물관’을 세운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사실 이 레스토랑 전체가 커피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영국에서 만들어져 미국 교회에서 쓰이던 200년 된 미니 파이프 오르간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카운터 뒤쪽에 진열된 다양한 커피 잔들 중에는 빅토리아 시대에 사용했던 귀한 것도 있다. VVIP를 특별히 대접하기 위해 준비한 것인데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고. 홀 중앙 천장에는 고풍스러운 램프가 장식돼 있다. 이 또한 180년 전 영국 왕실에서 사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볼거리가 넘친다.이곳의 요리는 63빌딩 조리부 출신의 이상용 조리 부장이 책임진다. 서양 요리가 주를 이룬다. 주로 코스 요리가 인기 있는데 엄선한 바닷가재와 샤토브리앙, 달팽이 요리가 함께 나오는 ‘슈발리에’가 이 집의 자랑이다. 이 밖에도 부드러운 송아지 안심과 전복에 버섯, 당근, 아스파라거스 등으로 장식한 ‘송아지 안심과 전복 스테이크’가 미각을 돋운다. 상큼한 딸기와 달콤한 생크림이 어우러진 ‘스트로베리 와플’도 가격 대비 푸짐한 양으로 실속파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커피는 주문과 동시에 원두를 갈아 정확한 물의 온도로 제공되는 ‘하우스 브랜드 커피’를 추천한다. 이를 비롯한 26종의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커피는 원하는 만큼 리필해 준다. 특징은 리필할 때마다 잔을 바꿔 주는 것. 잔의 온도 역시 커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프랑스의 카페 ‘듀마고’에 대문호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앉아 원고를 썼다는 테이블이 하루 종일 예약돼 있는 것에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왈츠와 닥터만. 유럽 상류사회의 살롱 문화를 닮아가기 위해 정기적으로 문화 공연도 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2층 콘서트홀에서 ‘닥터만 금요음악회’를 열고 매주 수요일에는 신동헌 화백의 ‘수요 클래식 음악 교실’을 진행한다. 기념일에 예약하는 손님에게는 박 사장 부인이 직접 꾸민 꽃바구니를 선물한다. 10여년 간 꽃꽂이를 해 온 솜씨가 아마추어 같지 않다. 전화 (031)576-0020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272 오픈 10:30~24:00 가격대 런치코스 3만9000원, 디너 풀코스 6만, 8만, 10만, 1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