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엘리트 재테크 입체분석

위 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될 때마다 우리 사회에는 거센 논란이 인다. 재산 평가액의 적정성, 재산 증식 과정에서의 투명성, 과도한 집 보유 등이 해마다 도마 위에 오른다. 물론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재산을 불렸다면 마땅히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고, 재산 공개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질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합법적으로 많은 재산을 갖고 있거나 정당하게 재산을 불린 공직자를 비난하면 정신적 위안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부자 가도’에 도움이 될 리는 없다.이번 공직자 재산공개 결과,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 10명 가운데 8명은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 행정부에서는 1급 이상 공직자의 82%가, 국회의원은 73%, 법관은 86%가 재산을 늘렸다. 일반인과 비교해서 전반적으로 더 높은 성적표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정보는 많되 주위에 눈과 귀를 항상 달고 다니는 게 한국의 파워 엘리트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재산을 관리하고 있고, 또 어떤 방식으로 재산을 불렸는지 집중 해부한다.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파워 엘리트들의 포트폴리오는 일반인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일반인들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지만 파워 엘리트들은 부동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는 추세였다.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고위 공직자들은 전체 자산의 51.1%를 건물에 투자했고, 8.3%를 토지에 투자했다. 따라서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59.4%였다. 또 예금에 29%, 증권 5.6%, 채권 4.6%, 골프장이나 헬스클럽 회원권 1.4%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이는 일반인의 포트폴리오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삼성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경우 총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9%로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부동산을 제외한 예금이나 주식 등 비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했다. 일반인에 비해 부동산의 비중이 낮은 것은 부동산을 시가로 신고하지 않고 보유 당시 기준시가로 신고한 때문에 실제보다 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파워 엘리트들의 자산 가운데 예금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많은 파워 엘리트들은 부동산 이외의 금융자산에도 적절하게 자산을 분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부동산과 비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절반 수준을 보이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이와 관련, 김창수 하나은행 PB영업추진팀장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긴급한 현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진다”며 “일반인들도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자산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파워 엘리트들의 재산 변동 추이를 보면,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과 주식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대신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졌다.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54.5%에서 작년 51.1%로 3.4%포인트 줄었고 주식의 비율은 6.6%에서 5.6%로 1%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보다 다소 줄어든 것은 각종 규제정책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투자가치가 적은 지역의 부동산을 처분한 공직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직무와 관련 있는 주식 보유를 엄격히 제한함에 따라 주식의 비중도 이전보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파워 엘리트들은 일반인보다 부동산 비중이 작긴 하지만 적지 않은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했다. 부동산은 여전히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재테크 수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재산 증가 상위 20위에 오른 공직자 중 부동산으로 재산을 증식한 사람은 8명, 주식으로 불린 사람은 5명으로 주식보다 부동산의 덕을 본 공직자가 많았다.재산 증가 4위에 오른 오무영 행정자치부 함경북도지사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상가건물을 팔면서 표준시가와의 차액 16억원을 챙겨 재산이 12억2000여만원 늘었다. 또 한태규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는 5억6000여만원으로 신고했던 중구 신당동의 아파트를 8억1000여만원에 팔면서 챙긴 차익과 모친에게 물려받은 아파트, 수익증권 수익 등을 합쳐 6억5000여만원을 불렸다. 신홍 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7위)은 1억1000여만원으로 신고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오피스텔을 6억2000만원에 팔아 얻은 수익 덕분에 재산이 6억원가량 늘었다.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9위)의 경우 경기 안산의 토지 매각대금 3억5000여만원에 백지신탁제로 비상장 주식을 팔아 재산이 5억8000여만원 증가했다.김대평 금융감독원 부원장보(11위)는 자신 명의의 명일1동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의 암사3동 아파트 등을 10억여원에 팔고 대신 명일2동에 다른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하는 등의 과정에서 5억2000여만원을 벌었다. 고위 공직자들의 강남 선호 현상은 두드러진다. 행정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643명 가운데 50.9%에 달하는 327명이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와 경기도 분당 등 강남권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또 국회의원의 32.6%인 96명이 강남에 집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고위 법관 131명까지 합하면 전체 재산공개 대상 고위 공직자의 47.4%인 506명이 강남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직무 관련 주식 보유가 대폭 제한됐지만 작년 증시 활황으로 주식 부자도 속출했다. 작년 재산이 40억여원 늘어나 재산 증가액 1위를 차지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진 장관은 지난해 11월 주식백지신탁제 시행 후 고위 공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64억9581만원의 보유 주식을 처분, 주식 차액이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 출신인 진 장관은 삼성전자 9894주, 삼성전기 2000주, 제일모직 1139주, 호텔신라 1479주 등을 매각해 유가증권 총액이 44억7393만원에서 9억3621만2000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예금은 주식 매각 차익, 이자, 배당 수익 등으로 46억9636만원에서 117억5054만원으로 증가했다. 재산 증가액 5위에 오른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주식 매도에 따른 시세 차익을 재산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신고했다. 이 사장은 LG 1만2000주, 데이콤 4만3000주 등을 취득하고 현대건설 1만2270주, 한국금융지주 1만2200주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올렸다.지난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승계한 한나라당 이성구 의원은 유가증권 총액이 33억원에서 올해 39억원으로 약 6억원 증가했다. 코오롱정보통신 한신공영 등 약 50개 종목에 주식투자를 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유가증권 총액은 25억원으로 1년 간 1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주식 귀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전 의원은 약 50개 종목을 거래하면서 삼성전자 대한항공 CJ 등의 주식을 사들인 반면 한국전력 한진중공업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도했다. 파워 엘리트들은 개인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자산을 배분했다.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은 전체 재산 포트폴리오의 3분의 2가 부동산이다. 그의 전체 재산 16억2043만원 중 10억8538만원이 땅이다. 농협 조합장으로 가장 잘 아는 분야가 땅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를 해 왔던 셈이다.주택금융공사 정홍식 사장은 상호저축은행을 활용했다. 그는 14개 저축은행에 4600~4700만원씩 예금을 분산했다. 예금자 보호한도(5000만원)와 1년 치 이자를 감안해 저축은행 상품을 현명하게 이용한 것이다. 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다양한 금융사와 관계를 맺는 공사의 특성을 반영해 은행 생명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다양한 금융 업종에서 2~4곳을 골라 예금을 예치해 뒀다.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 팀장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곳에 가장 중요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예술품이나 승마용 말, 해외 부동산 등 새로운 재테크 수단도 눈길을 끌었다. 투자처가 다변화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정승주 화백의 그림을 포함해 13점의 예술품을 신고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도 회화 8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상업 국정원2차장은 가야금과 북 거문고 양금 등 국악기가 재산 목록에 포함됐으며 이승훈 중소기업청 차장은 뉴욕 단독주택 2채와 아파트 1채를 보유해 해외 부동산 평가액이 22억7000만원에 달했다. 나정웅 광주과학기술원장은 승마용 말 4필을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