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외국계 금융회사 사장인 K씨의 얼굴에는 항상 환한 미소가 돈다. 회사 일이 잘 되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그만의 취미가 삶에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일상 생활에서 필요한 물품 하나하나를 까다롭게 고르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는 소위 ‘못 말리는 컬렉터’다. 일례로 그는 소파를 사겠다고 결심한 후 인터넷을 뒤져가며 전 세계 소파 시장을 조사했다. 시장 조사에 몇 개월이 걸리더라도 가격과 기능성, 예술적 가치를 모두 고려해 최종 구매 제품을 결정하는 게 몸에 밴 그의 습성이다. 시장 조사를 마치면 그는 외국에 사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구매를 부탁하거나 자신의 출장길에 일정을 짜서 제품을 산다. 실제 그는 미국 LA 인근 지역에서 소파를 구매했다. 운송비 등 제반 경비를 포함해 700만원이 들었지만 국내에서 정식 수입품으로 사려면 1500만원 이상은 들여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마음에 쏙 드는 가치 있는 제품을 싼 값에 구매하면 사용하는 기간 내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시계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시장 조사를 거쳐 그가 구매한 제품은 이탈리아의 한 브랜드. 원래 다른 명품 시계 회사에서 일하던 장인들이 회사가 팔리자 독립해서 만든 브랜드였다. 기능이나 디자인 모두 마음에 들었고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도 쌌다. 300만원에 이 시계를 사서 지금도 즐겨 착용하고 다니는데, 이 시계의 가치는 지금 6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국내에 서서히 이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시계를 처분할 계획은 없지만 나중에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으면 매입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값에 팔릴 것으로 그는 확신하고 있다. : 중소 무역업체 사장인 J씨. 그는 8년 전 자신의 전원주택에 700만원짜리 소나무를 사다 심었다. 소나무를 살 때 비싸다는 생각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무럭무럭 커가는 소나무를 감상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작년 친분이 있는 조경업자를 전원주택에 초대했는데, 당장 이 소나무를 시장에 내놓으면 2000만원은 족히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무를 키운다는 것이 즐거움뿐만 아니라 투자 수익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절감한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소나무 묘목을 사다 키우기 시작했다. 40대 후반인 그에게 소나무는 완상의 즐거움을 주는 재산일 뿐만 아니라 든든한 노후 대비 수단이 됐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모차르트 교향곡이나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을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 억만장자가 되더라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고 톨스토이나 헤밍웨이의 작품도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는 없다.그러나 소유할 수 있는 게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이나 반 고흐의 작품은 돈이 많다면 내 방에 걸어두고 혼자서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불러 자랑할 수도 있다. 명품 보석이나 가방, 시계,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관상수나 분재도 내 차지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의 사례처럼 소유하면서 큰 가치를 느끼는 데다 되팔 때 차익을 낼 수도 있다. 만일 그 제품이 이 세상에 유일한 것이라면 ‘부르는 게 값’이다. 혼이 담긴 예술가의 작품이나 자연이 빚은 피조물은 일견하는 것 자체가 사람에게는 큰 가치를 준다. 따라서 이를 소유하고 독점적으로 즐길 수 있다면 소장자가 느끼는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경제 성장에 모든 것을 걸고 앞만 보고 내달려 온 우리 국민들도 이제 ‘삶의 질’이나 ‘행복’을 최상의 가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삶의 지평이 열린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 나만의 가치를 찾겠다는 욕구는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국내에서도 ‘컬렉터’가 급증하는 추세다. 발달된 정보통신 인프라를 활용, 자신의 취향에 맞는 품목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정보를 찾고 물건을 구입하는 열혈 컬렉터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컬렉터가 늘어나면 시장은 커지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게 미술품이다. 국내 미술품 거래 규모는 조만간 연 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석이나 시계, 명품 가방 등 액세서리의 경매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마니아들 사이에선 수억원 대의 분재가 거래되기도 한다. 자동차와 가구, 술 같은 품목의 경우 아직 개인적인 차원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이 커지면 투자자는 늘어나고 수익을 낼 기회는 확대된다. 거래가 활성화하면 물품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해지고 구매자와 판매자 계층 모두 신뢰를 갖고 거래에 임할 수 있다. 신뢰 형성은 곧 수요 기반의 확대로 연결되고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낼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진다.명품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최고의 재테크 수단 중 하나다. 명품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컬렉션 재테크가 유망한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리 사회는 1970~1980년대 정치의 시대를 지나 경제의 시대에 진입했다. 