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 장세에 빛 본 파생상품

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난 1월 중순 이후 계속되고 있다. 주가가 갑작스럽게 움직여 당황해 하던 투자자들도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급변하는 시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특히 ‘올라야 돈을 번다’는 개념에 익숙한 투자자들로서는 주가가 하락할 때면 가진 주식을 모두 팔고 무작정 기다려야 할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물이나 옵션, 또는 이를 활용한 상품에 투자한 이들은 하락장에서도 콧노래를 부른다.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기에 진입한 지난 1월 중순 이후 주가지수 풋옵션을 매수했거나 선물 매도에 나선 투자자 중에는 하루 최대 1000% 이상의 ‘대박’이 터진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풋옵션과 개념이 유사하면서 최소 거래 단위가 작은 풋주식워런트증권(ELW) 역시 조정 기간 급등세를 보이면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개인 투자자에게 고수익의 기회를 안겨줬다. 증시 등락과 수익률이 거꾸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리버스 펀드’ 등 간접 투자 상품들도 직접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선물·옵션은 발생 수익만큼 손실이 나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대박의 매력이 큰 만큼 쪽박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주가와 수익률이 반대로 설계된 상품의 경우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손해가 난다는 점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대박을 노린 투자보다는 분산 투자 및 리스크 헤지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코스피200지수선물의 경우 조정기 ‘고점 매도 후 저점 매수’ 전략을 구사했다면 하루 최대 2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장중 고가와 저가의 가격 차이가 가장 컸던 지난 3월3일이 대표적인 사례. 이날 고가인 177.1포인트에 1계약 신규 매도를 했다면 매도 가격은 8855만원. 선물가격은 ‘지수×50만원×계약수’로 계산한다. 다시 저가인 171포인트에 매수했으면 매수 가격은 8550만원이다. 이에 따른 이익은 305만원(매도가 8855만원-매수가 8550만원). 하지만 선물은 실제 매매 가격의 15%만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원금은 8855만원의 15%인 1328만2500원이 된다. 이에 따라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은 22.96%. 지수가 연일 하락했던 지난 1월17일부터 2월8일까지 매일 이런 방법으로 매매를 했다면 평균 15.21%의 수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철저하게 고점과 저점을 포착했다는 가정 하에서이긴 하지만, 주식과 비교했을 때 투자한 종목이 매일 상한가를 기록한 것과 동일한 수익률을 얻은 셈이다. 최근 주가 급락 기간 코스피200지수옵션의 수익률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풋옵션 가격이 하루에 무려 수백%씩 급등하는 사례가 속출했던 것. 최대 1250%에 달하는 수익률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옵션이란 코스피200지수를 정해진 날,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이때 살 수 있는 권리를 콜옵션, 팔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이라고 한다. 보통 하락장에서는 추가 하락할 것이란 심리가 팽배하기 때문에 풋옵션의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지수가 현재 170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지만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면 코스피200지수를 169.5포인트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지난 2월8일 1250% 수익률의 주인공이 됐던 행사 가격이 167.5인 풋옵션 2월물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200지수는 한때 173.93포인트까지 오르는 강세를 보이다 이후 고꾸라지면서169.16포인트까지 빠졌다. 이에 따라 167.5 풋옵션 가격은 0.04포인트(4000원)에서 0.54포인트(5만4000원)로 무려 13.5배가 뛰었다. 하룻동안 저점 매수 후 고점 매도했다면 1250%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3월3일에도 행사 가격 167짜리 풋옵션 3월물을 장중 최저가에 샀다가 최고가에 팔았을 경우 837.5%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ELW 역시 옵션과 비슷한 개념의 상품이다.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 권리다. 옵션시장에서 코스피200주가지수옵션을 제외한 다른 상품들은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ELW 중에는 삼성전자 등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ELW의 가장 큰 매력은 적은 금액으로도 삼성전자와 같은 고가 우량주를 매매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풋ELW의 경우엔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구조인 만큼 하락장에서도 투자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무려 4.96% 하락한 지난 3월3일. 우리투자증권이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풋ELW(우리6002삼성전자풋)는 55.28%나 급등했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가 65만2000원인데 비해 이 ELW 가격은 1250원이었다. 지갑이 얇은 개미 투자자들 입장에서 마음껏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에 베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이닉스가 기초자산인 ‘현대6046하이닉스풋’도 지난 3월7일 하이닉스 주가가 5.97% 급락한 것과는 정반대로 14.2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SK 삼성SDI를 기초자산으로 한 풋ELW도 차례로 선을 보이는 등 앞으로도 다양한 개별 주식의 하락 구조 상품들이 등장해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가 하락에 대비한 간접 투자 상품으로는 ‘리버스(reverse) 펀드’나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펀드가 있다. 원금보장형 ELS가 주가가 빠져도 최소한 원금은 지켜주는 수동적 성격의 상품이라면 리버스 펀드는 주가와 수익률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보다 공격적인 상품이다. 리버스 펀드는 주로 엄브렐러 펀드의 하위 펀드로 구성된다. 시장 변화에 맞춰 이 펀드에서 저 펀드로 옮겨 탈 수 있는 상품 중 하나인 셈이다. 즉 주가 상승기에는 주식형 펀드에 넣었다가 하락기에는 리버스 펀드로 옮기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주식형 펀드로 되돌릴 수 있는 상품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리버스 펀드는 모두 엄브렐러 펀드 내 하위 펀드이며, 대신 대한 삼성 한국 CJ 등 5개 자산운용사에서 총 6개의 리버스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그동안 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조정이 시작된 지난 1월17일 이후 빛을 발하면서 3월10일까지 기간수익률 최대 7.89%의 성과를 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7.15% 하락했고 대표적인 주식형 펀드가 마이너스 10% 대의 수익률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지수 대비 14%포인트가량 초과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ELS 중에서는 고객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해 하락 장에서도 최소한 원금을 보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ELS는 판매 시기가 한시적이고 판매금액 상한선도 정해져 있는 반면, 수시로 판매할 수 있어 시장 분위기와 맞는 상품을 내놓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원금보장형 등 안정적인 측면을 강화한 상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현대증권이 ‘테마펀드’ 시리즈로 선보일 예정인 ‘WIN펀드’ 역시 지수의 상승과 하락에 관계없이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