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79년 영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었다. 1년 만에 관리체제를 졸업했지만 당시 영국인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영국 민간 기업들에 본격적인 시련이 찾아온 것은 이때부터다. 80년대 초부터 시작된 불황으로 영국의 자랑이던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으며 특히 고급차를 판매하는 업체일수록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해소하지 못하고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마틴(미국 포드), 롤스로이스, 미니(독일 BMW), 벤틀리(독일 폭스바겐), 로터스(말레이시아 프로톤) 등 알토란같던 영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줄줄이 해외 업체에 매각됐다. IMF 외환위기로 자동차 산업의 근간이 흔들렸던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이들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는 것에 영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자동차는 영국인들에게 산업혁명의 꽃으로 인식될 정도로 각별했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고급 스포츠카로 명성을 날리던 재규어에 대한 영국인들의 사랑이 각별했기에 매각의 아픔 또한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매각된 후 재규어는 차츰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XJ, S타입의 잇따른 성공은 재규어를 세계 명차의 반열에 올리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국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XJ 시리즈는 ‘재규어의 창업주인 빌 라이온스의 다자인 철학과 성능, 세련미를 모두 갖춘 차’라는 평가를 받는다. 빌 라이온스는 기품이 살아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자동차에 구현하는 데 역점을 뒀다. ‘디자인은 기술이라는 길목과 통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어 가능한 한 자동차의 높이를 낮춰 스포츠카와 같이 공기 저항을 덜 받는 방법을 연구했다. 라이온스의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재규어 디자인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실험적 재규어(eXperimental Jaguar)’라는 말에서 유래된 재규어 XJ 시리즈는 자동차 디자인과 성능의 새 기준을 만든 재규어 최고급 모델로 전 세계적으로 80만 대 이상 판매됐다. XJ살롱이 출시된 지난 1968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포드사가 재규어를 인수하고 나서부터다. 포드사의 생산설비 및 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재규어 XJ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는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2003년 개발된 ‘뉴 XJ’는 재규어만의 독특한 기술력과 디자인이 결합돼 XJ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차체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이전 모델보다 무게를 40% 이상 줄였고 내구성은 60% 이상 높였다. 때문에 연비는 늘고 가속시간은 줄었으며 안정성은 더욱 높아졌다. 또 업계 최초로 우주 항공산업에서 사용하는 최첨단 리벳 본딩 방식과 에폭시 수지 접착 방식으로 알루미늄 철판을 결합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재규어 뉴XJ6 SWB는 ‘J게이트’라 불리는 재규어의 최신 ZF 6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하고 있으며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수동 스포츠 모드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재규어 XJ의 외관은 영국 자동차답게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조화됐다. 공기 저항을 적게 받도록 동선을 설계한 것도 눈에 띈다. 내부 인테리어는 수작업으로 이뤄져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운전자의 드라이빙 스타일과 도로 조건에 따라 반응하는 전자 제어식 서스펜션인 CATS(Computer Active Technology Suspension)이 설치돼 있어 안정적인 고속 주행과 정확한 코너링이 가능하며 거친 노면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Self-leveling air suspension)은 고속 주행 시 차량의 높이를 낮춰(시속 120km주행 시 15mm 낮아짐) 안정성과 공기 저항을 최대한 적게 받도록 해준다. V6 엔진과 알루미늄 보디가 결합해 출력을 크게 높여 주며 엔진 힘을 부드럽고 빠르게 올릴 수 있도록 자동 6단 기어가 장착돼 있다. 기어를 주차 모드에서 주행 모드로 바꾸거나 반대로 주행 모드에서 주차 모드로 전환할 경우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가 바뀌도록 하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도 설치됐다. 범퍼에 내장된 초음파 센서는 차량의 뒤편뿐만 아니라 전방의 장애물을 미리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초음파 센서와 시트에 내장된 중량 센서인 ARTS(Adaptive Restrain Technology System)는 탑승자의 위치와 체중을 파악해 에어백의 전개 여부 및 최적의 팽창 정도를 계산해 준다. 또 후방 충돌 시 시트를 강제로 뒤쪽으로 밀어 탑승자의 목과 척추의 충격을 완화해 주는 충격 흡수식 앞좌석 백 레스트(AWS:Anti-Whiplash System)가 설치됐고 ABS와 비상 제동 보조 장치(Emergency Brake Assist) 등 최첨단 브레이크 시스템도 장착됐다. 재규어 뉴XJ3.0은 최대출력 240마력이고 최대토크 30.6kg·m로 정지 시부터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8.1초다. 총배기량 3.0cc에 V6 DOHC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국내 판매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1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