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하반기 1000 고지를 넘어선 한국 증시는 올 들어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지만 500~1000 선에 갇혀 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코스닥 광풍’이 몰아치던 지난 2000년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당시에는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넘쳐 났다. 단타로 벼락부자가 됐다며 책도 쓰고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중 스타로 떠오른 고수들도 많았다. 증권사 직원들은 두둑한 보너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코스피지수는 그 때보다 더 올랐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 코스닥 거품에 크게 혼이 난 개인들이 좀처럼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고 ‘부동산이 최고’라며 부동산 시장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워낙 높아진 것도 한몫 했을 테고 개인들이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로 많이 돌아선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주가 변동 폭이 하루에도 몇 십 포인트에 달하는 널뛰기 장세도 수익을 올리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유야 어떻든 주식으로 돈을 벌기가 전보다 어려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렇다면 주식 말고 다른 데로 눈 돌릴 곳이 없을까. 부동산은 큰돈이 필요한 데다 이미 너무 오른 것 같고 오랜 기간 돈이 묶인다는 단점이 있다. 채권투자는 금리가 오르는 추세여서 역시 꺼림칙한 부분이 있고 주식에 비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쉽게 사고 팔기도 어려워 좀 꺼려질 수 있다. 파생상품은 어떨까. 사실 요즘 거의 매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단어가 선물이니 옵션이니 파생상품이니 하는 말들이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 거의 없다. 그저 “엄청나게 위험하다더라” “선수들만 하는 거라더라” 등등의 말만 무성할 뿐 제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책에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알쏭달쏭한 내용만 나오고 좀 읽다 보면 지겨워서 책을 덮기 일쑤다. 정말 파생상품은 그렇게 위험한 것일까. 만약 정말로 그렇게 위험하다면 왜 금융 선진국들이 기를 쓰고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우리나라 증권 당국이 그토록 어렵고 위험한 상품을 도입했을까. 파생상품에 잠시라도 관심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이런 의문을 한번쯤 가져봤음직하다. 파생상품의 위험성과 이를 개발하는 이유 등등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파생상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다. 파생상품(derivatives)은 다른 상품을 근간으로 거기에서부터 파생해 새로 만들어진 금융상품을 말한다. 그 근간이 되는 상품(기초상품이라 부름)은 원래 옥수수 쌀 콩 등의 농작물에서 출발했으나 이후 원유 금속 등 각종 원자재로 확대됐고 지금은 특정 기업의 주가나 주가지수 채권수익률 금리 외환을 비롯해 각종 금융상품으로 다양화됐다. 최근에는 한 기업의 신용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신용 파생상품, 날씨 파생상품 등 온갖 형태의 파생상품이 나오고 있으며 파생상품의 영역은 거의 무제한이라고 할 만큼 다양하다. 파생상품은 각종 거래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소위 헤지(위험회피·hedge)를 위해 고안된 상품이다. 모든 헤지에는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헤지 비용이 너무 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태가 된다면 헤지로서의 효용성이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헤지 목적으로 만들어진 파생상품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적은 돈만 걸고도 커다란 금액의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다시 말해 지렛대 효과를 말하는 레버리지(leverage)가 매우 높다. 레버리지가 높아야만 상대적으로 적은 헤지 비용을 들여 효과적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사에는 밝은 면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면도 있듯이 파생상품의 레버리지는 파생상품에 독으로도 작용한다.모든 파생상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파생상품은 기초상품을 제쳐놓고 별도로 거래가 가능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이유는 그래야만 소위 유동성이 풍부해져 효과적인 헤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일정한 돈만 내면 아무나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야 소위 ‘사자’와 ‘팔자’의 주문이 많아져 헤지를 원하는 사람이 어느 때나 원하는 가격에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헤지가 아닌 투기 목적만으로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나타난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파생상품이 갖는 높은 레버리지 때문에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단기간 내에(때로는 수 초 만에) 투자금액 대비 엄청난 돈을 벌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약간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파생상품 시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오르던 주식시장이 단기 급락했던 지난 1월 중순의 예다. 당시 1400포인트를 넘던 코스피지수는 1월17일부터 23일까지 5거래일 동안 무려 120포인트가량 급락했다. 이 기간에 화끈한 시세를 보여 준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풋옵션이다. 행사가격 155짜리 풋옵션은 17일 최저가격이 2000원에 불과했는데 23일에는 최고 6만6000원까지 올랐다. 5일 만에 33배의 수익이 난 것이다. 풋옵션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아마도 지난 2001년 9·11 테러를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풋옵션 중에는 하룻밤 사이에 500배 이상의 수익을 낸 종목도 있었다. 물론 이런 경우 이처럼 ‘대박’을 터뜨린 사람과 반대로 거래를 한 사람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을 것이다. 결국 파생상품은 잘 다루면 ‘약’이 되지만 잘못 알고 함부로 다루면 ‘독’이 되는 ‘양날을 가진 칼’과도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파생상품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 파생상품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화됐고 거래량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주가지수 선물 옵션, 그중에서도 파생상품 중 제일 간단하다고 볼 수 있는 주가지수 선물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선물의 개념은 의외로 간단하다. 특히 주가지수 선물은 그냥 주가지수와 같이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하면 아주 쉽다. 주가가 오르면 선물도 오르고 주가가 내리면 선물도 내린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선물을 매수하고 내릴 것 같으면 선물을 매도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선물 투자처럼 간단한 게 없다. 복잡하게 업종분석이나 테마주 분석 또는 개별 기업분석 등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지수의 방향만 맞히면 되는 것이다. 선물이 주식과 다른 가장 큰 점은 투자자가 아무 것도 갖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선물을 신규로 팔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신규로 판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선물 투자는 주가지수의 방향에 대해 내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가가 오른다는 쪽에 베팅하면 그것은 선물 매수요, 내린다는 쪽에 돈을 걸면 그것은 선물을 매도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정확하다. 선물의 이 같은 성격 때문에 선물투자는 주가가 오르거나 하락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선물은 미수로 주식을 사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주가지수 선물의 경우 15%의 증거금만 내면 바로 거래할 수가 있어 주식 미수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증거금으로(더 높은 레버리지로) 거래가 가능하다. 미수와의 차이점은 미수 거래의 경우 거래일을 포함, 3거래일 만에 미수금액을 입금해야 하지만 선물은 ‘일일정산 제도’라는 것이 있어 손실이 난 경우 거래 다음날 낮 12시까지 증거금 부족분을 채워 넣어야 한다. 증권사는 보통 일일정산이 끝나는 오후 5~6시께에 소위 ‘마진 콜(margin call)’을 한다. 마진 콜은 거래 손실로 증거금이 부족해진 투자자에게 익일까지 추가로 계좌에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반대매매를 한다는 것을 통보하는 절차다. 돈을 추가로 입금하지 않을 경우 반대매매가 나간다는 점은 미수 거래와 유사하다. 반대매매란 증권사들이 일정 시점에 시장에서 무조건 체결될 수 있는 가격에 강제로 선물을 처분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물론 평가손이 나 있다고 모두 반대매매를 당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자금으로 시작해서 선물 1계약을 매수 또는 매도했는데 평가손이 난 경우에는 선물 10포인트 손실을 보고 있어도 마진 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1500만원으로 선물 1계약에 투자했을 경우, 그리고 코스피지수가 요즘처럼 1000을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인 경우에는 불과 선물 몇 포인트 정도만 평가손이 나더라도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