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 대작 ‘레딕스·십계’ 한국 상륙

한 화제를 낳고 성황리에 막을 내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또 하나의 프랑스 뮤지컬 대작이 우리 곁을 찾아온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모세와 람세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레 딕스·십계(Les DIX)’가 4월11일부터 5월9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 멤버가 고스란히 무대에 올라 관심을 끌고 있다. 뮤지컬 ‘십계’는 2000년에 프랑스 파리에 있는 제1체육관에서 초연을 가진 후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 등과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혀 온 수작이다. 스펙터클한 분위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체육관 뮤지컬(Gym musical)’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다. 제작진은 이번 내한 공연을 위해 프랑스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 초대형 트러스 ‘KT11’을 무대에 설치할 예정이다. ‘KT11’은 높이 17m, 깊이 20m 규모로, 무대 관련 장치만 40피트 컨테이너 45개 분량이다. 장비 대여료만 10억원이 넘는 특수 구조물이며 70인조 오케스트라를 한번에 띄울 수 있는 거대한 세트여서 넓은 체육관에서만 공연이 가능하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됐던 초대형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의 무대를 만드는 데 쓰인 장비가 컨테이너 40개가 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국내공연의 총 제작비는 75억원 정도.십계의 또 다른 매력은 뮤지컬에 강력한 힘을 보태는 고품격 음악이다. 대사가 거의 없고 음악과 노래만으로 극이 구성되는 프랑스 뮤지컬에 음악이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레 딕스·십계(Les DIX)’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뮤지컬 삽입곡이 아닌 완성도가 높은 샹송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렇듯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는 십계 음악의 비밀은 걸출한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데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으로부터 공로훈장을 받는 등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저명한 음악 프로듀서로 평가되는 ‘파스칼 오비스포’가 십계의 작곡가. 관객 동원에서도 십계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에서만 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십계는 일본에서도 24회 공연에 13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러한 열기가 그대로 전해질 국내 공연에서도 프랑스 초연을 제작하고 열연했던 스태프와 배우들이 그대로 내한한다. 진정한 ‘오리지널 캐스트’ 공연을 보게 되는 것. 세계적인 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이 제작한 의상 역시 이번 공연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연 의상의 제작이 처음이지만 세계적 디자이너답게 사료를 재해석해 무대 위를 눈부시고 화려하게 장식했다는 평가다. 배우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액세서리 하나까지 모두 직접 제작해 완성해낸 의상은 극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해 준다.공연에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는 극중 인물의 캐스팅에도 있다. 주인공 모세 역을 맡은 세르지오 모스케토와 람세스 역의 아메드 무이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국민 가수다. 모스케토는 이탈리아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음악 활동을 펼치는 톱스타이며, 무이시는 지금까지 250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프랑스의 인기가수다. ‘십계’는 구약성서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종교적인 주제와 분위기까지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 발짝 비켜 서 있다. 성서에서 소재를 빌려 왔을 뿐, 기본적으로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화해에 관한 이야기다. 모세와 람세스의 우정, 두 사람과 네파르타리 사이의 삼각관계, 억압받는 자들의 자유 찾아주기가 주된 골격을 이룬다. 시간은 기원전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로 이주한 히브리 민족은 노예가 돼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당시의 왕인 파라오 세티는 ‘히브리 노예 중에서 구세주가 탄생한다’는 예언을 두려워해 그 해에 태어난 히브리인 남자 아이를 모두 죽이도록 명했다. 히브리인 여성인 요게벳은 갓 태어난 아이를 갈대로 엮은 작은 요람 속에 몰래 감춰 나일강에 떠내려 보냈으나 아이는 기적적으로 세티의 누이동생인 공주 비티아에게 발견돼 모세라는 이름으로 람세스 왕자와 함께 왕자로 길러진다. 사이좋은 의형제로 자라게 된 모세와 람세스는 청년이 돼서 아름다운 공주 네페르타리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다. 세습 공주인 네페르타리와 결혼하는 사람은 왕좌에 오르게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모세는 실수로 이집트 병사를 죽이게 됐는데 이를 계기로 태생이 밝혀지고, 결국 궁에서 추방당해 히브리인의 삶을 살게 된다. 왕궁을 나와 몇 개월 간 사막을 방황하던 모세는 시포라라는 여인을 만나 양치기의 삶을 살게 됐고, 같은 무렵 네페르타리와 결혼한 람세스는 왕위에 올라 사내아이를 얻었다. 왕이 된 람세스의 억압 정치로 히브리인들의 삶이 한층 고통 받게 될 무렵 시나이 산에 올랐던 모세는 “히브리민족을 해방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 이집트로 돌아온 모세는 람세스에게 민족의 해방을 청하지만 거절당하고, 둘의 다툼은 이집트에 10가지 재앙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장남을 잃은 람세스는 노예 해방을 인정하지만 약속의 땅으로 돌아가는 모세의 뒤로 군대를 파견해 도망갈 길 없는 홍해 바다로 그들을 유인한다. 그러나 모세의 기도로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이 일어나며 히브리 민족은 무사히 홍해 바다를 건너게 됐고, 이후 히브리 민족은 오랜 사막의 방황 끝에 드디어 시나이 산 기슭에 오르게 된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 올라가 40일 간 기도를 올리는데, 그 사이를 참지 못한 히브리 민족들은 타락과 의심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결국 기도 끝에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를 새긴 ‘돌 판’을 받게 된 모세는 히브리 민족에게 십계명을 보여주었고, 하나님은 타락의 대가로 40년 간 사막을 방황하는 벌을 주고 마침내 약속의 땅으로 인도한다. 복잡하면서도 단순 명료한 스토리는 한 인간이 온갖 역경을 겪으며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희생과 인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줄 것이다.서세원미디어가 3억원을 투자해 이 공연의 주관사로 나서며, 마이애셋자산운용은 총 설정금액 44억5000만원(만기 4개월)짜리 ‘마이애셋 사모 뮤지컬 십계 특별자산투자신탁’ 상품을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공연 전부터 많은 이들을 여러모로 설레게 하는 뮤지컬 십계의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