정치가 사회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던 시대가 흘러가고 경제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심 화두가 된 것이다. 하지만 경제의 시대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경제의 시대가 지나면 문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구미 선진국 모두 이런 전철을 밟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삶의 질을 높이고 품격 높은 문화를 향유하려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기능이 아닌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각종 상품의 시장 규모가 커진다. 그래서 문화 산업은 최고의 성장 산업으로 꼽힌다.소비자의 행태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경제의 시대에는 효율성과 합리성이 지배한다. 재산을 모으고 축적하는 것이 최선의 가치였다. 그러나 문화의 시대는 소비의 시대를 의미한다. 효율성이나 합리성보다는 자기만족이 최고의 가치다. 확연히 달라진 소비자들의 모습을 보면 이런 변화를 쉽게 실감할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 2000~3000원짜리 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도 차는 벤츠를 사거나, 원룸에서 월세로 사는 소비자도 수백만원짜리 벽걸이TV를 구매한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대량 생산과 유통 혁명 덕분에 저가 소비재로 얼마든지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남는 돈을 활용, 자기만족을 주는 고가 제품 구매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화할 것이고 명품이나 희귀한 물품에 대한 수요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하지만 명품이나 문화상품의 공급은 제한돼 있다. 피카소의 그림은 절대로 다시 만들 수 없듯 작가가 사라지는 순간 작품의 추가 공급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가치를 지닌 명품도 마찬가지다. 희귀한 품종의 난이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분재, 사연을 지닌 자동차나 고가구 모두 높은 문화 욕구를 가진 컬렉터들에게는 돈이 아깝지 않은 투자처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수요 증가,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컬렉션 투자’도 투자임은 분명하다. 아무리 유망하더라도 부주의하거나 멀리 보는 안목이 없다면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 리스크도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컬렉션 투자는 투자자 스스로 좋아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고가의 분재를 샀는데 매일 물과 햇볕을 쬐어 주는 일을 소홀히 하면 수천만원짜리 제품이라도 불과 몇 주 안에 죽어버릴 수 있다. 아무리 비싼 미술품이나 도자기도 관리를 잘 못하면 순식간에 그 가치가 사라진다. 자연스러운 취미 생활, 정보수집 등을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해 나름대로의 안목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심미안을 갖는 게 문화 투자의 출발점이다.컬렉션 투자도 주식 투자와 똑 같이 저평가된 미래의 ‘미인주’를 사야 성공한다. 따라서 현재 가치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봐야 한다. 현재는 시장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에 각광받을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으며 저평가주 발굴 노하우를 키워야 한다.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완벽하게 검증된 투자 이론은 ‘분산’이다. 특정 분야에서 한 예술가의 작품이나 한 분야에 ‘올인’하기보다는 다양한 투자처를 찾아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격언은 컬렉션 투자에도 예외가 아니다. 미술품 투자에서는 고전미술과 현대미술 작품을 적절히 결합해 투자하는 게 좋고 나무 투자도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종과 장기적으로 유망한 수종을 결합해 위험을 분산하는 게 좋다. 특히 컬렉션 투자의 대부분은 초장기 투자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 5년이나 10년 투자는 기본이고 몇 세대를 내다보는 투자도 있다. 또 시간이 지나더라도 원매자를 찾지 못하면 현금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컬렉션 투자는 다른 투자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전체 보유 자산 가운데 일정 비율을 컬렉션 관련 재테크 자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환금성이 비교적 높은 금융자산 등에 투자하는 형태의 전반적인 자산운용 계획을 함께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컬렉션 투자는 여러모로 매력이 있다. 취미 활동을 하면서 문화 욕구도 채우고 사회적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만족감에다 투자 이익까지 주기 때문이다. 완벽한 투자처 같아 보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투자 대상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없으면 물건을 구입한 후에도 가치를 느낄 수 없고, 관리 소홀로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되팔 때 차익을 챙기기는커녕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돈만 좇아 다니는 비즈니스맨이 실패할 확률이 높듯 투자 수익만 바라보고 선뜻 컬렉션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돈을 추구하기 이전에 진짜 가치를 느낄 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이런 안목을 가지면 매매 차익이 설령 생기지 않더라도 컬렉션 상품을 갖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든지 큰 즐거움과 가치를 느낄 수 있다. 피곤한 재테크에서 벗어나 행복한 재테크를 만끽하려 한다면 반드시 사랑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