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 중 ‘잠정구(provisional ball)’와 ‘언플레이어블 볼(unplayable ball)’이 있다. 이 두 상황을 거치지 않고 라운드를 마치면 좋으련만, 불행하게도 한두 번은 맞닥뜨리게 된다. 라운드를 자주 하는 친구가 장타자인데, 장타만큼이나 볼이 좌우로 자주 빗나가서 잠정구를 많이 친다. 그래서 동반자들은 그에게 ‘잠정’이라는 별명을 붙여 놀리곤 한다.어쨌든 잠정구와 언플레이어블 볼은 그 성격이 좀 다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잠정구와 언플레이어블 볼이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본다. 먼저 ‘선언’ 여부다. 잠정구는 반드시 동반자에게 ‘잠정구를 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OB가 났나?’ ‘하나 더 칠까?’ ‘못 찾겠지?’ 등과 같은 말은 ‘잠정구를 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잠정구를 선언하지 않고 치면 원구는 찾든 못 찾든 ‘자동적’으로 분실구가 되고, 잠정구가 곧바로 인플레이 볼이 된다. 몇 년 전 월드컵골프대회에 출전한 한국의 P프로가 잠정구를 칠 때 잠정구 선언을 하지 않았다가 실격당한 일은 지금도 회자된다. P프로가 그때 ‘잠정구’라는 말을 몰라서 그랬는지, 골프 룰을 몰라서 그랬는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잠정구는 또 원구를 찾으러 가기 전에 쳐야 한다. 원구를 찾다말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 잠정구를 칠 수 없다는 말이다. 잠정구와는 달리 언플레이어블 볼은 오직 본인하고만 관계가 있다. 동반자에게 말할 필요도 없고, 동반자를 입회시킬 필요도 없다. 자신이 판단해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해야 하겠다고 하면 1벌타를 감수한 뒤 그 처리를 하면 된다. 언플레이어블 볼을 할 경우에도 동반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골퍼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다만 나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언플레이어블 볼을 하겠다는 뜻을 동반자에게 알리는 것은 권장된다.두 상황에서 볼을 치는 위치다. 잠정구는 반드시 직전 볼을 쳤던 곳에서 쳐야 한다. 볼이 분실된 곳으로 짐작되는 지점에서 칠 수 없다. 원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거리 손실이 뒤따른다. 반면 언플레이어블 볼은 1벌타 후 세 가지 옵션이 있다. 잠정구처럼 직전 볼을 쳤던 곳으로 가 다시 치거나, 볼이 있는 곳에서 홀에 가깝지 않은 지점으로 두 클럽 길이 내에 드롭하거나, 볼과 홀을 잇는 후방선상에 거리제한 없이 드롭하고 칠 수 있다. 언플레이어블 볼은 1벌타 후 볼 근처에서 칠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을 1타로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잠정구나 언플레이어블 볼을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다. 두 가지 모두 워터해저드와는 관계가 없다. 볼이 워터해저드에 들어갈 경우에는 잠정구나 언플레이어블 볼을 부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땐 워터해저드 처리를 해야 한다. 잠정구는 플레이어가 원하면 언제나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잠정구는 ‘워터해저드가 아닌 곳에서’ 볼을 잃어버릴 염려가 있을 때나 볼이 OB에 들어갈 염려가 있을 때 치지 않고 나갔다가 못 찾거나 OB가 나서 되돌아오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만 잠정구를 칠 수 있다. 그 반면 언플레이어블 볼은 볼이 워터해저드에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부를 수 있다. 볼이 벙커에 깊이 박힐 경우에도 언플레이어블 볼을 부를 수 있다. 벙커에서 헤매느니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하는 것이 ‘하이 스코어’를 막는 길이 될 수도 있다.